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에베소서 4장에 있는 직분: 비상직원과 통상직원 (extraordinary offices and ordinary offices) 

사도 바울이 제시한 사도, 선지자, 복음 전하는자, 목사 끝으로 교사라고 하는 직분(엡 4:11)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다스리시기 위해서 제정하신 직분이다. 이중에서 끝에 있는 두 직분만이 현재 교회에 있는 통상직분이고, 나머지는 주께서 자기 나라 설립을 위한 초창기에 필요에 따라 임시적으로 세우신 것이다. 그런데 가끔 시대의 요청에 따라서 일으키시기도 하신다. 칼빈은 루터를 사도라고 고백하였다. 존 낙스는 칼빈이 있던 제네바를 초대 교회라고 술회하였다. 시대에 따라 등장한 임시직분은 새로운 교회 출현이 아니라, 초대교회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다.

사도 직분의 성격은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고 하신(막 16:15) 주의 명령에 분명하게 나타나 있다. 사도들은 어떤 제약이 없이 전 세계에서 그리스도께 순종(obedientiam Christi)하는 사역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각 국가와 지역 사이에 어디서든지 복음 사역을 할 수 있는 대로 복음을 전파하여 그리스도의 나라(regnum Christi)를 세우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바울은 자기 사도직을 증명하기 위해서, 복음이 전파된 한 도시를 그리스도 앞으로 인도한 것이 아니라, 복음이 전파되지 않은 여기저기를 순회하면서 전파하였다. 바울은 다른 사람이 교회를 세운 터 위에 교회를 세우지 않고 주의 이름을 듣지 못한 곳에 교회들을 세웠다고 고백했다(롬 15:19-20). 주께서 사도들을 파송하신 목적은 하나님을 반역한 세상을 돌이켜 참 하나님께 복종하게(veram Dei obedientiam) 하도록 하기 위해서 복음을 세계 각지에 전파하였다. 사도는 교회의 창설자로서 온 세계에 그 터를 닦아 두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고전 3:10).

바울은 하나님의 뜻을 해석하는 사람을 모두 “선지자”라고 부르지 않았다. 특별 계시를 해석하는 탁월한 사람들을 선지자라고 불렀다(singulari revelatione excellebant, 엡 4:11). 이러한 자는 현재는 없으며, 옛날에도 흔하게 볼 수 없었다.

“복음을 전하는 자”는 사도들보다 지위가 낮으며, 사도 다음으로 그들을 대신해서 활동한 사람들이라고 칼빈은 제언하였다. 누가, 디모데, 디도 및 그 외의 비슷한 사람들이 복음 전도자였고 그리스도께서 사도들 다음으로 임명하신 70인 제자들을 복음전도자들로(눅 10:1) 칼빈은 해석하였다.

칼빈은 자기 이해를 근거해서 세 직분은 교회 안에서 항존직으로 제정하신 것이 아니라 교회가 없는 곳에서 교회를 세우기 위한 임시직으로 제언하였다. 임시직분은 유대(이스라엘)에서 교회로, 모세에게서 그리스도에게로 옮겨야 할 당시에 한정된 것이다. 그런데 칼빈은 주께서 후에 간혹 사도. 아니 적어도 복음전도자들을 일으키신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기 시대에 이런 일이 있다고 제시하였다. 교황주의. 적그리스도가 일으킨 부패로부터 교회를 돌이키기 위해서 어떤 사람들이 필요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직분은 현재 교회 안에 자리가 없기 때문에 "임시직(extraordinarium)"이라고 부른다.

다음은 목사와 교사(박사)(pastores ac doctores)인데, 교회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직분들이다. 칼빈은 둘을 두 직분으로 확립하여 차이점을 성경해석만을 수행하는 사역자인 ‘박사’를 제시하였다. 목사는 말씀전파, 훈련(치리), 성례 집행이나 경고와 권면을 하는 직무를 수행한다. 칼빈은 ‘박사’를 세워 오직 성경을 해석하고 건전하고 순수한 교리를 유지하려고 하였다. 목사 직분은 순수 성경 해석, 교리 탐구를 제외한 모든 의무를 수행한다. 

칼빈이 박사를 교회의 직분으로 세운 것은 상당히 이상적이다. 교회가 진리의 전당이 되기 위해서는 순수 학문 연구자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직분을 유지하기 못하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일 것이다. 순수한 교리를 세우기 위해서는 순수하게 학문에 전념하는 박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