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무정부 상태를 추구하는 자의 오류: 성경은 위정자의 권세와 임무를 밝힘
무정부 상태를 추구하는 자들은(qui anarchiam) 비록 고대에 왕들이나 사사들이 무식한 백성을 통치하였지만 그리스도께서 복음으로 실현한 현재의 완전 상태에서는 더 이상 그런 노예적인 통치가 병존할 수 없다고 항의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그들의 무지와 교만만을 폭로한 것이다. 그들의 주장에서 논리의 완성도는 백 분의 일도 볼 수 없다. 즉 아니키즘의 어떤 인물이든 간에 논박하기가 쉽다.
다윗이 모든 군왕들과 재판관들에게 하나님의 아들에게 입을 맞추라고 권고하였을 때(시 2:12), 다윗은 그들이 자기 권위를 버리고 사생활로 돌아가라고 명령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이 받은 권세를 그리스도에게 드려서 그리스도께서만 모든 사람 위에 뛰어나도록 하라고 하였다. 마찬가지로 선지자 이사야는 왕들은 네 양부가 되며 왕비들은 네 유모가 될 것이며(ecclesiae nutritios et reginas nutrices)라고 예언하였으며(사 49:23), 그들의 영예를 빼앗지 않고 도리어 고귀한 칭호를 주어 하나님을 예배하는 백성의 수호자로 세웠다. 이사야의 예언은 그리스도의 오심을 예언한 것이다. 나(칼빈)는 성경, 특히 시편에 이와 연관된 구절들이 자주 나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일일이 제시하지는 않겠다(시 21, 22, 45, 72, 89, 110, 132). 그러나 그 중에서 가장 주목할 내용은 바울의 말씀이다. 사도 바울은 디모데에게 공중 집회에서 위정자들을 위해서 기도하라고 권면한 다음에 곧 이유를 밝혔다. “이는 우리가 모든 경건과 단정함으로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을 하려 함이니라”(딤전 2:2). 이 본문에서 바울은 교회의 질서를 위정자들에게 보호와 후견을(patrocinio et tutelae) 맡겼다.
칼빈 당시는 기독교 질서로 제정일치 사회이기 때문에 교회의 보호를 왕, 국가 기관에 의탁하였다. 기독교 사회에서 국가 위정자가 신앙 양심으로 교회와 사회를 돌보는 것은 이상적인 사회일 것이다. 그러한 기독교 왕국이 존재하지 않았음이 슬픈 역사이다. 그러한 부조리를 파고드는 세력이 거짓이다. 아니키즘은 그리스도의 성취를 강조하면서 그리스도의 정상적인 통치를 부정하였다. 칼빈 당시 아니키즘은 재세례파(Anabaptist)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