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은 텔레비전이나 영화의 몇 초를 위해 몇 시간 혹은 몇 일을 준비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예쁜 모습으로 울기도 하고, 20여초의 광고를 위해 몇 일 몇 달을 노력한다고도 한다.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여러 각도에서 찍은 영상들을 편집한 결과이다. 배우는 자신이 찍고 있는 장면이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모른다. 요즘 텔레비전 프로에 연예인들의 일상적인 삶의 이야기가 인기 있는 것도 ‘만들어진 몇 초’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냥 보통 사람들처럼 밥 먹고, 자는 ‘만들어지지 않은’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역시 우리들이 보는 것과는 다른 ‘만들어진 몇 초’의 모습일 수 있다. 몇 십분 혹은 한 시간정도의 방송을 위해 몇 일을 찍어야 한다면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일상역시 ‘만들어진 몇 초’ 혹은 ‘편집된 몇 초’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사람들은 누구나 배우나 연예인들이 아니더라도 한 순간에 최고의 모습으로 살았으면 한다. 아니, 사람들은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만들어진 몇 초’를 위해 인생을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사람들은 인생에서의 몇 초를 기억하고 그 기억을 가지고 살아간다. 한 순간의 고백에 빠져 결혼한 부부들의 이야기 속에는 언제나 ‘그때 그 고백’에 대한 것이 빠지지 않는다. 한 순간의 고백은 그들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어디 그뿐이랴 한 순간의 ‘그때 그 체험’은 사람의 미래를 바꾼다. 십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로제타 비문을 처음 본 장프랑수아 샹폴레옹(Jean-Francois Champollion)이라는 아이는 많은 그림으로 쓰여져 표의(表意)문자라고 생각되었던 애굽어가 표음(表音)문자라는 사실을 발견한 언어학자가 되었고, 성경의 많은 해석상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사람이 되었다. 한 순간의 체험이 그를 위대한 언어학자로 만든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때 그 체험’은 요셉처럼 삶의 절망 속에서도 하나님의 약속을 기다리는 삶을 살게 했고, 하박국처럼 모든 것을 잃는 상실 속에서도 ‘구원의 하나님’으로 인해 즐거워 할 수 있다는 고백을 하게 만든다. 하나님 역시 ‘그때 그 사건’을 기억하시고 그 사건으로 인해 처음 맺은 언약과 사랑을 잊지 않으심을 ‘네 소년 때의 우의와 네 결혼 때의 사랑 곧 씨 뿌리지 못하는 땅, 광야에서 어떻게 나를 좇았음을 내가 너를 위하여 기억하노라 / 그 때에 이스라엘은 나 여호와의 성물 곧 나의 소산 중 처음 열매가 되었나니 그를 삼키는 자면 다 벌을 받아 재앙을 만났으리라(예레미야2:2-3)’라고 예레미야에게 말씀하신다. 그 사랑을 기억하심으로 하나님은 그의 백성들을 버릴 수 없으시고, 결국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내어주심으로 그의 백성들을 구원하셨다. 인생은 이렇게 ‘만들어진 몇 초’를 연결해 놓은 드라마는 아닐지라도 드라마같은 예상치 못한 만남이나, 한 순간의 감격을 통해 이루어진다. 섹스피어의 말대로 인생은 연극일까? 나는 인생은 결코 연극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연극은 연출된 ‘몇 초’들의 모임이지만, 인생은 순간순간 드러난 ‘그때 그 순간’의 체험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로 예수님을 만나고,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것은 이런 ‘그때 그 순간’에 하나님과의 만남을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인생을 연극이라고 주장한다면, 우리의 인생은 ‘이 세상 풍속을 좇고 공중의 권세 잡은 자를 따(에베소서2:2)’르며 ‘육체의 욕심을 따라 지내며 육체와 마음의 원하는 것을 하여 다른이들과 같이 본질상 진노의 자녀(에베소서2:3)’였던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위대하신 뜻을 이루시기 위한 연출가이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인도하심이 된다.

오늘도 텔레비전에서는 누군가가 예쁜 울음을 위해, 혹은 폼나는 인생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만들어진 몇 초’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몇 초와 만남으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인생을 세상에 드러낸다.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 세움선교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