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은 시 23편에서 목자이신 하나님께서 양인 자신을 쉴만한 물가와 푸른 풀밭으로 인도한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다윗의 일생을 생각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쉴만한 물가와 푸른 풀밭 위에서 목가적으로 풀을 뜯으며 여유로운 삶을 사는 양의 모습은 아니다. 다윗은 이새의 여러 아들을 보고 난 후에 다른 아들은 없느냐고 묻는 선지자 사무엘에게 ‘아직 막내가 남았는데 그는 양을 지키나이다(사무엘상16:11)’라고 말했던 것처럼 다윗은 그의 아버지로부터 별 관심을 받지 못하는 아들이었던 것 같고, 이새의 아들 엘리압에게 기름을 부으려는 사무엘에게 하나님께서 ‘내가 보는 것은 사람과 같지 아니하니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사무엘상 16:7)’라고 말하셨던 것처럼 용모와 키에서 그의 형제들보다 떨어지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런 다윗이 골리앗을 죽이고 난 이후에 이스라엘 백성들 가운데 그의 존재감을 드러내어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사무엘상 18:7)’라는 칭송을 받으며 다윗은 사울 왕의 사위가 된다. 그러나 시기심과 악령에 사로잡힌 사울은 다윗을 죽이려하고, 심지어 자신을 위해 ‘다윗이 손으로 수금을 탈 때에 / 사울이 단창으로 다윗을 벽에 박으려 하였으나 그는 사울의 앞을 피하고 사울의 창은 벽에 박힌지라 다윗이 그 밤에 도피하(사무엘상 19:9-10)할 정도로 다윗은 그의 삶에서 여러 가지의 위기를 맞는다. 그런 위기 때마다 다윗은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위기를 모면했다. 다윗은 사울을 피해 도망자가 되어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환난 당한 모든 자와 빚진 모든 자와 마음이 원통한 자(사무엘상 22:2)’ 4 백여 명의 우두머리가 된 후에도 다윗은 사울왕의 집요한 추격을 피하면서 살았다. 겨우 왕이 된 이후에도 다윗은 여러 가지 반란과 전쟁으로 인해 많은 고통의 삶을 다윗은 살았다. 그러나 그런 고통의 삶을 산 다윗이지만, 목자로서 목자의 음성을 따라가는 양에게는 ‘부족함이 없’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다윗은 목자이신 하나님 안에서 ‘부족함이 없다’고 고백할 수 있었다.

다윗은 목자이신 ‘하나님께서 육과 영에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해 주실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으며 더욱이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삶에 있어서 악을 나에게 미치게 한다 해도 하나님은 그런 악을 오히려 나에게 선이 되게 해 주실 것(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 26번)’을 믿었고, ‘자기의 모든 창조물과 그 모든 행동을 가장 거룩하고 지혜롭고 권능있게 보존하시며 다스리시(웨스터민스터 소요리문답 11문)’는 분이 바로 자기의 목자이신 하나님시라고 믿었기 때문에 다윗은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믿는다’고 고백한 것과 같다. 그래서 다윗은 그 삶에서 혹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목자이신 여호와’는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요새시요 나를 위하여 나를 건지시는 자시요 / 내가 피할 나의 반석의 하나님이시요 나의 방패시요 나의 구원의 뿔이시요 나의 높은 망대시요 그에게 피할 나의 피난처시요 나의 구원자시라 나를 폭력에서 구원하셨도다(사무엘하 22:2-3)’라고 고백했던 것이다. 즉 다윗에게는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만이 자신의 삶의 ‘위로’ 그 자체였다는 말이다.

시편 23편은 다윗이 젊은 시절 역경과 고난의 삶을 살 때에 썼을 수도 있고, 혹은 나이 들어 왕으로 나라를 통치하던 때, 또는 더 나아가 죽음을 앞두고 왕위를 물려주는 때 썼을 수 있다. 시23편을 다윗이 언제 썼는지는 모르지만, 그 어느 때든지 다윗은 세상의 ‘주권자’이시며, ‘섭리자’이신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믿기 때문에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시23:1)’라고 노래할 수 있었다.

우리는 예수님 안에서 다윗이 누리지 못한 죽음과 부활을 누린 자들이며, 나의 삶에 언제나 동행하심을 약속받은 자들이다. 다윗보다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말이다.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