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는 옛말 ‘므은둘레’가 때를 따라 바뀌어 된 말이라고 한다. 문 밖으로 나서면 문 둘레에 언제나 흐드러지게 자라는 풀이라서 ‘므은둘레’라고 했다고 한다. ‘말모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민들레에 대한 이야기이다. ‘말모이’라는 영화는 지루하고, 진부하지만 참으로 혹독한 일제 시대의 아픈 이야기들 가운데서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민들레처럼 살아간 사람들과 우리나라의 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우리말을 죽이려하는 일본과의 싸움을 보여주었다. 독립에 대한 희망을 잃고 항일 운동을 하던 많은 사람들이 친일로 돌아선 그 때에 어떤 면에서는 독립이라는 거대한 꿈이 아니라, 우리말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말을 모아 사전을 만들려했던 그 사람들은 정말 민들레 같이 밟아도 혹은 뿌리를 잘라내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잔혹하게 일본에게 짓밟혀도 민들레처럼 살아남았다. 그리고 요즘 말로 깡패같이 살다 우연히 조선어학회에 참여하게 된 민들레 같은 한 사람의 죽음으로 ‘우리말 큰 사전’은 민들레처럼 살아남았다. 한글을 지킨 사람들은 매 맞고, 옥에 갇혔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말모이’라는 영화에서는 독립이니, 겨레의 정신 같은 어려운 말은 몰라도 두 아이에게 깡패로 살아서 미안했던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르던 그 사람의 희생으로 민들레처럼 퍼져 지금 우리는 한글을 쓴다. ‘말모이’의 주인공들이 그렇게 죽음을 불사하면서 만들려고 했던 것은 사전이다. 사전은 민들레처럼 문 둘레에 흐드러진 말들을 모은 것이다. 민들레처럼 흐드러진 말들을 모아 어느 말의 뜻은 무엇이고, 또 뜻이 같은 말은 무엇이고, 같은 뜻이지만 다르게 말하여진 말들은 어느 것인가를 모은 책이다. 그래서 사전은 나랏말의 기준이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민들레’를 생각했다. 정말 옛날에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고, 발로 밟아도, 장난으로 뿌리를 뽑아도 그 자리에 자라던 ‘풀’ 이었던 민들레. 영화 속의 진짜 민들레는 그렇게 압박을 받아도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우리 말’이었고, 우리말을 쓰는 우리들 이었다. 말모이라는 영화를 통해 보여준 ‘조선말 큰 사전’은 주시경 선생이 사전을 만들자고 제안한 이후 46년 만인 1957년에 완간되었다고 한다.
믿음도 민들레처럼 삶에 널려있다. 말하고, 자고 눕고 일하는 모든 삶에 있다.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알기 때문에 사탄이 우는 사자처럼 우리의 영혼을 삼키려 할지라도 우리는 하나님을 바라보면서 살고 있고, 우리의 그런 삶에는 언제나 믿음이 바탕이다. 그래서 믿음을 지키려고 했던 믿음의 조상들의 삶을 히브리서에서는 ‘그들은 믿음으로 나라들을 이기기도 하며 의를 행하기도 하며 약속을 받기도 하며 사자들의 입을 막기도 하며 / 불의 세력을 멸하기도 하며 칼날을 피하기도 하며 연약한 가운데서 강하게 되기도 하며 전쟁에 용감하게 되어 이방 사람들의 진을 물리치기도 하며 / 여자들은 자기의 죽은 자들을 부활로 받아들이기도 하며 또 어떤 이들은 더 좋은 부활을 얻고자 하여 심한 고문을 받되 구차히 풀려나기를 원하지 아니하였으며 / 또 어떤 이들은 조롱과 채찍질뿐 아니라 결박과 옥에 갇히는 시련도 받았으며 / 돌로 치는 것과 톱으로 켜는 것과 시험과 칼로 죽임을 당하고 양과 염소의 가죽을 입고 유리하여 궁핍과 환난과 학대를 받았으니 / (이런 사람은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느니라) 그들이 광야와 산과 동굴과 토굴에 유리하(히브리서11:33-38)’는 삶을 살았다고 말한다. 믿음은 그렇게 수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에게 찾아왔다.
아주 멀리 있는 것 같아 독립에 대한 절망으로 많은 독립 인사들이 친일로 변했던 그 암울한 시기에 우리말을 위해 고통을 감내했던 그 사람들처럼, 하나님의 백성들은 암울한 현실을 믿음으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알며 하나님을 드러내는 삶을 감당한다. 그리고 민들레처럼 하나님을 믿는 믿음을 우리의 삶에 가득히 드러내기를 원한다. ‘밤이 깊고 낮이 가까웠으니 그러므로 우리가 어둠의 일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자(로마서13:12)’ 는 바울의 권면이 새로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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