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한 주간이 고난으로 가득해 보이는 날들입니다.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 때문에 아직 피지도 못한 아이들이 죽음으로 몰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신문은 어른들은 자기 살길을 찾아 거짓을 말하고 도망가는 순간에도 자기의 구명조끼를 학생들에게 입혀주면서 ‘너희들 다 나가면 나도 나갈게’라고 말했다는 젊은 승무원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친구를 위해 자기의 구명조끼를 양보한 아이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모든 책임을 지고 있던 사람들은 자기 살길을 찾아 배와 아이들을 버리고 도망쳤다고 합니다. 어른이라는 것이 얼마나 창피하고, 어른이라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어른’이라는 말은 어떤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에 이른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사람이 혼인하게 되면 어른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결혼함으로 한 가정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지게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런 면에서 그 어린 승무원이나 학생들 그리고 제자들을 구하다 죽은 선생님들은 ‘진정한 어른’이었고, 자기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선장이나 승무원들은 ‘생물학적 어른’일 뿐이었습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블리스’는 ‘닭의 벼슬’이라는 의미이고, ‘오블리주’는 ‘달걀’이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두 단어를 합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되었는데, 본래 의미는 닭이 벼슬을 자랑하기 위해서는 달걀을 낳는 본질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즉, 이 말은 부자나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자랑하기 위해서는 각자에게 주어진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는 말이 되지요. 사는 우리들에게는 이 말이 모든 사회 계층들 간에 적용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목회자들에게 이 말을 적용하면, 목회자는 교인들에게 받는 존경과 사랑을 세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그러셨듯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그리고 교회를 위해 헌신할 때 목회자로서의 정체성이 생긴다는 의미이고, 정치가에게 이 말을 적용한다면 나라와 백성들을 진정으로 사랑할 때 정치가다운 정치가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지도층에 있는 목회자는 자기의 이익을 위해 교회를 이용합니다. 그런 교회는 사회의 부조리와 사회적인 아픔에 무감각해지고, 심각한 집단 이기주의에 빠지게 됩니다. 이런 교회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은혜’라는 이름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게 됩니다. 마치 예수님을 못밖았던 유대인들이 ‘우리의 왕은 가이사뿐입니다’라고 외치면서 스스로 왕이신 하나님의 백성됨을 포기했던 것처럼 말이지요. 이렇게 ‘벼슬’만을 자랑하는 못된 닭은 국가를 책임지고 운영해야 하는 정치가들 가운데도 있고, 그런 자신들의 유익이라면 노동자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사업가들 가운데도 있습니다. 어떤 국회의원은 다른 나라의 예술가들을 불러다 노예처럼 취급했고, 대통령은 선거 때 외쳤던 공약을 아무 말도 없이 깨뜨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인 흐름의 결과가 자기만 살겠다고 피어보지도 못한 아이들을 버린 세월호 선장같은 사람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사표(師表)’가 없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표(師表)’는 본이 되는 스승으로 시대의 진정한 어른을 의미합니다. 사표가 되어야 할 교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문득, 생물학적 의미로 붙어 있는 ‘어른’이라는 말이 이 땅에서 피지 못하고 죽어간 그 아이들과 누군가를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린 그 젊은이들에게 부끄럽고 창피할 뿐입니다.

오성환 목사(신학포럼 빛 원장, 이야기가 있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