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신에 속한 교수님들의 경우 이 두 가지로 분류하는 것에 상당한 중요성을 부여하시는 것 같지만, 총신에 속한 교수님들, 적어도 제가 학교에 다니면서 이 부분을 강조하신 분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앙고백서 외에 여러 조직신학자들의 책과 글들을 읽어보면 꼭 그리스도의 순종을 두 가지로 나누는 것에 절대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들이 많은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선 프렌시스 튜레틴도 그리스도의 순종을 두 가지로 구분하는 것에 대해서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조나단에드워즈는 이상한 구분이고 성경에서도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메이첸과 게르하더스보스의 제자요 동료 교수였던 존 머레이는 1년간 프린스턴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친 후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설립에 참여하여 메이첸과 보스의 뒤를 이어 무려 33년간 조직신학을 가르쳤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메이첸의 마지막 임종전 Telegram 메시지는 바로 존머레이에게 보낸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존 머레이교수 역시 그리스도의 구속과 칭의를 강의하면서 개혁파 선배들의 그리스도의 순종에 대한 구분을 지나친 스콜라적 구분으로 제시하면서, 그리스도의 순종을 두 가지로 나눌 필요 없음을 강조했습니다.

존 머레이는 메이첸 교수가 자신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의 의미가 무엇인지 친절하게 해설하는 아티클(https://ulsterworldly.com/…/hope-and-the-active-obedience-…/)을 쓰기도 했지만, 자신의 신념을 따라 메이첸을 비판하기 보다는 스승이요, 선배요 친구였던 메이첸이 남기고자 했던 메시지의 의미를 잘 드러내주었습니다.

마틴로이드존스, 쟈니에릭슨타다, 존 파이퍼, 스펄전 목사를 비롯한 수많은 영향력 있는 신학, 신앙서적 뿐 아니라 ESV 스터디바이블을 출간한 크로스웨이 출판사의 대표인 Justin Taylor박사는 Southern Baptist 신학교에서 공부했지만 그리스도의 순종을 두 가지로 나누는 것에 대해서 성경적으로 신학적으로 반박하는 글(https://www.thegospelcoalition.org/…/what-is-the-difference…)을 올렸습니다.

Faith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의 Myron Houghton교수 역시 그리스도의 순종을 두 가지로 구분하는 것의 부당함을 그의 아티클(Faith Pulpit/ Faith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분명히 밝혔습니다. 특별히 그는 이 글에서 Alexander F. Mitchell의 웨스트민스터 총회역사에 기록된 당시의 장면을 인용하여 소개하였습니다. 당시 신앙고백서를 작성할 때 이 주제와 관련해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개혁주의 신학자와 목회자들이 이 주제와 관련해서 동일한 의견을 가진 것이 아니었기때문입니다. 더욱이 당시 가장 유명했던 몇몇 신학자들, 당시 총회 의장이었던 William Twisse박사, Thomas Gataker박사(웨스트민스터 총회의 장면을 묘사한 그림에서 일어나서 발언하는 분이 바로 이 분으로, 양심의 자유에 대해서 발언하시는 모습을 존로저스허버트가 그림), Richard Vines도 신자에게 전가된 의는 당시 신학자들의 주장하던 수동적 순종 뿐임을 일관되게 주장했습니다.

위와 같이 그리스도의 순종을 두 가지로 나누는 것만이 정통 개혁주의 신학이 아닙니다. 각자의 신학의 강조점에 따라서 이것을 나누기도 하고, 한 가지로 보기도 하고, 수동적 순종만이 신자에게 전가된 의라고 보기도 합니다.

신앙고백서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은 아주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신앙고백서에 절대성을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여러 조직신학자들의 신학과 글들을 함께 비교하면서 읽고 연구할 때 한 가지 주장이 절대적으로 옳을 것이라는 오류와 모순에 빠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대운 목사(수원 경성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