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괴물’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영화는 한강에 독극물을 버리는 미군들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몇 년 후에 그 독을 먹었는데도 죽지 않고 도리어 괴물로 변한 한 마리 물고기가 한강에 나타나 사회적인 공포를 일으킵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중학생 딸이 그 괴물에게 잡혀갔고, 괴물은 주인공의 딸을 싱싱한 먹이로 저장(?)해 놓습니다. 다행이 심심하지 않도록 주인공의 딸보다 더 어린 남자아이가 저장되어 있었지요. 주인공은 아이가 살아있다는 확신으로 괴물의 집을 찾아나셨고, 괴물과 싸우면서 괴물이 어디쯤 있다는 것을 알아냅니다. 주인공의 가족들은 여러 가지의 문제를 갖고 있었는데, 아이의 고모는 양궁선수이지만 무엇인가 마지막 순간에는 실수하는 핸디캡이 있는 선수였고, 삼촌은 운동권 출신으로 쫓기는 신세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온 재산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아이를 찾아야 한다는 일념을 갖고 불법 무기를 구입하여 괴물과 싸우려 합니다. 막상 아이의 아버지는 별로 할 일이 없는 무능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있는 공통점은 아이는 살아있다는 신념이었고, 아이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결국 이들은 괴물과 맞써 아이들을 찾기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하지만 괴물에게 잡혀있던 여자아이는 죽고 남자아이만 살아남는다. 그리고 주인공은 살아남은 남자아이와 함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이 영화에는 두 마리의 괴물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힘없고 나약한 아이들을 먹기 위해 저장해 놓은 괴물입니다. 이 괴물은 영리하기도 하고 또 날렵하기도 해서 사람들을 괴롭힙니다. 이 괴물은 사람들이 짜놓은 함정도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힘도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공포로 떱니다. 또 하나의 괴물은 이 괴물의 출현을 바이러스에 의한 변이로 생각하는 국가입니다. 국가는 괴물의 바이러스는 사람들에게 전염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언론 역시 국가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합니다. 국가는 괴물과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을 잡아다 방역을 실시합니다. 주인공 역시 잡혀가 여러 가지의 검사를 받게 됩니다. 감염이 아니라고 주인공이 외쳐도 국가는 ‘감염이 맞다’고 말하면서 주인공을 감금하고 무리하게 검사를 실시합니다. 그리고 검사 결과가 자신들의 예상과 다르게 나타날 때 국가는 전제가 잘못되었음을 고백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하며 적절한 대응책을 찾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드러난 결과를 숨기면서 또 다른 검사를 합니다. ‘괴물은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다’라는 확고한 신념에 사로잡힌 국가는 마치 힘없고 나약한 아이들을 감금하고 먹이로 저장한 괴물처럼 사람들을 얽어매고 있었던 것이지요. 주인공 일가는 딸을 잡아간 괴물과 자신들을 잡으려는 또 하나의 괴물들과 맞붙어 싸울 수밖에 없었지요. 결국 한강의 괴물을 이긴 것은 데모로 단련된 화염병 투척 기술과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에 과녁을 맞추지 못했던 2류 양궁선수의 불화살이었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주인공이 일상으로 돌아가듯이 왜 괴물이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그리고 괴물을 잡기위한 대응의 문제점도 밝히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문득, 요즘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이 영화가 생각나는 것은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교회도 이런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시대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하나님의 뜻을 온전하게 드러내지 못할 때 교회는 영화에 나오는 그런 괴물의 모습을 가질 수도 있을 겁니다. 그것이 진짜 괴물이든 아니면 괴물 같은 권력이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