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가 능동적으로 순종하여 획득한 의를 신자에게 전가”하는 구도는 “개혁 교회의 정통 교리이다”, 혹은 “그렇지 않다”에서 필자의 답변은 판단할 근거가 없다. 판단은 역사적 사실(공적 문서)에 근거해야 한다.

2021년 2월, 16-17일, 유성에서 합동 교단 이단(사이비)피해대책조사연구위원회(위원장 배만석 목사)가 세미나를 개최했다. 서철원 박사(전 총신대 교수)는 "능동적 순종과 관련된 문제점들"에 대해 발표했다. 서철원 박사의 내용은 합신 교단이 발표한 것과 정면으로 대치되기 때문에 논란이 예상된다.

2020년 9월 합신 총회(105회)에서 “<바른믿음>과 정이철 목사가 부정하는 교리 판단의 건에 대한 신학위원회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아래 글은 보고서의 마지막 판단에 있는 문장이다.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의 전가 교리는 개혁교회의 정통교리이므로 이를 주장하는 목사나 신학자들은 개혁신학에 충실한 분들입니다”(합신 신학위 보고서)

서철원 박사는 “능동적 순종에 의한 의”라고 제시하며, 그 사상은 17세기부터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에 관하여 새로운 논의가 개혁신학에 도입된 것, 17세기 청교도들 특히 그 신학자인 존 오웬 (John Owen)이 능동적 순종을 도입한 것, 바빙크가 수용했고, 벌코프와 박형룡 박사가 반성 없이 반복하면서 정통신학인 것처럼 한국교회가 착각했다고 제시했다.

즉 합신 신학위와 서철원 박사가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으로 획득한 의의 전가”에 대한 견해가 상반된 것이 밝혀졌다.

서철원 박사는 초기 <기독론>에서는 “전통적 신학에서 예수의 자원적 율법 준수를 능동적 순종(obedientia activa)이라고 칭하였고, 십자가에서의 죽음을 피동적 순종(obedientia passiva)이라고 하였다. 왜냐하면 십자가 죽음은 하나님의 경륜과 작정에 의해서 이루어졌고, 그 작정에 순종함이었기 때문이다”라고 제시했다. 서 박사가 제시한 것처럼 바빙크, 벌코프, 박형룡 신학을 반복한 것이다. 그리고 신학을 강의하면서 반성 과정이 들어왔고 능동적 순종과 피동적 순종 체계에 대해서 의문을 갖고 서철원 박사 <교의신학 전집>에서 밝혔다.

“전통적 신학에서 예수의 율법 준수를 능동적 순종(obedientia activa), 십자가에서의 죽음을 피동적 순종(obedientia passiva)이라고 한 구분과 가르침은 전적으로 잘못되었다. 그리스도가 율법준수로 의를 획득하여 우리에게 전가한 것이 아니고, 피 흘려 죗값을 다 치르시므로 죄용서를 이루신 것이 의이다. 이 의를 우리가 받아 영생하게 되었다”(그리스도론, 167쪽)라고 제시했다.

합신 신학위가 주장하는 능동적 순종 체계는 “개혁교회의 정통교리”라는 주장과 서철원 박사가 밝힌 “전적으로 잘못되었다”는 대치되고 있다. 이러한 사안이 심각하게 갈등 양상으로 비화되는 것 같아 우려가 있다. 합동과 합신은 한국 장로파에서 가장 가까운 형제 교단이다. 그런데 어떤 신학적 견해 차이가 발생했을 때에 잘 토론하고 협의해서 합당한 가치를 이루어낸다면 한국교회에 세계교회에도 좋은 신학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다.

그리스도의 능동 순종과 수동 순종 체계는 미국 신학교와 개혁파 진영의 신학계에서 일반화된 개념이다. 그런데 한국 교회의 신학자가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신학 체계에 대한 문제 제기이기 때문에 보다 더 세밀하고 역사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학 일반에서 통용되기 때문에 “개혁교회의 정통교리”가 될 수는 없다. “교리”는 합법적인 회의에서 작성한 문서이다. 근본주의 선언, 캠브리지 선언Declaration) 등은 교리라고 보지 않고 교리를 굳건하게 하는 개혁이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사보이 선언(1658년)의 공식 명칭은 A Declaration of the Faith and Order owned and practised in the Congregational Churches in England이다. 사보이 선언은 단순한 선언이 아닌 잉글랜드 회중적 교회들의 믿음, 질서, 실천에 관한 선언이기 때문에 잉글랜드 독립파의 신앙고백서(교리)라고 볼 수 있다. 교리나 선언은 작성자의 이름이 명기된 역사적이고 인격적 문서이다. 교회는 이름없는 문서 2개를 운용하고 있는데, 사도신경과 퀴쿰케이다. 칼빈은 퀴쿰케에 서명하지 않아 삼위일체 이단론자로 공격받기도 했다. 익명으로 처리된 문서에 서명하고, 그 문서를 인준하는 것은 매우 주의해야 한다. 언젠가부터 그리스도의 능동 순종과 수동 순종의 체계가 널리 유통되고 있지만 작성자를 알 수 없다. 존 오웬에게서 구체화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오웬이 어휘와 개념의 창시자는 아니다. 이미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를 작성할 때 이 어휘를 넣기 위해서 갈등했기 때문이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 작성자들은 결국 능동 순종과 수동 순종을 신앙고백서에 넣지 않았고, “순종과 만족, 순종과 죽음”으로 고백했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를 작성할 때에 능동 순종과 수동 순종을 추가하려고 했던 사역자들은 독립파 성향의 사역자로 추정할 수 있다. 그들은 그 이전에 어디에서 이 개념을 받았을 것이다. 순종과 죽음은 성경 어휘를 축약한 것이고, 능동 순종과 수동 순종은 성경 어휘를 해석한 어휘로 분류할 수 있겠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는 정통교리를 구축하였고, 성경을 많이 해석하지 않고 축약하는 방식으로 문장을 만든 것이 특징이다. 장로파나 개혁파의 교리 역사 중에 마지막 교리 문서는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이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에 없는 어휘,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을 개혁교회의 정통교리라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필자는 바빙크의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과 수동적 순종 부분을 독서할 때에 느낀점은 바빙크 박사는 그리스도 능동적 순종은 단순 진술이었고, 부각시키는 내용은 소시니안에 대응하여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에 대해서 강조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은 속죄를 위한 대속 사역을 이루는 사역이다. 속죄의 범위에 대한 논의도 여러 계층이 나뉘고 있고, 속죄 후에 구원의 타락 가능성에 대해서 개혁파 안에서 이견이 있다. 제한속죄와 보편속죄의 개념도 두 개념이 아닌 세밀한 차이점을 갖고 있다. 구원의 탈락 가능성은 말하는 개혁파도 있다. 개혁파 안에서 너무나 다양한 주장들이 있다. 합동과 합신은 교단이 다르기 때문에 세밀한 구도에서 일치를 가질 필요는 없겠지만, 한 교단에서는 한 구도를 갖는 것이 원리이다. 합동 교단은 2만교회를 지향하는 세계적인 규모를 가진 교단이지만 구원 체계에서 한 구도를 갖는 것이 요구된다. 교리는 51:49에서 51의 견해가 합당한 구도가 되는 것이 아니라, 1:99여도 1%가 합당한 교리를 주장하면 99가 순종하여 믿음과 구원의 한 구도를 이루어야 한다.

