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명절을 맞는다. 명절이 오고, 그 명절에 고향을 찾는 것은 나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정체성이 확인되는 공동체에서는 그냥 ‘나’만이 있다. ‘나’에 대한 성공이나 실패에 대한 평가는 없다. 그냥 나는 나로서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의 정체성이 확인되는 공동체 안에서는 ‘나’의 아픔은 모두의 아픔이 되고, 나의 기쁨은 모두의 기쁨이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향을 찾는다. 고향은 나의 정체성이 확인되는 공동체의 모습을 가졌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명절이 중요하고, 특별히 고향의 의미가 새롭게 조명된다. 고향은 나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장소이고, 부모와 형제들로 인해 나의 나됨을 가능하게 하는 장소이다. 이렇게 확인된 정체성은 나의 삶의 바탕을 이룬다.

바울 당시의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아브라함의 후손으로 하나님의 언약백성이라는 것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의 표시로 할례를 받은 것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으로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주신 율법을 지키는 것을 자신들의 정체성의 근거로 삼는다. 그래서 바울은 유대인으로서 자신을 ‘나는 팔일 만에 할례를 받고 이스라엘 족속이요 베냐민 지파요 히브리인 중의 히브리인이요 율법으로는 바리새인이요 / 열심으로는 교회를 박해하고 율법의 의로는 흠이 없는 자(빌립보서 3:5-6)’였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인간적인 수고와 특권을 통해 유대인들은 구원을 받는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유대인들은 지금도 열심히 ‘유대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남자가 10명이 모이는 곳에는 어디든지 회당을 만든다. 유대인들은 회당을 중심으로 유대인 사회를 만들어가며, 유대인다운 삶을 감당해 간다. 유대인들이 유대인인 이유는 그들이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들도 교회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킨다. 예수님은 2-3명이라도 예수님의 이름으로 모이는 것에 함께하시겠다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는 2-3명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교회가 있다는 말이고, 교회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중심이 된다. 즉, 교회는 우리들의 정체성의 한 모습이라는 말이다. 바울은 그리스도인을 ‘하나님의 성령으로 봉사하며 그리스도 예수로 자랑하고 육체를 신뢰하지 아니하는(빌립보서 3:3)’자들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봉사는 예배를 의미하는 말이다. 바울은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로마서 12:1)’라고 말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세대를 본받지 않고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며 온전하신 뜻을 삶에서 드러내며 거룩한 산제사로 우리를 드림으로 성령으로 예배하는 자들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명철이나 자신의 부함 혹은 자신의 용맹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님을 아는 것을 기뻐하고, 하나님의 선물로 주신 구원을 감사하면서 자신의 구원이 예수님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을 자랑하는 자들이다. 즉, 복음을 자랑하는 자들이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에베소서 2:8)’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세상의 원리가 아닌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산다. 그래서 교회는 하나님의 성령으로 예배하는 장소가 되고, 예수님을 자랑하는 장소가 된다. 그리고 세상의 것을 따르지 않고 하나님의 선하시고 온전하시며 기뻐하시는 뜻을 이루어나가는 장소가 된다.

정체성은 나를 나로서 이해하는 것이다. 나의 부족함이나 나의 남음을 인정함으로 나의 정체성이 만들어진다. 나의 뛰어난 면만을 사랑하고 자랑하는 자는 올바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없다. 나의 약함과 부족함까지도 사랑할 수 있을 때 나의 정체성은 완성된다. 그래서 하나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바울같은 사람은 자신의 약함과 어두운 과거까지도 말한다. 교회도 역시 그렇다. 내가 다니는 교회의 좋은 점은 충분히 사랑하고 자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다니는 교회의 어두운 면은 어떤가? 그 어두움 때문에 교회가 싫어지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나의 정체성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