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고대 교회의 상태 즉 교황제도 이전의 정치 형태

De statu veteris ecclesiae et ratione gubernandi quae in usu fuit ante papatum.

OF THE STATE OF THE PRIMITIVE CHURCH, AND THE MODE OF GOVERNMENT IN USE BEFORE THE PAPACY.

1. 현재를 이해하기 위한 과거 교회 탐구

칼빈은 기독교강요 4권 3장에서 하나님의 순수한 말씀을 근거로 어떻게 교회 정치 질서와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직분들에 대해서 제시하였다(ut nobis ex puro Dei verbo traditus est, et de ministeriis, ut sunt a Christo instituta). 그리고 4장에서 이 문제들을 더욱 분명하고 명료하게 세우기 위해서 칼빈은 고대 교회의 형태를 고찰할 것을 제언하였다. 칼빈은 고대 교회에서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제도(divinae institutionis imaginem)의 모습을 구체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고대 교회의 감독들이 여러 가지 교회법을 발표하였는데, 그것이 성경에 없는 뜻까지 표현한 듯이 보이지만 그들은 하나님 말씀에 있는 독특한 형태와 일치하도록 세밀하게 주의하였다. 우리는 고대 교회 교부들의 결정이 하나님 말씀의 독특한 형태에 적합하게(unicam illam verbi Dei) 진행되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증명할 수 있다. 혹 그들이 하나님 말씀에서 벗어난(a verbo Dei alienum) 미숙한 결정이 있기도 하였는데, 그들은 하나님께서 세우신 것을 보존하기 위해서 진지하게 노력하였고 또 그렇게 잘못된 것이 없었다. 그러므로 여기서 그들이 무엇을 지켰는가를 간결하게(breviter) 확인하는 것은 대단히 유익할 것이다.

칼빈은 성경에 근거하여 세 종류의 사역자들이(triplices ministros) 있다고 제시하였다. 그리고 고대 교회의 사역자들도 세 부류로 나뉘어 있었다. 장로들의 질서를 따라서(ex ordine presbyterorum) 일부는 목사와 교사(pastores ac doctores)로 구분하였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도덕적인 문제들을 권징하고 교정하는 일을 하였고, 집사에게 가난한 자를 돌보고 구제 물자를 분배하는 사역을 위임하였다.

그러나 독경사와 복사(lectores et acoluthi(服事), Readers and Acolytes)는 성경에 정확하게 직분으로 제시된 부분이 없지만 성직자로 분류하였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일정한 일을 부과하며 자기들의 임무를 잘 이해하도록 훈련시켰는데, 이것은 적당한 때가 오면 곧 직분을 맡을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후에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다.

제롬은 교회 안에 다섯 가지 계급을 말하였는데, 감독, 장로, 집사, 신자, 예비신자(episcopos, presbyteros, diaconos, fideles, catechumenos)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성직자들과 수도사들에게는(clero et monachis) 교회 안에 특별한 위치를 주지 않았다.

2. 장로들의 일치를 위해서 감독이 필요하였다

교회에서 가르치는 사역을 맡은 사람들을 모두 “장로”라고 불렀다. 고대에는 각 도시에서 장로들 가운데서 한 사람을 뽑아 “감독”이라고 불렀는데, 감독의 역할은 지위가 같은 장로들 사이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불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즉 감독에게 장로보다 훨씬 더 많은 영예와 위엄을 부여하여 동료들을 지배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감독은 로마 시대 원로원에서 집정관이 한 것과 같은 일을 하였다(habet consul in senatu). 장로 회의 총회가 소집되면 회의에서 의견을 물어 주재하고, 다른 의견들을 취합하고, 충고하고, 권면하고, 인도하는 일을 회의에서 부여한 권위로 진행한다. 감독은 장로회에서 그러한 일을 하였다.

고대인들은 감독 제도가 당시 필요(temporum necessitate)에 따라 인간적인 합의로 시작되었다고 인정하였다. 제롬은 디도서 주해에서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감독과 장로는 동일하다(inquit, presbyter qui episcopus). 마귀의 유혹으로 교회에 분쟁이 발생하여 각각 나는 바울파다, 나는 게바파라 하기 전에는(고전 1:12, 3:4 참조) 장로들의 공동 협의로 교회를 운영하였다(communi consilio presbyterorum ecclesiae gubernabantur)” 공동 협의가 불가능해진 이후에 불화의 씨(dissensionum semina)를 제거하기 위해서 감독권을 한 사람에게 맡겨야 할 필요가 발생하였다.

장로들은 교회 관례를 따라 주관하는 사람에게 복종해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감독들도 자기가 장로들보다 높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단지 교회 관례에 의한 불가피한 것이며, 장로들과 협력하여 교회를 다스리는 것이 주께서 정하신 질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제롬은 다른 곳에서, 고대 교회의 감독 제도가 어떠하였는지 제시하였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사역한 복음서 저자 마가의 시대부터 헤라클라스와 디오니시우스의 시대까지 장로들은 동료 가운데 한 사람을 뽑아 높은 지위에 부여하여 “감독”이라고 불렀다고 하였다.

그때에 각 도시에 목사와 교사로 구성된 장로회가(presbyterorum collegium qui pastores erant ac doctores) 있었다. 그들은 바울이 감독들에게 명령한 규례를(딛 1:9) 따라서, 사람들 가운데서 가르치고 권면하며 교정시키는 사역을 준행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후계자들을(semen post) 양육하기 위해서 거룩한 군영에 등록한 청년들을(sacrae militiae nomen dederant) 열심히 가르쳤다.

