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는 두 번째 오페라 ‘나부코’를 작곡하기 전에 아내와 아들을 잃고 낙심했다고 합니다. 그때 ‘라 스칼라’ 극장의 주인인 메렐리라는 사람은 재능 있는 작곡가의 좌절을 그대로 둘 수가 없었기 때문에, 실의에 빠진 베르디에게 작곡의 의욕이 솟을 만한 대본인 ‘나부코’를 마련해서 베르디의 책상 위에 슬그머니 두었습니다. 나부코의 내용은 열왕기 하에 나오는 내용으로 바벨론의 느부갓네살 왕에게 잡혀간 유대인들이 핍박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내용인데, 노예로 끌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유대인들이 조국과 자유를 찾는 가사에 빠져든 베르디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오페라 나브코’를 작곡을 했다고 합니다. ‘나부코’ 3막에 ‘노예들의 합창’이라는 곡이 있는데, 이곡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금빛날개를 타고 날아가라, 내 상념이여
가거라, 부드럽고 따뜻한 바람이 불고
향기에 찬 조국의
비탈과 언덕으로 날아가 쉬어라!

요르단의 큰 강둑과 시온의
무너진 탑들에 참배를 하라...

오, 사랑하는 빼앗긴 조국이여!
오, 절망에 찬 소중한 추억이여!

예언자의 금빛 하프여,
그대는 왜 침묵을 지키고 있는가?

우리 가슴속의 기억에 다시 불을 붙이고,
지나간 시절을 이야기해다오.

예루살렘의 잔인한 운명처럼
쓰라린 비탄의 시를 노래 부르자.

참을 힘을 주는 노래로
너에게 용기를 주시리라!

베르디에게 아내와 아들을 잃고 절망에 찬 가슴에 불어온 희망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이 무엇이기에 절망에서 새로운 소망으로 베르디의 삶을 옮겨놓은 것일까요? 사람의 모든 힘과 앎이 공허하게 된 절망의 그 자리에서 베르디가 본 것은 바벨론으로 끌려간 유대인들을 하나님께서 붙드심으로 인해 이스라엘 사람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것 같이 주님께서 자신을 붙드시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절망의 날들이 계속됩니다. 요즘은 현실 앞에서 느낄 수밖에 있는 인간의 한계와 무력감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답답함을 느끼고 인간의 비참함을 봅니다. 그리고 절망합니다.  베르디는 이런 절망의 시간들 가운데서 의지할 대상은 주님 밖에 없음을 바벨론으로 끌려간 노예들 이야기를 통해 보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절망을 이기고 오페라 나부코를 작곡할 수 있었던 거지요. 절망스런 시간이 속절없이 지나갑니다. 이런 시간 속에서 주님을 의지하고 나갈 때 주님은 이 절망의 시간에 우리가 금빛 날개를 타고 날아오르게 도와주실 것입니다.

오성환 목사(신학포럼 빛, 이야기가 있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