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힘든 일을 당할 때 사람들은 ‘왜 하필이면 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하고 있는 일이 다 잘될 때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왜 하필이면 날까?’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바울은 자신에게 닥친 삶의 고난 때문이 아니라, 자신에게 임하는 하나님의 사랑 때문에 이 질문을 던졌다.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아무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로마서8:38-39)’ 없다는 것을 확신한 바울은 그런 하나님의 사랑이 ‘왜 하필이면 나에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런 질문의 바탕에는 ‘나는 사도 중에 지극히 작은 자라 내가 하나님의 교회를 핍박하였으므로 사도라 칭함을 받기에 감당치 못할 자(고린도전서15:9)’라는 자기 인식이 있었고, 그런 자신에게 하나님을 대항하고 하나님의 교회를 핍박한 자신을 부르시고, 사랑하신 하나님 앞에서 바울은 ‘왜 날까?’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바울은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그러나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린도전서15:10)’라고 말한다. 바울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고, 그래서 바울은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나님의 일을 감당했고, 결국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디모데후서4:7)’다고 고백을 할 수 있었다.

하나님을 믿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를 바탕으로 한다.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삶도 역시 하나님의 은혜가 바탕이다. 내가 중심에 있는 생각은 하나님의 은혜를 부정하고, 나의 힘과 나의 지혜를 인정하게 된다. 특히 현대같이 여러 가치들이 자신의 정당성과 우월성을 주장하는 다원적 사회에서는 ‘은혜’는 부정되기가 쉽고, ‘내’가 은혜의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은혜를 대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술과학의 발달과 모든 삶을 평가하는 데 기준이 되어버린 ‘재물’이 대부분의 가치를 대신하는 현실을 사는 우리들은 웬만한 믿음이 없이는 ‘나’를 그리고 ‘내’가 추구하는 세상적인 가치와 재물을 포기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의 백성된 나는 ‘왜 나 같은 인간이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이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 바울처럼 ‘왜 하필이면 날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말이다. 교회의 역사가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삶이 끊임없는 개혁의 역사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종교개혁자들이 말한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는 명제는 교회뿐 아니라 그리스도인 개인에게도 적용된다. 바울은 왜 구원을 받아야 했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가를 생각하면서, 예수 안에서 발견되기 위해 ‘무엇이든지 내게 유익하던 것을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다 해로 여길뿐더러 /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빌립보서3:7-8)’기며, 심지어 예수 그리스도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빌립보서3:8)’길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바울의 이런 삶의 태도는 ‘왜 하필이면 날까?’라는 질문을 계속 던진 결과이고, 그리스도인으로 ‘항상 개혁되기’를 원한 끊임없는 자기 성찰의 결과일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는 것, 즉 개혁의 출발은 ‘나’를 내려놓는 것이다. 천주교의 미사에는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탓이로소이다’를 외우면서 가슴을 치는 의식이 있다. 예수님의 죽으심의 이유가 내 탓이라는 의미이고, 더 나아가 자신을 구원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삶에서 드러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미사에서 ‘내 탓이로소이다’를 말하는 것은 ‘왜 하필 내가 하나님의 은혜를 받는 사람인가?’를 고민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하기 위함이다.

우리교회를 보자.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왜 하필 내가 하나님의 은혜를 받는 사람인가?’를 고민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 세움선교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