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골 칼럼]긍휼히 여긴 자

새 엄마 장례를 마친 A권사님께서 보낸 참살이 빨간 양파 즙을 받았다. 감사한 마음에 전화했더니 장례 치른 말씀을 들려 주셨다. “목사님! 새 엄마 큰 딸은 미국 거주해 전화만 왔어요. 생전에 통화 할 때<우리 천국에서 만나자> 했데요. 작은 딸은 개인택시 운전사로 새 엄마가 소천한 날(5/8), 폐차시킬 만큼 사고를 냈데요. 다행히 몸 다친 곳이 없어 자기 딸과 서울에서 내려 왔지요. 그 이도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아 혼자 사나 봐요. 무엇보다 엄마가 자기 안 키우고 시집갔다고 정 없어라 하데요. 입관할 때 그 딸이 소리 없이 눈물 흘렸지만 통곡하지 않았어요.

새 엄마가 친정집에서 33년 살았어요. 3년 전, 무안 아파트로 분가 하셨지요. 그래 올케가 반찬 만들어 갔다 드렸어요. 새 엄마가 목포 요양원에 계실 때, 아버지는 아침에 가서 종일 시중들었어요. 최근에 치매가 왔어도 생일은 기억했어요. 새 엄마 좋아한 갈비와 잡채를 해다 드렸데요. 며느리가 그렇게 잘 해도 ‘정이 없어라’ 했어요. 왜냐하면 새 엄마가 속은 좋아요. 그런데 말을 예쁘게 못했어요. 오히려 제가 친정가면 ‘우리 딸 오네.’ 친딸처럼 반겼어요. 일주일간 화장실 못 갈 때, 제가 괜찮은 변비약 사다 준 관심이 고마웠나 봐요. 새 엄마는 돈을 너무 아꼈어요. 만원 들고 벌벌 떨었어요. 돌아가신 후, 지갑 보았더니 5만원권 백만원이 나왔어요. 쓰고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이제 아버지는 거기서 혼자 사신데요. 올케가 아버지 돌아가실 때까지 섬기실 거여요. 올케는 어른 잘 섬기고 원래 퍼주길 좋아해요. 시골 교회에서 매 주일 반찬은 올케가 집에서 다 해 가요. 자원해서 기쁨과 감사로 섬기지요.

목사님! 올케가 목사님 말씀을 자주하며 너무 감사했어요. 세 분의 목사님이 장례식장에서 예배를 드렸어요. 우리 집 형편을 정확히 아시는 분은 목사님뿐이었어요. 말씀으로 딱 정리해 주신 것이 위로가 되었어요. 친딸도 서울 가면서 너무 감사했어요. 올케 자주 찾아뵙겠다 했어요. 자기 생각에 새 엄마라 대충 장례 치를 줄 알았나 봐요. 그런데 남동생이 지역 유지라 화환도 많고 조문객이 줄을 서서 장대하게 치렀거든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화장한 유골을 광주시에서 관리한 곳에 부었어요. 나서서 말은 못했지요. 그러나 <자기 부모 아니라 그러나 보다>라는 생각에 서운했어요. 그런데 친 딸은 얼마나 마음 아팠겠어요.”

B권사님 딸이 친정에 내려와 위암 투병하고 있다. 하지만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없어 심방 받기를 꺼렸다. 그래도 기도하면 마음에 걸려 형편을 알고 싶었다. 죽을 사들고 집 앞에서 전화하고 벨을 눌렀다. 딸이 현관문을 열었다. 무릎 아파서 일어나지 못하신다는 권사님은 외출하셨다. 권사님 딸은 왜소하여 항암 치료 받을 체력이 아니었다. 오빠가 민간요법으로 처방하였다. 주로 야채를 갈아 마시기에 통증은 없었다. 하지만 말의 힘이 약했다. 눈과 치아도 안 좋아 보였지만 잠은 잘 잔단다.

남편 사별 후, 아들 셋은 친할머니 집에서 키웠다. 권사님 딸은 외국인 근로자와 재혼하여 13년 살고 있다. 둘째는 군대 가고 막내만 왕래했다. ‘이혼하고 내려오라’는 오빠의 말에 귀를 막았다. 그이와 정들었기에 오빠 말 듣고 저녁내 울었단다. 헤어지면 그는 당장 불법 체류자로 추방당하기 때문이었다. ‘목사님! 그 이가 날 살렸는데 생각하면 머리 아파요. 그가 돈 벌어서 방세 내고 사는데 정리할 수 없어요.’ 현재 상태로 기초 수급 받을 형편은 안 되었다. 암환자로 등록도 불가능하였다.

한 때는 믿음 생활 잘 한다는 소식을 권사님께 들었다. 하나님은 가장 약한 딸을 쓰신다고 권사님이 자랑하셨다. 동남아 선교도 다녀왔다. 외국인 근로자 전도에 열심이었다. 막상 권사님 딸을 만나 믿음을 진단했더니 제로였다. 교회에서 상처 받고 신앙생활을 떠난 상태였다. 말씀도 멀리하고 기도생활도 안했다. 난 시편 말씀을 폈다.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라 내 속에 있는 것들아 다 그 성호를 송축하라.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며 그 모든 은택을 잊지 말지어다. 저가 네 모든 죄악을 사하시며 네 모든 병을 고치시며 네 생명을 파멸에서 구속하시고 인자와 긍휼로 관을 씌우시며 좋은 것으로 네 소원을 만족케 하사 네 청춘으로 독수리 같이 새롭게 하시는 도다.”(103:1-5) 이 말씀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오빠랑 같이 읽고 자세하게 증거 하였다. 말씀에 의지하여 머리에 손을 얹었다. 주님의 온전한 치유가 영혼과 육체 가운데 임하도록 간절히 구했다. 다음 날 아침, 교회로 찾아오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그럴 만한 힘이 없어 보여 한참 그의 하소연을 들어 주었다. 성경에서 긍휼은 ‘같은 태에서 나온 이들에 대한 감정’이란 기본적 의미가 있다. 젖을 빠는 아기에 대하여 어머니가 가지는 애틋한 정이다. 즉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하나’라는 뜻으로 상대가 어려움에 처할 때 발동함이다. 우린 하나님의 긍휼을 입었기에 긍휼을 베풀어야 한다.

이상래 목사(광주신광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