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은 로마서에서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 내랴(로마서7:24)’라고 질문을 던진다. 로마의 살아있는 죄인을 죽은 몸에 묶어 사형시키는 로마의 사형법을 이야기하는 이 구절은 ‘육신에 속하여 죄 아래 팔’린 삶의 실존적인 모습이다. 살아있으나 죽은 존재라는 말이다. 바울이 던지는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 내랴’는 질문의 답은 ‘없다’이다. 스스로도 불가능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 역시 사망의 몸에 매여 있기 때문에 사람은 누군가를 도와줄 수 없다. 이런 절망을 느꼈던 사람들이 있다. 민수기에는 가데스바네아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나안 땅을 정탐하고 난 후에 이스라엘 화중 앞에서 정탐한 것을 보고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한 10명의 정탐꾼들은 자신들이 돌아보고 온 땅의 비옥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땅에 사는 거민들의 장대함과 성읍의 높음을 이야기하면서 결코 빼앗을 수 없을 것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가나안 당에 사는 사람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면서 ‘또 네피림 후손 아낙 자손 대장부들을 보았나니 우리는 스스로 보기에도 메뚜기 같으니 그들의 보기에도 그와 같았을 것(민수기13:33)’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가나안 땅의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 절망은 바울이 사망에 몸에서 자신을 건져낼 자가 없다는 절망과 같다. 스스로 자신들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리도 이런 절망은 느낀다. 다가온 미래 앞에서 스스로 메뚜기같다는 생각을 한다. 미래를 바라보았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죽은 몸에 매여 천천히 죽어가든가, 기름진 땅을 포기하고 다시 노예생활로 돌아가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절망스럽고, 고통스럽다. 인간은 스스로를 바라볼 때 이렇게 무능한 존재이다. 그리고 긴 역사를 통해 사람의 무능함은 사람이 이루어놓은 문명적인 성취와 비례해서 드러났다. 그런데도 사람은 늘 스스로를 바라본다. 하나님처럼 되기 위해 선악과를 따먹은 하와처럼 스스로 무엇인가가 되기 원한다. 그러나 자신을 바라볼 때 사람은 그렇게 절망스럽다. 스스로의 힘으로 구원을 이루려는 삶의 모습은 ‘사망의 몸에 매여’ 죽음을 향해가는 삶이고, 스스로를 메뚜기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
하나님은 스스로를 메뚜기라고 말했던 이스라엘 사람들과 광야에서 40년을 동행하시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과 함께하시면 그 어떤 적들도 이길 수 있음을 보여주신다. 이스라엘을 저주하려던 발람도 이스라엘을 바라보면서 ‘여호와는 야곱의 허물을 보지 아니하시며 이스라엘의 패역을 보지 아니하시는도다 여호와 그의 하나님이 그와 함께 계시니 왕을 부르는 소리가 그 중에 있도다 / 하나님이 그들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셨으니 그 힘이 들소와 같도다(민수기23:21-22)’라고 축복한다. 스스로를 메뚜가같다고 생각했을지라도 발람은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이스라엘은 들소 같은 힘으로 세상을 제압하는 모습으로 본 것이다. 이렇게 ‘하나님께서 함께하심’을 바탕으로 생각하면, 결코 하나님의 백성은 메뚜기같은 존재가 아니다. 도리어 세상을 정복할 수 있는 들소같은 존재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백성이 세상을 이길 수 있는 들소 같은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은 하박국이 절망스러운 삶의 정황 가운데, 혹은 하나님께서 정의로우신지에 대한 의문이 일어날 정도의 혼란함 가운데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자 망루에 섰을 때 ‘의인은 그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하박국2:4)’라는 말씀을 생각하면 알 수 있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사람들은 그 어떤 절망스러운 삶에서도 하나님을 믿는 믿음으로 세상을 이길 수 있다.
2019년 초입에서 2019년의 끝을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사람이 365일 후의 나와 나의 가정, 교회 그리고 나라를 생각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2019년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 세상은 하나님을 믿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함께하는 나는 메뚜기가 아닌 들소같은 존재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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