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고난 주간은 조국에서 들려오는 세월호 침몰의 참사 소식에 너무나 슬프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은 유가족들의 비통함, 어린 자녀들의 생사 조차도 모른 채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부모들의 그 비통한 심정을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요? 큰 참사 속에서 천하보다 귀한 수 많은 생명들이 거의 숫자로 표기되고 있는 슬픈 현실, 구조 작업 중의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한 해군의 젊은이와 그 부모, 구조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감선생님, 제자들을 구하다가 목숨을 잃은 젊은 남녀 교사들과 해운회사의 어린 여직원... 이들을 생각할 때 슬프고 비통합니다. 또 한 켠에서는 수많은 생명을 책임져야 할 선장과 선원들의 비겁함, 구조 책임을 맡은 모든 지도자들의 책임회피적이고 어수선함, 영혼 없는 기자들과 뉴스 매체들도 다른 면에서 저를 슬프게 합니다.
오늘은 부활주일입니다. 저는 부활주일에 조국의 수많은 교회 강단들에서 선포될 부활의 메시지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절망, 고통, 그리고 비겁함과 비난이 난무하는 이때 목사들은 어떤 부활의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리스도 부활의 메시지는 정녕 절망과 비통함에 젖어있는 주 안의 형제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오늘 너무나 어려운 부활주일을 맞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정신이 번쩍 든 제 영혼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 일로 우리 모두가 다 슬퍼하고 비통해하며 절망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지만, 사실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던 그 전의 우리의 삶이라는게 원래 이런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 말입니다. 이 사건이 아니었더라도 우리의 삶을 설명해 주는 단어들은 본래 절망과 고통, 비겁함과 무책임함, 비난과 책임전가 그리고 슬픔이 아니었던가요? 다만 우리는 그것들을 기가 막히게 감추고 살아가는 것일 뿐이지요. 해마다 돌아오는 부활주일마다 메시지를 준비하는 저는 그리스도의 부활의 소식을 들어야 할 사람들이 바로 늘 이런 현실 속에서 죽도록 고통스러운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인식했었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것은 목사인 저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들이 스스로에게 정직하게 물어야 하는 질문이 아닐까요? 이 참사로 절망과 고통, 생과 사를 오가는 사람들—어린 자녀들을 잃은 부모들만이 아니라 그 자녀들 자신들을 포함해서—의 모습이 바로 우리 자신들의 현실이거나 현실이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살아가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이 아니면 우리는 어디서 소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이 슬프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은 그리스도의 부활 말고 무엇이 있단 말입니까? 아, 저는 오늘이 부활주일인 것을 너무나 조심스럽게 감사합니다. 자비하신 하나님께서 우리의 현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실 뿐 아니라, 지금 세월호 참사로 비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오직 하나님만이 주실 수 있는 소망으로 위로해주시기를 간절히 구합니다. 맨 나중에 멸망 받을 원수인 사망(고전 15:26)을 주님께서 이기셨습니다. 아담 아래서 죽음 아래 태어난 우리에게 소망은 그리스도의 부활 밖에 없습니다. 죽은 자와 산 자(죽은 자를 인해서 비통해 하는 자), 살신성인을 한 자와 비겁하고 무책임한 자, 비난하는 자와 비난받는 자 모두에게 유일한 소망은 오직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다는 사실입니다.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시리니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친히 그들과 함께 계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계 21:3~4).”

김형익 목사(죠이선교 교회) http://www.joymissionchurch.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