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자로서 군대를 가야하는가 말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당연히 ‘가야한다’이다. 물론 안갈 수 있다면 안 가는 것이 좋겠다고들 말하겠지만, 건강한 대한민국 남자는 누구나 군대를 가고, 군대를 갔다 와야 사람으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다는 데에는 그 누구도 반론을 제기할 사람이 없다. 군대를 가는 것은 대한민국 남자들이 국가에 내는 일종의 ‘부역’이고, 국민으로서의 의무이다. 이런 의무에는 누구도 제외가 될 수 없고, 이 의무를 회피한 사람들을 ‘병역기피자’라고 부르고, 그들은 일정기간 교도소에 갇히게 된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이 ‘병역 기피’를 자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군대입대를 거부하면서 스스로 감옥으로 간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들의 신앙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들 가운데는 ‘피를 먹지 말라’는 말을 오해함으로 위기 상황에서 수혈을 거부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회적인 지탄을 받기도 하고, 이런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여호와의 증인’이다. 나라는 이들에게 ‘대체복무’라는 제도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들은 감옥에 가는 대신 현역입영하는 보통 남자들보다 2배 정도 긴 군복무를 대체하는 군복무아닌 군복무를 하게 된다. 물론 이들에게 있는 신학적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 때로는 지나친 문자주의를 따라감으로 혹은 실현된 천국에 대한 잘못된 이해등의 문제들은 그들을 이단이라고 부르게 한다. 그들은 분명히 이단이다.

당연히 개신교 신학에서는 당연히 대한민국 국민은 군대를 가야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위기 상황에서 수혈을 거부하지 않고, 지금은 신학적으로 폐기된 것처럼 보이는 레위기의 제사법에 근거한 율법을 따르지 않는다.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따라 사는 사람들이고, 우리는 예수님을 영접함으로 우상에게 받혀졌던 제물을 사먹었던 습관에 대하여 괴로워했던 신자들을 향하여 ‘무릇 시장에서 파는 것은 양심을 위하여 묻지 말고 먹으라 / 이는 땅과 거기 충만한 것이 주의 것임이니라(25-26절)’라고 말한 바울의 생각이 옳다고 여긴다. 그뿐 아니라, 우리가 아무리 문제가 많다고 해도 하나님은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신다. 그것이 하나님의 은혜이다. 따라서 우리는 은혜를 따라 살기 때문에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의 의무에 충실하고, 위기의 순간에 수혈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찜찜한 것이 있다.

우리는 이단의 한 특징인 것 같은 맹목적적인 교리의 순종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개신교는 언제나 논쟁적이고 많은 의견들이 제기되고, 많은 사람들이 논쟁의 결과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런 역사는 2천여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논쟁 속에서 올바른 말씀 혹은 교회의 가르침에 대한 순종이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잘못된 교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교리를 지킴으로 엄청난 불이익이 생긴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교리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가는 길과는 다른 고통스러운 길을 가려고 하는 이단을 따르는 사람들의 모습은 올바른 믿음을 가지고 있고, 하나님께 대한 온전한 헌신을 말하면서도 온전한 말씀을 따라갈 때의 불이익과 희생을 감당하지 않는 우리의 모습과 대비되기 때문인지 무엇인가 찜찜한 것이 있다는 말이다.

우리한테는 없는데, 이단에게 있는 것들은 불합리한 맹종이다. 그것이 이단을 지탱하는 힘이다. 우리에게는 합리적인 믿음이 있다. 하나님의 말씀을 바탕으로 하는 온전한 교리가 있고, 긴 역사를 두고 검증된 믿음의 삶을 사는 원리가 있다. 거꾸로 우리는 합리적인 교리가 있고, 삶의 원리가 있기 때문에 순종이 어렵다. 이단들의 맹목적이고 비합리적인 순종이 우리의 교리와 믿음을 드러내는 합리적인 순종이었다면 어떤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을까? 바울이나 칼빈같이 합리적인 순종을 했던 사람이 없었다면, 우리의 삶과 역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대체복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문득 그들의 맹목적이고 비합리적인 순종이 부러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 세움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