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이순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그의 ‘죽음’에 대한 생각이었다.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는 당파싸움으로 인해 그리고 나약한 왕이었던 선조로 인해 이순신은 마지막 전투에서 죽기를 원하는 것처럼 묘사되었고 이순신은 마지막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죽음으로서 영원히 살게 되었다는 것이 드라마가 던지는 ‘불멸’이라는 말이 갖고 있는 멧세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토록 잦은 당파싸움 속에서, 그리고 누군가가 나라를 위해 돋보이는 행동을 한다 해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그것을 여지없이 깍아 내리려고 혈안이 되었던 당시의 정치가들의 모습이 드라마 작가로 하여금 충분히 그런 예측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드라마에서는 언제나 이순신 뒤에 ‘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卽死 必死卽生)’, 즉 살고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는 뜻의 휘장이 있었다. 시대가 변한 지금도 이순신 시대만큼 답답한 시대를 우리는 산다. 배가 침몰하는데도 자기만 살겠다고 배와 승객을 버려두고 나온 선장이나 승무원들도 답답하기만 한 사람들이고,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300여명을 죽인 나라가 우리 나라라는 사실도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시급 5,210원도 받지 못하며 노예처럼 일해야 하는 알바를 뛰는 아이들이나, 학교를 다니는 내내 등록금과 혹은 생활비와 싸우다 결국 신용불량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젊은 청년들, 그리고 철저히 삶에 매몰된 아픔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들도 늘어가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5.18이 지나간다. 옳음을 위해 죽어간 이들을 따르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卽死 必死卽生)’을 살자는 노래가 아닐까?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믿음의 바탕도 ‘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卽死 必死卽生)’의 삶이다. 주님은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찾으리라 /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마태복음16:25-26)’라고 말하신다. 이런 믿음의 모습은 풀무불 앞에선 다니엘의 세 친구들처럼, 혹은 사자굴에 던져질 위기 앞에서 선 다니엘처럼 하나님을 의지함(필사(必死))으로 살수있게 되었다(즉생(卽生)). 이때 ‘필사(必死)’를 하기 위해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이 하나님의 살아계심에 대한 믿음이다. 룻이 그의 시어머니 나오미를 따라가기로 마음먹은 것도 역시 ‘필사(必死)’이고, 히스기야가 앗수르의 산헤립이 보낸 장군 랍사게의 위협적인 독설 앞에서 전투를 위해 전장으로 나가지 않고, 성전으로 나간 것 역시 스스로를 죽임, 즉 ‘필사(必死)’를 통해 하나님의 살아계심에 대한 믿음이 바탕이 된 것이다. 에스더의 ‘죽으면 죽으리라’는 말 역시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삶을 잘 보여준다. 이런 ‘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卽死 必死卽生)’을 예수님은 산상 수훈에서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는 것으로 말씀하신다.
사람이 중심이 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런 ‘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卽死 必死卽生)’의 생각은 낮설 수 있지만, 그리스도 예수를 위한 삶의 방법과 의미를 이 말로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오성환 목사(신학포럼 빛 원장, 이야기가 있는 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