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삶은 하나님의 은혜가 바탕이다. 하나님은 은혜를 베푸심으로 우리를 구원하셨고, 하나님의 백성을 만드셨으며,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는 하루하루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아간다. 스스로를 죄인 중의 괴수라고 말했던 바울은 자신을 하나님의 백성으로 삼아주신 것도 은혜이고, 그런 자신을 하나님의 복음을 이방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해주신 것도 역시 은혜임을 알았다. 그래서 바울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고린도전서15:10)’할 수밖에 없었고, 바울은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 된 교회를 위하여 내 육체에 채우(골로새서1:24)’는 삶을 살았다고 말할 만큼 고난스러운 삶을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바울은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고린도전서15:10)’라고 말할 수 있었다. 자신의 삶의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이다. 모든 것을 전적으로 하나님께 의지해서 살아간 다윗도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시23:1)’라고 노래했다. 하나님의 은혜를 아는 사람들은 양이 목자의 음성을 알고, 그 음성을 따르듯이 하나님의 음성을 알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산다. 그래서 다윗은 하나님의 뜻을 따라 성전을 짓는 영광스러운 일을 아들에게 물려주었다.

이렇게 하나님의 은혜를 아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기를 원한다. 바울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항상 기뻐하라 / 쉬지 말고 기도하라 / 범사에 감사하라(데살로니가전서5:16-18)’는 말로 요약한다. 하나님의 은혜를 아는 사람은 자신의 삶에 드러나는 실존적인 모습으로 기쁨과 기도 그리고 감사로 드러난다는 말이다. 기쁨은 하나님을 믿는 믿음의 외적인 모습이고, 기도는 소망의 외적인 모습이다. 당연히 감사는 사랑의 표현이다. 그렇다면,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고린도전서13:13)’는 바울의 말을 생각해보면, 주님께서 나를 아신 것처럼 내가 나의 삶에 드러난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감사함은 그리스도인의 실존을 가장 잘 드러내는 덕목이 된다.

사랑이 그러하듯 감사는 많은 고민과 삶에 대한 깊고 계속된 반추(反芻)를 통해서 찾아진다. 내 삶에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의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곰씹으며 생각해보면 감사할 조건들이 하나 씩 만들어지는데, 그것은 내가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사람이고, 가족들이 사랑을 받은 사람이고, 교회의 사랑을 받은 사람임을 깨닫기 때문이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네가 채우지 아니한 아름다운 물건이 가득한 집을 얻게 하시며 네가 파지 아니한 우물을 차지하게 하시며 네가 심지 아니한 포도원과 감람나무를 차지하게 하사 네게 배불리 먹게 하실 때에 / 너는 조심하여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내신 여호와를 잊지 말(신명기6:11-12)’라고 말한다. 노예로 살다가 자유를 얻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신들이 가지게 된 삶의 여유가 자신들의 힘과 노력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이고, 하나님의 사랑임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거꾸로 삶이 자기 마음대로 이끌려가지 않을 때도 하나님의 백성들은 하나님의 계획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찾게 된다. 그래서 하나님의 사랑을 아는 사람들은 상황의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감사할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음을 깨닫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려는 하나님의 백성들은 자신들의 삶의 실존에 감사가 드러난다.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들일수록 감사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우리의 삶에서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이야기가 있는 교회에 감사가 넘치기를 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 세움선교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