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그 존재의 원인에 대한 무지로 인해 비참함을 느낀다. 그 무지함은 때로 자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로 나타날 수 있고, 삶에 대한 무력감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더욱이 사람은 불확실한 내일 때문에 비참하다. 내일은 언제나 사람에게 다가서는 시간이지만, 그 시간에 대한 정보는 언제나 불완전하다. 그래서 내일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하이데거가 인간의 실존을 ‘염려’로 이야기하는 이유는 내일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비참한 인간이 그 비참함 속에서 죽어가는 것은 하나님을 떠난 자가 경험하게 되는 하나님의 형벌이다. 바울은 로마서에서 하나님을 떠난 자들에게 내리는 하나님의 벌의 모습을 ‘버려둠’이라는 말로 이야기한다. 하나님은 하나님을 떠난 자들을 ‘그들의 마음의 정욕대로, 그들의 부끄러운 욕심에, 상실한 마음에 버러 둠으로써(로마서1:24, 26, 28)’ , 하나님을 떠난 인간은 자신들의 비참함 안에서 죽어 감을 이야기한다. 사람의 이러한 비참함에서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상실함이 채워지지 않는 삶, 즉 비참함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없는 삶,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로마서7:24)’는 탄식은 그래서 현대인들의 실존적인 비참함의 모습이다. 이러한 사람의 모습을 하이델베르크 요리분답 8문에서는 인간의 무능하고, 모든 악으로 기울어지게 부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의 상태를 하나님이 그대로 방치하시지는 않는다. 하나님이 인간을 그의 비참함에서 구원하시기 위해서는 우선 하나님께 있는 공의로움이 만족되어야 하고, 두 번째는 하나님의 자비로우심이 드러나야 한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하나님의 공의 혹은 자비로움만이 나타난다면 하나님의 속성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즉, 하나님의 공의만이 만족된다면 하나님의 사랑의 속성에 문제가 생기고, 하나님의 자비로우심만 드러난다면 하나님의 공의에 문제가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요한복음 8:1-11의 짧은 이야기 속에서 본다. 그리고 우리는 현장에서 잡혀온 간음한 여인의 문제를 풀어주시는 주님을 통해 하나님의 속성에서 상충될 수 있는 문제를 풀어가시는 하나님의 지혜를 본다. 이 이야기 안에서 제기된 문제는 레위기20:10의 “누구든지 남의 아내와 간음한 자 곧 그 이웃의 아내와 간음한 자는 그 간부와 음부를 반드시 죽일지니라”라는 율법이다. 이 본문에서 우리는 예수님이 유대인들의 계책에 사로잡혀 있음을 볼 수 있다. 즉, 간음한 여인은 있어도 간음한 남자는 없는 이 특이한 상황은 예수님으로 하여금 ‘용서와 죽임’이라는 딜레마를 갖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용서하라고 말 할 수 없는 상황과 죽이라고 말 할 수 없는 상황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예수님의 지혜를 볼 수 있다. 즉, 예수님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말씀으로 그 여인을 구한다. 예수님의 공의와 예수님의 사랑이 동시에 만족되는 놀라운 지혜로 말이다. 하나님은 이러한 지혜로 우리를 구원하신다. 우리의 비참함을 극복하게 하시는 원리가 여기에 있다. 그 하나님의 지혜가 바로 그리스도의 십자가이다. 바울은 고린도전서에서 ‘십자가는 오직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이고, 하나님의 지혜’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님의 지혜로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다.

우리가 기뻐하고, 기도하고, 감사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는 그 십자가의 사랑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우리에게 십자가의 사랑을 허락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은 기뻐하고 감사하며 사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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