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원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이다. 사람들은 구원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구원의 서정(ordo salutis : order of salvation)’이라는 말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런 순서를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구원을 받은 과정을 생각함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높이기 위함이지만, 그 순서가 시간적이거 단계적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특별히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는 우리를 부르심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가 흔히 이단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은 전적으로 부름을 받는 사람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거스틴이나 칼빈같은 사람들은 하나님의 부름에 대한 응답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라고 주장한다. 즉, 사람은 전적으로 부패된 상태에 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시지 않으면 하나님의 부름을 알 수 없다. 부름을 받기 전에는 마치 에스겔 골자기의 해골들 같은 상태라는 말이다. 이런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육신의 일을 도모하게 된다. 그래서 바울은 ‘육신의 생각은 사망이요(로마서8:6)’라고 말했다. 왜냐하면‘육신의 생각은 하나님과 원수가 되나니 이는 하나님의 법에 굴복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할 수도 없(로마서8:6-7)’기 때문이다.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는 생각은 하나님과 원수가 되는 것뿐이기 때문에, 사람은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상태에 있는 우리들을 부르셨고,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로 하나님의 부름을 알게 된다.

하나님의 택하심을 받은 사람들은 이 부르심이 무엇인지를 안다. 그리고 그 부르심에 응답한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고,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다.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인 부르심에 부르심을 입은 자들의 전적인 책임이 뒤따르게 된다. 그래서 부르심을 입은 사람들은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태복음6:33)’는 주님의 말씀에 순종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기 위해 일어날 수 있는 박해와 고통을 이길 수 있다.

2.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로마서8:28)’시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들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자들이고, 믿음으로 그 부르심에 응답하는 자들이다. 그래서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믿음으로 응답한 사람들도 삶의 고통이 있다. 그리고 그런 삶의 정화 속에서 무엇을 기도해야 할지 모르는 연약함에 매이게 된다. 그래서 바울은 ‘이와 같이 성령도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는 마땅히 기도할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 / 마음을 살피시는 이가 성령의 생각을 아시나니 이는 성령이 하나님의 뜻대로 성도를 위하여 간구하심이니라(로마서8:26-27)’라고 말한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자들이 그 부르심에 합당한 삶을 감당하지 못하는 연약함과 탄식을 성령께서 아시고, 우리를 위해 기도하신다는 말이다. 하나님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의 연약함은 우리가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을 막는다. 그러나 우리 안에 내주 하시는 성령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해 기도하신다. 성령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는 것은 ‘다시 살아나신 이는 그리스도 예수시니 그는 하나님 우편에 계신 자요 우리를 위하여 간구하시는 자시니라(로마서8:34)’라는 하나님의 보좌 앞에서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중보기도의 지상적인 반영이다.

3. 바울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다시 이야기한다. 그것은 단순한 부름이 아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하나님의 구원의 서정의 한 단계가 된다. 하나님은 구원받을 우리를 아신다. 그리고 하나님의 구원받을 백성들을 미지 정하셨다. 이렇게 하신 이유를 바울은 ‘하나님이 미리 아신 자들을 또한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하여 미리 정하셨으니 이는 그로 많은 형제 중에서 맏아들이 되게 하려 하심이니라(29절)’라고 말한다. 하나님은 우리를 미리 아셨다. 이 말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한 계획을 가지고 우리와의 관계를 만드셨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하나님께서 미리 아신 자들은 ‘곧 하나님 아버지의 미리 아심을 따라 성령이 거룩하게 하심으로 순종함과 예수 그리스도의 피 뿌림을 얻기 위하여 택하심을 받은 자들(베드로전서1:2)’이다. 이렇게 하나님은 미리 아심을 바탕으로 우리를 미리 정하시는 결정을 하신다(예정). 미리 정한다는 말은 어떤 사람을 특졍한 목표로 향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목표를 바울은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심은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어지는 하나님과의 온전한 관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하나님과의 온전한 관계 안에 들어가는 것을 바울은 ‘또 미리 정하신 그들을 또한 부르시고 부르신 그들을 또한 의롭다 하시고 의롭다 하신 그들을 또한 영화롭게 하셨(로마서8:30)’다고 말한다. 부르신 자들은 하나님을 믿음으로 의롭다 칭함을 받았고, 그들의 삶의 목표는 다시 영화가 된다. 그러나 우리를 영화롭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다. 즉, 우리는 이미 그리스도께서 받으신 영화로우심에 동참하는 것이다.

4. 인간 중심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은‘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노력으로 삶을 살고, 자신들을 의지해서 삶의 문제를 풀어간다고 말한다. 하이데커는 미래에 대하여 자신을 던져 넣는다는‘기투성(企投性)’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사람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 때문에 불안해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으로는 인생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부르심을 이해한다면, 그리고 그 부르심을 통해 우리 안에 만들어진 하나님과의 관계를 이해한다면, 그리고 그 부르심을 통해 우리를 영화롭게하시려는 하나님의 뜻을 이해한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풍성해지고 얼마나 아름답게 변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 세움선교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