서철원 박사께서 “그리스도의 능동 순종과 수동 순종 체계”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 것은 학자로서 현장에서 체득한 것을 밝힌 신학적 성찰이다. 매우 구체적인 체계를 밝히지 않은 상황이지만, 자기 사상을 집대성하는 저술 작품에 단순 문장으로 게시하였다. 서 박사께서 저술과 세미나에서 직접 표현으로 제시하셨기 때문에, 형제들이 이해하여 수납할 수 있는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역사적 자료를 밝혀준다면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개혁 교회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이다.

부기(附記)

[2020년, 11월 16일. 기독교진리수호연구협회(대표 림헌원 목사)에서 발제한 내용 중에서]

1Q.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과 수동적 순종 개념은 개혁파 신학이다.

1A.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과 수동적 순종을 개혁파 신학자들이 말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개혁파의 산물이라는 증거는 없다. 해당 어휘를 사용하며 주장하는 사람이 근원을 밝히는 것이 합당할 것인데 밝히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개혁파의 교리라고까지 말한다. 개혁파의 교리 어디에 그 어휘가 있는가? 분명하게 그 어휘가 드러난 것은 사보이 선언(1658년)의 문장이다. 사보이 선언 작성을 주도한 사람은 존 오웬(John Owen, 1616-1683)이다. 존 오웬은 잉글랜드 장로파가 아닌, 잉글랜드 청교도 독립파이다. 청교도주의는 잉글랜드에 거주하는 비분리파 청교도운동(독립파)이고, 식민지로 이주한 분리파 청교도운동(회중파)가 있고, 장로파 외에 여러 사상 운동인데, 국교회와 로마 카톨릭주의를 거부한 개혁이라는 공통의식에서 다양한 자기 사상을 견지한 종교 운동이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를 작성할 무렵까지는 잉글랜드 장로파가 다수를 차지했다. 청교도주의는 잉글랜드와 네덜란드의 자유로운 왕래에서 서로 상통되었다. 네덜란드에 있는 알미니안, 재세례파 등은 잉글랜드로 잉글랜드의 청교도주의(윌리엄 에임스 William Ames, 1576-1633)는 네덜란드로 소통되었다. 네덜란드 개혁파 신학에 빌헬무스 아 브라켈(Wilhelmus à Brakel, 1635-1711)를 기점으로 청교도주의가 첨가되었다고 필자는 추측된다. 코르넬리스 프롱크는 청교도주의와 개혁파 신학이 구분해서 제시하고 있다(프롱크: 2015). 프롱크의 말을 빌리면, 개혁파들이 청교도 신학의 어휘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것에 대한 긍정과 부정을 표현하지 않았다.

정이철 목사는 청교도주의의 칭의 이해를 “능동순종 칭의론”으로 규정하고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 이단성으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능동적 순종 체계는 파악하기 쉬운 내용과 체계가 아니다. 누구도 그 신학 구조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존 오웬이 밝혔다고 하지만 그의 저술을 쉽게 독파하기가 어렵다.

모든 이론은 창안자가 있다. 이 땅에서 근거없이 존재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확인되지 않는 산물을 옳다고 인정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또한 부정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동일하게 판단 착오(알 수 없는 것을 옳다고 말함과 틀리다고 말함)를 범하는 것이다. 칼빈은 아타나우스 신경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하였다. 알 수 없는 창안자 체계인 이신론(理神論)을 맹종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이신론을 넘어서 진화론으로 전개되었다. 지도자는 자기 사상의 근거를 정확하게 밝혀야 하는데, 역사적 신앙(historic Faith) 체계와 계승이 있어야 한다. 성경에 근거하고 있으면서도, 성경에 근거한다고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은, 우리가 규정한 이단들도 자기들의 주장을 성경에 근거한 것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에는 능동, 수동 순종 어휘는 없고, 사보이 선언에는 있다고 제언한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와 사보이 선언의 개념이 같다면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의 어휘(완전한 순종과 만족)를 사용할 것을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