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은 복음선포를 확정시킨 유력한 목사이고 신학자이다. 개혁된 교회(Reformed Church)는 복음선포를 미사(Mass) 행위(ex opere operato)에 대체시켜, 모든 그리스도인이 연합하는 예배(Worship)로 전환시켰다. 그래서 성찬 집례에 대해서 소홀하게 된 부작용이 발생할 정도이다. 그러나 칼빈파는 성찬 준수 강조를 쉬지 않는다. 복음선포와 성례 준수는 교회의 표지(nota ecclesiae verae)이다. 그럼에도 성례(성찬)은 복음선포에 기초하기 때문에 복음선포의 우선성과 중대함을 포기할 수 없다. 칼빈은 사도행전 2:42 주석에서 ‘교회의 참되고 진정한 모습이 판별될 수 있는 네 표지들(quatuor notas, ex quibus vera et genuina ecclesiae facies diiudicari(=dis+judico) queat), ‘교리/복음(doctrina)', ‘기도(preces)', ’성도의 교통(communicatio)', ‘빵을 뗌 (fractio panis)'을 제시했다. 이는 예배에서 수행할 내용이다. 성도의 교통은 복음으로 하나됨을 이루어 그리스도와 온전한 연합을 이루는 것을 가시적으로 볼 수 있다(ecclesia visibilis). 교회를 보일 수 있게 하는 수단이 복음선포와 성례(세례와 성찬)이다. 칼빈은 ’구제‘를 강조했지만 교회가 세상에 보이는 수단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칼빈의 설교에서 중요한 개념이 이중음성(duplex vox) 구도이다. 칼빈은 목사가 두 개의 음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하나는 양들을 영접하고 모으는 음성이고, 다른 하나는 이리와 도둑을 밀어내고 쫓아내는 음성이라고 제시했다. 칼빈은 말씀 사역자를 또 다르게 제시했는데, 복음선포로 “온순한 자들을 다스리고 인도하는 것”, 둘째 “진리의 적에 대해서 변호하고, 또 반박하기 좋아하는 자들의 자랑과 고집을 격파하는 것”으로 제시했다.

칼빈은 디모데전서 22번째 설교에서도 설교자의 이중음성 구조를 제시했다. 한 쪽으로 택자를 보호하며 양육하는 것, 다른 쪽으로 교회 내부 외식자와 교회 외부 불법자(이리와 도둑)의 획책을 무마시키고 변호하는 것이다. 전자를 위해서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순수한 교리를 보수하며 계승해야 하고, 후자를 위해서는 엄중한 음성으로 순수한 교리와 학문으로 변증(Christian Apologetics, 辨證學)하며 험증(Christian Evidences, 驗證學)해야 한다. 설교자의 한 목소리(unos vox)에서 이중음성(duplex vox)이 들려야 하는 것이 큰 능력이다.

사도 바울은 데살로니가에서 3 안식일을 지내며 회당에서 복음을 전도(예수를 증언함)했다(행 17:2). 행 17:3에서 바울은 성경을 해석하며 그리스도의 고난, 죽음, 부활, 그리고 예수가 바로 그리스도라는 것을 증거했다. 그런데 바울이 떠난 뒤에 데살로니가 교회에는 종말 사상에 대한 오해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살전 4장). 바울이 전한 복음은 복음 전체 체계를 전달한 것이다. 그래서 짧은 기간에 복음 내용 전달에서 오는 오해로 데살로니가 교회가 문제가 발생했다. 복음의 내용이 없어서 문제가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준수함으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세 번의 설교, 세 번의 만남에서 복음 전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과 능력은 대단한 것이다. 우리시대 설교자는 세 번 설교 후에 전체 도식을 말해주면 설교꺼리가 없을 것을 걱정할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설교꺼리를 찾아서 예화를 뒤지고, 주제를 찾아 해 멜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복음 사역자는 복음의 내용이 전달되는 것은 만족하고, 복음을 받는 사람은 복음의 도를 더 깊이 듣기 위해서 복음을 사모할 것이다. 전하는 자나 듣는 자가 생명과 정성을 다하여 복음을 사모해야 한다. 칼빈은 교회 사역자들을 “성령의 도구들(organa spiritus sancti)”이라 불렀다. 성령의 인도와 지도 없이는 하나님의 교회가 존재할 수 없다.

필자는 이중음성 구도에 대해서 “한 음성에서 두 음성으로(A Method of from One way to Two way)”이라고 생각했었다. 영의 소리는 다중적(multi)이지만, 사람의 소리는 단일(mono)한데, 영의 의미를 전달하려는 방식은 전달자가 영의 의미를 갖고서 발성기관(vocal organ)으로 발화(發話, articulation)를 해서 단일 음성으로 전달시키는 것을, 청자가 들어 영의 다중 의미로 수용해야 한다. 화자(話者, speaker)와 청자(聽者, listener)가 모두 그리스도인이어야 가능하다. 전달자가 단성으로 전했는데(크리스천 혹은 넌-크리스천) 수용자가 다중의미로 수용하는 방식은 바람직한 성도의 교통(mutua communicatio)이 될 수 없다. 청자가 화자의 의미가 아닌 자기 멋대로 의미를 취합하여 만들어 내는 것은 비인격적 방식이고 부당하다. 또한 영적 의미는 풍유적인 방식이 아닌 명료한 체계(explicit faith)로 충분하게 전달될 수 있다. 개혁된 신학에서 암묵적 믿음(implicit faith)을 거부하기 때문에, 암묵적 지식(implicit knowledge)을 난발하여 암묵적 믿음으로 진행하는 것을 금해야 한다. 칼빈은 율법 등 성경이 제유법(提喩法, synecdoche)이 있음을 잘 밝혔다. 설교자는 명료한 의미를 제시해야 하지만, 다양한 수사법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복음은 한 내용이며 전체이고 전체가 하나이다. 전체에서 떨어진 한 복음 내용은 사기이고, 전체로 나가지 않은 복음은 교만이다. 복음 전체를 파악하여 수용하는 일이 사역자에게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필자는 사도 바울, 사도 베드로, 사도 요한에게는 복음 전체를 담지한 사역자로서 교회의 기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나머지 사도들의 권능을 차등으로 두는 것은 아니다. 사역자는 사역자의 효능에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역자를 부르신 주님께 있기 때문이다.

설교자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주께서 주신 직임을 수행한다는 의식이다. 이중소명(duplex vocatio)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주님께서 그리스도인으로 부르시고, 또한 교회의 직원으로 부르시는 것이다. 둘째 사역자로 주님께서 부르시고,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부르는 것이다. 교회 직원에게 교회는 진리의 기둥과 터(columna et firmamentum veritatis)이다(딤전 3:15). 

고경태  ktyhb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