구약의 여러 율법의 바탕이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유일한 여호와이시니 /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신명기6:4-5)’데 있음을 우리는 안다. 그런데 세상에는 각자 자기들의 ‘신’이라는 존재를 섬기는 여러 방법들이 있기 때문에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신명기6:5)’하는 방법을 율법으로 이야기셨다. 즉 율법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방법을 담는 형식이다. 그래서 이 형식에는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담겨야 한다. 내용없는 형식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가장 큰 문제는 형식을 강조한 나머지 내용이 담기지 않은 형식을 위한 또 다른 형식을 만든 것이다. 그들은 ‘박하와 운향과 모든 채소의 십일조는 드리되 공의와 하나님께 대한 사랑은 버(누가복음11:42)’렸다. 십일조라는 형식을 지키었는지는 모르지만, 사랑이라는 내용을 버린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 할지니라(누가복음11:42)’라고 말씀하신다. 내용과 형식이 동시에 드러나야 한다는 말씀이다. 신약시대가 되면서 많은 면에서 형식이 부정되었다. 할례라는 형식은 세례를 통해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내용이 강조되었지만 세례 자체가 가볍게 여겨짐으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이 희미해졌다. 그뿐 아니라 레위기의 음식법은 ‘음식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업을 무너지게 하지 말라 만물이 다 깨끗하되 거리낌으로 먹는 사람에게는 악한 것이라 / 고기도 먹지 아니하고 포도주도 마시지 아니하고 무엇이든지 네 형제로 거리끼게 하는 일을 아니함이 아름다우니라(로마서14:20-21)’라는 바울의 가르침에 따라 믿음으로 모든 것을 먹으며, 무엇을 먹을 것인가 먹지 말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매달리지 않는다. 문제는 레위기의 음식법이 담고 있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구별된 삶을 위해 먹는 것조차도 신중해야 한다는 형식이 없어진 데 있다. 형식이 없어진 내용은 공허하다. 그래서 예수님은 형식 역시 중요함을 이야기하신다.

초대교회는 유대적 기독교인들과 이방 기독교인들 사이의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루살렘 회의를 개최했다(사도행전15장). 이 회의에서 ‘바리새파 중에 어떤 믿는 사람들이 일어나 말하되 이방인에게 할례를 행하고 모세의 율법을 지키라 명하는 것이 마땅하다(사도행전15:5)’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지금 너희가 어찌하여 하나님을 시험하여 우리 조상과 우리도 능히 메지 못하던 멍에를 제자들의 목에 두려느냐 /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우리와 동일하게 주 예수의 은혜로 구원 받는 줄을 믿노라(사도행전15:10-11’라는 베드로의 말에 동의한 주님의 형제 야고보가 ‘다만 우상의 더러운 것과 음행과 목매어 죽인 것과 피를 멀리하라(사도행전15:20)’는 제안을 받아들여 이방 기독교인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지 않도록 배려함으로 내용과 형식의 균형을 이루게 했다. 그러나 콘스탄티누스에 의해 기독교가 로마에 공인화되고 음지에 숨어있던 기독교가 양지로 나오면서, 그리고 중세시대를 지나면서 기독교회는 유대교처럼 형식에 매몰되시 시작했다. 형식을 지키기 위해 교회는 교리를 지키기 위해 성경을 연구했고, 사람들은 교회의 가르침에 대한 분별이 없이 교회가 요구하는 데로 살아야 했다. 이렇게 종교화된 교회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개혁되었다. 그렇게 종교개혁을 통해 다시 형식이 아닌 내용이 강조되었지만, 현대에는 내용이 아닌 형식이 강조되는 현실이다. 물론 기독교회는 종교로서의 특성을 가지고 있고, 종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교회가‘종교화’된 형식의 편리함으로 인해 하나님을 믿는 믿음, 하나님을 사랑함이라는 내용이 자꾸만 사라지는 데 있다.

형식은 우리의 하나님께 대한 사랑을 담는 그릇이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을 담는 형식은 언제나 준비되어야 하고, 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형식에 하나님을 사랑함이라는 내용이 없으면 무의미하다. 어떤 면에서 교회의 형식은 잘 다듬어졌다. 그리고 그 형식에는 하나님을 사랑함이 담겨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우리는 성령 하나님을 의지하기 원한다. 그래서 2021년 우리의 목표는 성령 하나님과 함께하는 것이다.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