각 도시에서 일정한 구역(certa regio)을 할당하여, 그 지역 안에서 장로들을 선출하였으며 그 지역을 교회의 몸(corpori ecclesiae)에 일치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장로회 정치는 교회의 질서와 평화를 보존하기 위해서 한 감독 아래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감독에게는 다른 사람들보다 위엄을 높게 부여하지만 동시에 형제들의 모임에 동일한 회원이었다(qui sic alios dignitate antecedebat, ut fratrum coetui subiiceretur). 그런데 한 감독이 관할하는 지역이 너무 넓어서 책임을 다할 수 없는 곳이 있을 때에, 장로들을 그런 지역에 배치해서 사소한 일들을 대신 처리하게 하기 위해서, 지역 일부를 감독하는 “지역 감독(provinciam episcopum)”을 두기도 하였다.

3. 감독과 장로들은 말씀과 성례를 시행해야 한다

우리가 명확하게 인지해야 할 것은, 지금 논의하고 있는 감독과 장로의 직분은 말씀을 전파하며 성례를 시행하는 것(verbi et sacramentorum dispensationi)이 우선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알렉산드리아에서 장로가 대중에게 설교를 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한 경우가 있는데, 아리우스가 교회를 소란하게 만든 후에 있었던 매우 제한적인 일이었다. 그 일에 대해서 소크라테스가 『삼부사』(Tripartite History) 9권에서 제시하였고, 제롬은 그러한 사실에 대해서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확실하게 자신이 진정한 감독이라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지 않으면서, 감독이라고 자처한다면 이상한 일이다. 고대 사람들은 엄격하였기 때문에, 주의 사역자라고 하면서 주께서 요구하신 직무를 수행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 칼빈은 어느 한 시대의 규례를 표준화시키지 않았다. 칼빈은 그레고리우스(540-604년) 시대에 이미 고대 교회의 순수성이 많이 부패하여 교회가 거의 붕괴되었다고 평가하였는데, 그것은 감독이 설교를 하지 않은 것을 허용하였기 때문이다. 그레고리우스는 이렇게 말하였다. “감독에게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면 그는 죽은 것이다. 설교하는 소리를 내면서 다니지 않는 감독은 숨은 심판자의 진노를 자기 위에 내리게 한다.” 또 다른 곳에서 더 심각하게 말하였다. “모든 사람의 피에 대하여 나는 깨끗하다고 바울이 선언할 때(행 20:26), 우리는 매일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미지근하고 잠잠히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죄악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멸망시키는 감독이라 불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바울의 말에 의해서 유죄로 선고되는 압박을 느끼며 유죄가 입증된다.”

그레고리우스는 자기나 다른 감독들이 주께서 위탁하신 일에 대한 열성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잠잠하다”라고 말하였다. 그는 자기의 직분을 절반만 완수한 감독들도 용서하지 않았는데, 전혀 일을 하지 않는 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였으리라고 생각하는가? 그러므로 주의 사역자(감독과 장로)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먹이며,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건전한 교리로 교회의 덕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의무라는 것은 교회의 오랜 원칙이었다.

감독과 장로는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침묵하고 방조하는 것도 유죄이다. 도둑이 들어오는데 짓지 않는 개는 이미 그 효용 가치를 상실한 것이다. 도둑에게 꼬리치며 함께 하는 개는 더더욱 상상할 수 없다. 칼빈은 그러한 일이 그레고리우스 이후에 발생하였다고 간접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보다 더 교활한 형태는 열심히 외치라고 주장하지만, 복음을 전하지 않도록 유사복음을 식재(植栽)시킨 것이다. 유사복음을 복음이라고 힘써 외치지만 결코 살리지 못할 외침이다. “엄청난 큰 소리의 침묵의 외침”이 너무나 풍성한 시대가 되었다. 복음을 말하지 않아도 문제이고, 유사복음만을 난발해도 문제이다. 전자는 칼빈 시대의 문제이고, 후자는 우리 시대의 문제이다.

4. 대감독과 총대감독

각 지방마다 감독들 가운데 한 사람의 대감독(archbishop)이 있었는데, 니케아 공회의에서 대감독보다 더 지위나 위엄이 더 높은 총대감독(patriarchs were appointed to be superior to archbishops)을 세운 것은 권징을 유지하는 것과 관련된 문제이다. 그러나 이 논의에서 간과하지 않아야 할 것은 그 사례는 매우 드문 관례였다는 것이다. 이 지위는 어떤 교회 내의 문제가 몇 사람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때에 전체 지방의 대감독들이 회집하는 교회 회의에 맡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창설된 것이다. 만일 문제가 심각하고 어려워서 더 광범한 토의가 필요한 때에는 교회 전체의 총회를 개최하는 길밖에 없었고, 광범위한 교회 회의를 주재할 총대감독이 필요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조직된 것을 교권 제도(hierarchy)라고 부르지만 나는 이 말을 부적당하다고 보며 또한 이 말은 분명히 성경에 없는 말이다. 성령께서는 교회 정치에 관한 문제에 관해서 사람들이 주관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꿈꾸지 않도록 주의하기를 원하신다. 앞의 제시한 용어를 무시하고 사실 자체를 직시할 때에, 우리는 고대 감독들에게 하나님께서 말씀에서 정해 두신 질서와 다른 어떤 교회 통치 형식을 만들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