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당시에나 지금도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신들은 하나님의 선민이라는 강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신들에게만 하나님의 구원이 있다고 믿는다. 자신들이 하나님의 선민이라는 의식은 자신들은 아브라함의 후손이라는 생각에 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부르셨고, 아브라함은 믿음으로 하나님의 부름을 따라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남으로 하나님의 부름에 응답하여 이스라엘의 조상이 되었다. 아브라함은 이삭을 나았고, 이삭은 야곱과 에서를 낳았는데, 그 둘 중에 하나님은 야곱을 택하셨다. 그리고 야곱은 12지파의 조상이 되었고, 지금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 12지파 가운데 속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혈연관계가 이스라엘 사람들이 스스로를 ‘선민’이라고 생각하는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의 선민으로 하나님의 율법을 지킨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은 그들의 긴 역사를 통해 하나님의 율법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율법을 지키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선민으로서의 특권이고 자부심이 된다. 지금도 그들은 율법을 지키기 위해 세상 사람들과는 다른 음식을 먹고, 세상 사람들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살아간다. 율법은 그들이 하나님의 선민이라는 정체성을 만드는 또 하나의 바탕이 된다. 예수님 시대에는 성전이 자신들 가운데 있음은 하나님이 자신들 가운데 임재하시는 것이고, 때문에 성전은 자신들이 하나님의 선민이라는 정체성을 주는 가시적인 상징이었다. 솔로몬 이후로 긴 역사 안에서 영욕을 짊어진 채 예루살렘에 있었던 성전이지만, 그 성전이 있음으로 자신들이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제의를 지킬 수 있었다. 물론 주후70년에 로마에 의해 성전이 무너진 이후 성전 제사를 중심으로 하는 제의적 삶이 회당을 중심으로 하는 삶으로 변했지만 말이다.
이런 이스라엘 사람들을 향해 세례요한은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 말하지 말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나님이 능히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시리라(누가복음3:8)’라고 말한다. 혈연적인 관계로 하나님의 구원에 이룰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요한복음에서는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 이는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들이니라(요한복음1:12-13)’라고 말하고 있다.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은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 즉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가능하다.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것은, 즉 구원을 얻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를 바탕으로 한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요한복음15:16)’웠다고 말씀하신 이유이다. 구원은 바울이 에베소 교회를 향하여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하지 못하게 함이라(에베소서2:8-9)’라고 말하는 것처럼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이고, 그 은혜에 대하여 아브라함처럼‘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는 반응을 바탕으로 주어진다. 그래서 믿음만이 하나님의 구원을 얻게 하는 원리가 된다.
여기서 우리는 ‘그렇다면 나는 하나님의 구원을 받은 증거’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혈통도 아니고, 그렇다고 율법적인 삶도 아니라면 무엇이 우리를 하나님의 구원받은 자라는 증거가 될까? 그 답은 역시 믿음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이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음을 입증하는 내적인 증거가 된다. 그리고 그것을 증거하시는 이는 우리 안에 계시는 성령 하나님이시다. 그래서 바울은 ‘내가 너희에게 알리노니 하나님의 영으로 말하는 자는 누구든지 예수를 저주할 자라 하지 아니하고 또 성령으로 아니하고는 누구든지 예수를 주시라 할 수 없느니라(고린도전서12:3)’라고 말한다.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나의 구주’로 고백할 수 있는 이유는 믿음 때문이고,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것 역시 믿음 때문이다.
우리는 혈통이나 육정으로 그리스도인이 된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로 예수님을 믿음으로 하나님의 백성이 된 사람들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갖는 이유는 하나님의 은혜 때문이다.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