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그러나 아직(already, but not yet)”은 오스카 쿨만(Oscar Cullmann, 1902 -1999)이 『그리스도와 시간』Christ and Time(1950년)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난다. 시간(카이로스)을 창조-타락-구속-완성이란 직선적-구속적 관점으로 이해하고, 세계 역사 ‘중간인 1세기’에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죽음-부활을 (과거에) 성취된 사건(이미), ‘종결점’인 재림 사이의 긴장(그러나 아직)을 도식화한 것이다. 김세윤은 ‘이미’를 ‘D-day’로, ‘종결’을 ‘V-day’로 도식화해서 소개하였다. ‘이미’와 ‘나중’(완성)이 ‘아직 아닌’ 현재 시대는 긴장 관계로 소개하였다. 김세윤은 쿨만의 “이미, 그러나 아직(already, but not yet)”를 적극 활용하였다.

구원파의 구원 도식은 무엇일까? 구원파는 “한 번 구원은 결정적이다”는 것이 기본이다. 그 결정적인 구원이 어디에 있는가?가 구원파를 이해하는 기본이다. 한 번 구원은 개인이 구원받음(칭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1세기 예수가 구원을 이루었다는 “객관적 구원”을 의미한다. 그 객관적 구원을 현재 개인이 믿으면 구원에 이르는 방식이 구원파 도식이다. 그것을 신학적으로 말하면 “주관적 구원”이다. 이러한 이해는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이다. 내가 1세기 골고다에서 죽으신 예수의 죽음이 모든 죄인을 용서한 사건이라고 믿어서 구원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면 구원파 도식이 될 것이다. 그러한 구원 도식은 구원파뿐만 아니라 종교사에서 숨어 있다. 구원파는 한국에서 자생한 사상이 아니라, WEC 소속 네덜란드인 형제교회 선교사 케이스 글래스(Kays Glass, 길기수)와 믿음의 방패선교회(Shield of Faith Mission) 소속 미국인 선교사 딕 욕(Dick York, 덕인영)이 1960년대 대구에서 포교 활동을 하였고, 이들에게 영향을 받은 사람이 권신찬, 유병언, 박옥수이다(참고. 위키백과). “객관적 구원”과 “주관적 구원”이라는 용어에는 그러한 맹점을 갖고 있다고 주지해야 한다.

쿨만의 도식은 구원사 혹은 구속사(Heilsgeschichte, salvation-history)이다(Saivation in History, London: SCM, I967). ‘구속사’는 경건주의 학자 벵겔([Bengel, Johann Albrecht, 1687-1752)이 최초로 사용하였다. 구속사는 시간(역사)에서 등장하는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탐구하는 것이다. 뱅겔과 쿨만의 견해는 일치하지 않을 것이다. 구속사에 대한 견해는 쿨만을 지나서 판넨베르크에 와서는 역사를 계시로 동일화하는 것까지 확대되었다.

구속사 학파의 문제점은 시간 이해에 전념하면서, 신자에게 일어나는 구원의 서정에 대한 배려는 없다는 것이다. 시간 속에 있는(이미와 완성 사이에 긴장 관계) 사람이 해야 할 일을 강조하지만, 정작 한 개인 안에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서는 깊은 인지가 없다. 시간과 공간 이해도 중요하지만, 인간에게 복음을 주시는 하나님과 그 복음을 믿는 성도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

필자는 구원파적 시간 이해와 쿨만의 시간 이해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쿨만이 이해한 시간은 1세기(시간) 예수의 죽음, 부활로 그 후 인류라는 공간은 ‘이미(already)’가 된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시간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를 믿어서 ‘최종점’이 아닌 ‘아직 아니(not yet)’에서 살아야 하는 숙명적인 상태가 된다. 거기에서 ‘이미’를 인지하는 것과 최종이 아닌 ‘아직 아니’의 긴장 관계를 주장한다면 구원파적 이해와 거의 차이가 없다. 구원파가 이해한 구원 이해는 객관적으로 성취된 구원에 대해서 믿지 못함을 강조하여 믿으면 그 구원 안에 있음을 인지시키는 것이다. 쿨만의 구속사는 이미 이루어진 구원(Realized eschatology <-> Consistent Eschatology)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의 윤리에 대한 문제이다. 슈바이처의 철저한 종말론(consistent eschatology)은 임박한 종말을 기대하라는 요구이고, 실현된 종말론(Realized eschatology)은 이미 일어난 구원과 종말 사이에 있는 시간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두 종말론은 현재 엄격한 윤리를 강조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시간에서 일어난 구속 이해에서 약간 차이가 있다.

우리는 “이미, 그러나 아직(already, but not yet)”은 인류에 할당된 시간에 대한 이해임을 밝힌다. “이미, 그러나 아직(already, but not yet)”를 개인의 구원으로 관련해서 이해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이미, 그러나 아직(already, but not yet)”는 인류 역사에서 이미 구원이 이루어졌다(최소한 D-day가 이루어짐)이고, 종말(V-day) 사이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논의이다. 승천하시 전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당부하시고 명령하신 내용은 무엇인가? 예수를 증거하는 삶을 땅끝까지 전파하라는 것이다(행 1:8, 마 28:18-20, 막 16:15, 행 28:31, 요 21:24).

개혁파의 시간 이해는 성경의 충족성, 계시의 종결성이다. 즉 계시가 종결되기 전의 시간 이해와 종결된 후의 시간 이해가 같지 않다. 구속사에 대한 이해에서 시간과 공간 이해에 차이가 있다. 계시종결성(cessationism-은사중단론)을 믿는 자와 계시연속성(continuationism-은사지속성)을 견지한 진영에서는 다른 시간 이해를 갖는다. “이미, 그러나 아직(already, but not yet)”은 계시연속 이해와 잘 부합한다. 

“지금은 하나님께서 계시하지 않으신다” “성경 밖에서 하나님의 계시는 없다”를 하나님의 자유와 능력을 억제한다고 주장하는 진영이 많다. 성경충족성(The Sufficiency of the Bible)을 거부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긴박한 이해가 없는 것이다. 성경충족성을 인지하지 않으면, 성경 밖에서 하나님이 계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성경 66권”이라는 명제를 부정해야 한다. 천주교(로마 교회)는 성경과 전통을 동등한 권위로 보는데, 새로운 가르침은 옛 가르침을 전환시킨다는 것까지 인지해야 한다.

개혁파는 구원의 시작(ordo salutis)을 “소명(召命, calling)”에서 시작한다. 매우 충격적인 제언이다. 교회가 아닌 소명에서 구원이 시작한다. 

고경태 박사 형람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