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상수훈의 8복은 ‘의’를 중심으로 말씀되어지지만, 그 시작은 가난함이다. 예수님은 가난한 자들이 받아야 할 위로(복)를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마태복음5:6)’들이 받는다고 말씀하신다. 가난한 자들이 받아야 할 복은 ‘배부름’인데, 예수님은 ‘배부름’을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들이 받는다고 말씀하시고, 가난한 자들에게는 ‘천국이 그들의 것(마태복음5:3)’이라고 말씀하신다. 어떤 면에서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들이 천국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가난함을 스스로 느끼는 것은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에서 이야기하는 ‘자신의 비참한 상태’를 아는 것이다. 위로받아야 하는 자신을 보는 것, 그것이 하나님의 은혜이고, 하나님의 구원이 시작되는 바탕이 된다. 그리고 그 비참함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구원이다. 즉 구원은 비참함의 이유를 해소하는 대증요법이 아닌 근본적인 치료를 통해 가능하다. 하나님은 그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그의 백성들로 하여금 애통하게 하신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바로의 압제를 받으면서 ‘여러 해 후에 애굽 왕은 죽었고 이스라엘 자손은 고된 노동으로 말미암아 탄식하며 부르짖(출애굽기2:23)’었고, 하나님은 그들의 부르짖음을 들으시고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세운 그의 언약을 기억하사 / 하나님이 이스라엘 자손을 돌보셨고 하나님이 그들을 기억하셨(출애굽기2:24-25)’ 다. 그리고 준비하신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에서 구원하신다. 가난한 자들, 자신의 비참함을 아는 자들은 언재나 하나님 앞에 애통하는 자가 된다. 하나님 앞에 나가 자신의 비참함을 애통함으로 호소하는 자는 하나님의 통치를 받아들이는 자들이다. 즉, ‘천국이 그들의 것’이 되었다는 말이다. 하나님의 통치를 받아들이는 자, 천국의 백성된 자들은 그래서 자신의 가난함을 하나님께 ‘애통’하는 자이고, ‘애통함으로’ 하나님께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는 자다. 그리고 애통하는 자들에게는 ‘위로’가 주어진다. 가난하지 않은 자는 애통할 이유가 없다. 애통하지 않는 자는 기도할 이유도 없다. 과거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들이 당하는 압제로 인해 애통했고,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들의 부르짖음을 들으시고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의 언약을 기억하시고, 그들을 돌아보셨다. 부르짖었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았고, 하나님의 은혜로 애굽을 나올 수 있었다. 애굽을 나오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함을 배운다. 즉, 그들은 온유함을 배움으로 땅을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들을 통해 보았던 자신들의 ‘가난함’은 ‘배부름’으로 변한다. 하나님과의 온전한 관계는 결국 가난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배부름으로 이어졌다. 모세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인정을 받고 가난함에서 벗어나 배부른 상태가 될 이스라엘을 향해 ‘너는 조심하여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내신 여호와를 잊지 말고 / 네 하나님 여호와를 경외하며 그를 섬기며 그의 이름으로 맹세할 것이니라 / 너희는 다른 신들 곧 네 사면에 있는 백성의 신들을 따르지 말라 / 너희 중에 계신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는 질투하시는 하나님이신즉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진노하사 너를 지면에서 멸절시키실까 두려워하노라(신명기6:12-15)’ 라고 경고한다. 이스라엘의 역사는 자신의 배부름을 지키기 위한 역사였다. 그들은 가난하지 않았기 때문에 애통하지 않았고, 애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온유하지 못했고 결국은 하나님과의 온전한 관계, 즉 의를 갈망하지도 않았다.

나라를 빼앗긴 우리 선배들도 나라를 지키지 못한 스스로의 무능을 보았다. 그리고 애통함으로 주님께 기도했다. 이들의 기도에 하나님은 응답하셨고,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애통함이 없어졌다. 하나님을 향한 애통함은 물론이고, 조국을 향해서, 교회를 향해서 그리고 우리 이웃을 향한 애통이 없어졌다. 혹시 있다면 우리의 애통은 자신만을 향한 것이 아닌가? 우리는 하나님 때문에, 교회 때문에 그리고 조국으로 인해 울어는 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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