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同(동)’은 ‘같다’는 의미이다. 뜻이 같은 사람을 동지(同志)라고 하고, 나라와 나라가 같은 맹세를 하면 동맹(同盟)을 맺었다고 한다. 동맹을 맺은 나라는 같은 목적을 위해 같은 행동을 하게 되고, 동지는 같은 뜻을 이루기 위해 각기 다른 장소에서 혹은 다른 역할을 감당하면서 살게 된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하나님께 대한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사람들’로 ‘신앙공동체(信仰共同體)’를 이룬다. ‘공동체’라는 말은 ‘운명이나 생활 혹은 목적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이야기한다. 바울은 고리도교회를 향해 ‘우리 조상들이 다 구름 아래에 있고 바다 가운데로 지나며 / 모세에게 속하여 다 구름과 바다에서 세례를 받고 / 다 같은 신령한 음식을 먹으며 / 다 같은 신령한 음료를 마셨으니 이는 그들을 따르는 신령한 반석으로부터 마셨으매 그 반석은 곧 그리스도시라(고린도전서10:1-4)’라고 말했다. 즉 그리스도인은 과거 모세의 인도를 따라 갈라진 홍해를 같이 걸어 죽음에서 생명을 얻은 사람들의 후손이고, 그런 조상들의 체험을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동일하게 체험한 사람들이다. 그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모임인 교회는 동일한 비젼과 같은 뜻을 지닌 동지들의 모임이다. 즉, 교회 공동체의 목표가 각 교회를 다니는 그리스도인의 목표가 되고, 더 나아가 각 교회의 목표가, 비록 각 교회의 목표가 외형적으로는 각기 다를지라도 하나님께서 이 땅을 사랑함으로 이루시려는 하나님의 뜻이 된다.
사도행전 13장을 보면 ‘안디옥 교회에 선지자들과 교사들이 있으니 곧 바나바와 니게르라 하는 시므온과 구레네 사람 루기오와 분봉 왕 헤롯의 젖동생 마나엔과 및 사울이라(사도행전13:1)’라는 말이 나온다. 안디옥교회를 지도하는 사람들의 명단이다. 여기서 바나바는 레위인이고, 바울은 바리새파 유대인이다. 바울의 스승은 가말리엘이고 바울은 로마 시민권을 가진 사람이다. 시므온을 ‘니게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시므온은 안디옥 교회의 하류민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니게르는 혹인을 뜻한다. 마나헨은 히브리어로 읽으면 므나헴인데, 그는 헤롯 왕가의 궁전에서 헤롯 안티파스와 함께 자란 신분이 높은 유대 가문의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들은 여러 신분이고, 삶의 상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신앙공동체이고, 성령의 뜻을 따라 선교의 비젼을 가지고 같은 일에 참여하는 동지(同志)들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하나님의 원하시는 일에 동참했고, 바울과 바나바를 다로 세워 선교사로 파송할 수 있었다. 안디옥 교회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은 하나님의 말씀을 온 땅에 선포하는 일이고, 하나님이 하나님이심을 드러내는 일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이야기가 있는 교회의 교인이 되었다는 말은 하나님 여호와께 대한 같은 신앙을 고백하며, ‘삶에서 만나는 하나님’의 이야기를 나눔이라는 비젼에 동참하는 동지가 되었다는 말이다. 우리가 고백하는 ‘같은(同) 신앙’은 어느 교회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고백하는 신앙인데, 문제는 같은 비젼에 대해 동의한 동지(同志)인가라는 질문이다. 즉,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에 개론적인 동의(同意)는 있는데 각론적인 동의(同意)를 다듬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모여 성경을 나누고 삶을 나누는 이유는 우리가 더욱 긴밀하게 동지(同志)로서의 삶을 이루기 위해서이다. 우리가 매일매일 성경을 묵상하며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이유는 동지(同志)로서 우리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서로를 배려할 바탕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런 과정이 때로는 힘들고 아프지만, 우리는 이런 과정을 거쳐 동지(同志)가 되어진다.
‘마음을 서로 통하여 가깝게 사귀는 사람’이나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순 우리말로 ‘동무’라고 한다. 여러 견해가 있지만, ‘동무’는 우리말 ‘더불어’같은 뜻을 가진 말이라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동무는 동지(同志)의 순 우리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동무들이다. 하나님의 일에 기뻐하며, 예수의 이름으로 서로 교제 나눈 우리는 동무이고 동지(同志)들이다.
오성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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