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린도전서15:10)'

이 말씀은 바울의 유명한 고백이다. 여기서 가장 마음에 와 닿으면서도 가장 잊기 쉬운 말은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이다. 은혜라는 말은 이성적으로나 경험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은혜라고 여겨지는 것들을 생각해보자

- 바울이 말하는 '나의 나 된 것은'이라는 말은 아마 바울을 구원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말하기 위함이다. 바울은 하나님의 교회를 핍박하고, 하나님의 백성들을 잡아가두기 위해 다메섹으로 가는 길에서 예수님을 만났다. 그리고 바울은 자신을 가리켜 '만삭되어 태어나지 못한 나' 혹은 '죄인 중의 괴수(딤전1:15)' 같은 자신에게 하나님께서 구원을 베푸셨다고 말한다. 따라서 바울이 생각할 때 바울 자신이 구원받은 것은 철저한 하나님의 은혜이다. 역시 우리가 구원을 받은 것도 정말 하나님의 은혜다.

- 바울은 또한 자신의 삶을 이끌어 가는 원리 역시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했지만, 그것은 내가 아니고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바울은 자신이 당한 고난을 여러 가지로 말한다. 40에 하나를 감한 매를 3번 당했고, 물의 위험과 강도의 위험과 바다의 위험등과 같은 엄청난 고난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일에 있어서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기에 자신의 삶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바울은 그런 자신의 삶을 '핍박과 고난과 또한 안디옥과 이고니온과 루스드라에서 당한일과 어떠한 핍박 받은 것을 네가 과연 보고 알았거니와 주께서 이 모든 것 가운데서 나를 건지셨느니라(딤모데후서3:11)'라고 말한다.

- 바울은 하나님의 은혜를 이해했기 때문에 현실적인 고통을 이기고 하나님의 뜻에 맞는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는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삶을 예측하지 못하게 하는 것 역시 하나님의 은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도자는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 하나님이 이 두 가지를 병행하게 하사 사람으로 그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느니라(전도서7:14)' 라고 말한다. 우리의 삶에는 하나님의 은혜가 아닌 것이 없다. 모든 것이 주께로부터 왔다. 그래서 어렵고 힘든 날에는 생각하라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역사를 이끌어 가신다. 다신교적인 상황을 갖고 있는 시대 속에서, 그리고 무명의 한 사람을 택하시고 그와 동행하심으로 하나님은 긴 역사를 시작하셨다. 그리고 그 긴 역사 안에 내가 있다. 나 같은 죄인을 살리시려고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셨다. 그 영광의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바로 하나님의 은혜이다. 우리가 기뻐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우리는 바울처럼 나에게 다가서는 삶의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 하나님의 백성인 우리가 삶의 어려움들을 이겨나감으로 우리는 하나님의 영광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삶 속에서 끊임없이 하나님께 기도하게 된다. 때로 우리에게는 어려운 일도 생긴다. 어떤 때에는 삶 그 자체가 무의미하게 보이는 경우도 있고, 어떤 때에는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따라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우리가 감사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내 뜻에 맞는 것만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하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때로 하나님은 우리를 너무 사랑하심으로 우리가 원하지 않는 삶으로 우리를 이끌어 가실 때도 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자들이고, 그래서 기뻐하고 기도하고, 감사하며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나가는 우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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