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목사님이 예수님께서 그의 제자들에게 가졌던 신뢰를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 / 이 말씀을 마치시고 그들이 보는데 올려져 가시니 구름이 그를 가리어 보이지 않게 하더라(사도행전1:8-9)’라는 말씀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좀 억지스러운 말이지만, 예수님은 불완전한 제자들에게 온 땅 끝까지 복음의 증인이 되라고 말씀하시면서 그들을 ‘그냥’ 떠나셨다는 것이다. 우리 같으면 하늘로 올라가시다가 한번 쯤 다시 내려오셔서 다짐이라도 할 것 같았는데 말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이 복음을 위해 살 것을 믿었다. 제자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순종하는 첫 번째의 관문은 ‘기다림’이었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고 난 이후 제자들은 마가의 다락방에서 ‘전혀 기도에 힘’쓰면서 예수님게서 약속하신 성령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 대로 성령을 받았고 결국 성령 하나님을 의지해서 복음의 사역자로 교회의 기초를 놓았다.

신명기를 묵상하면서 모세가 처음부터 강조하는 것은 ‘믿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데스바네아에서 이스라엘 민족의 실수는 ‘취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믿지 못한 것이다. 정탐꾼들을 중심으로 ‘취하지 못할’이유들이 나왔다. 그리고 신명기에서는 그런 불평들이 민수기에서와 달리 정탐꾼들의 ‘장막 안에서’ 이루어 졌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은밀한 불평들이 하나님께 들렸고, 하나님은 그런 자들에게 진노하셨다. 그 불평은 열하룻 길을 사십년으로 만들었고, 그 사십년 동안 출애굽1세대가 가나안 땅을 정탐한 후에 ‘우리가 두루 다니며 정탐한 땅은 그 거주민을 삼키는 땅이요 거기서 본 모든 백성은 신장이 장대한 자들이며 / 거기서 네피림 후손인 아낙 자손의 거인들을 보았나니 우리는 스스로 보기에도 메뚜기 같으니 그들이 보기에도 그와 같았을 것이니라(민수기13:3233)’라고 무서워했던 네피림 후손같은 자들과 싸워 승리하는 전쟁을 위한 일종의 예행연습을 출애굽2세대들로 하여금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당연히 ‘헤스본에 거주하는 아모리 왕 시혼을 쳐죽이고 에드레이에서 아스다롯에 거주하는 바산 왕 옥을 쳐죽(신명기1:4)’일 수 있었다. 가나안 땅에 사는 네피림 후손의 아낙자손들과 싸울 수 있는 예행연습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리고 모세는 가나안 땅을 앞에 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내가 너희의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맹세하여 그들과 그들의 후손에게 주리라 한 땅이 너희 앞에 있으니 들어가서 그 땅을 차지할지니라(신명기1:8)’라고 말한다. 어떻게 싸울 것인가 혹은 적들의 동태를 어떻게 살피라는 등의 전쟁을 위한 행위가 요구되는 것이 없이, 그냥 앞에 있는 땅은 하나님께서 주신다고 한 것이니 그 땅을 가지면 된다는 말이다. 이 말에는 출애굽 2세대를 향해 믿음을 가질 것을 함축한다. 즉, 모세가 불평하는 출애굽1세대들에게 가나안 땅을 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면서 ‘너희보다 먼저 가시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애굽에서 너희를 위하여 너희 목전에서 모든 일을 행하신 것 같이 이제도 너희를 위하여 싸우실 것이며 / 광야에서도 너희가 당하였거니와 사람이 자기의 아들을 안는 것 같이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가 걸어온 길에서 너희를 안으사 이 곳까지 이르게 하셨느니라(신명기1:30-31)’라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백성들을 위해 일하심을 확인시키는 연습이 40년 동안 이루어졌다는 의미이다. 광야 40년은 전쟁을 준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순종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훈련하는 것이었고, 가나안 땅에서 아낙 자손 같이 강한 민족을 만날지라도 승리의 비결은 하나님을 의지하는 연습이었던 것이다.

하나님께서 지금 우리를 향해 ‘내가 주리라 한 땅이 너희 앞에 있으니 들어가서 그 땅을 차지할지니라’라고 말씀하실 때 10명의 정탐꾼들처럼 안될 것이라는 현실에 매몰되지는 않는가? 믿음으로 차지하면 되는 것을 ‘안 된다’고 고집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자.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 세움선교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