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名節)입니다. 음력(陰曆)으로 1월 1일, 무술년(戊戌) 정월 초하루입니다.

정월 초하루를 ‘구정(舊正)’이라고 했는데 폐지하고(1989년) ‘설날’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신정과 구정은 일제강점기에 양력으로 시간을 체계화한다면서, 고유명절을 폄훼 소멸시키려는 정책 일환이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구정, 민속의 날, 설날을 포기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1월 1일에 해피뉴이어(Happy New Year)로 축복하고, 설날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축복합니다.

명절은 가족이 모이는 것이 상례적입니다. 그러나 탈-근대사회, 핵가족화 등의 풍토에서 가족 화합은 다양하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가족 일부 혹은 전체가 해외로 가는 것, 부모님이 자녀의 집으로 이동하는 것 등입니다. 그럼에도 자녀들이 고향집, 부모댁으로 이동하는 것이 상례입니다.

명절은 ‘차례(茶禮)’와 ‘산소(山所) 성묘(聖廟)’가 대표적인 순서입니다. 설날에는 웃어른께 세배(歲拜)하는 것도 풍속입니다. 우리의 고유 풍속은 다신교적입니다. 다신 숭배를 거부하고, 구원하신 주 하나님 유일신을 섬기는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명절을 보내야 할 까요?

명절이 그리스도인에게는 갈등의 날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 자리를 피하려고 여러 장치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명절은 가족이 모이는 것을 목표하고, 혈족의 유대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마치 성경에서 절기(유월절, 오순절, 장막절)에 예루살렘 성전으로 모든 백성을 모으는 것과 유사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명절에는 가족들이 고향, 부모댁에 모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지금은 처가(妻家)도 방문해야 할 의무 때문에 더 분주한 명절이 되기도 합니다. 명절은 혈족의 유대 관계가 형성되는 민속 고유 풍속 의미가 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다만 그 유대를 위해서 우상 숭배적 행동을 하는 고유 민속 행위에 대해서 각별한 분별과 금지가 필요합니다. 우상숭배를 해야 가족 유대 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종교일지라도 혈족 관계는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한국인의 의식입니다. 우리는 다종교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가족에서도 다종교 구성원이 있다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의 가족으로 된다면 갈등이 없고 복되겠지만 그것은 특이한 사안이지 일반적으로 볼 수 없습니다. 어찌되었든 가족들이 힘써 모여서 유대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인간적입니다.

명절이 가족 유대 형성이 주목적이라면, 주목적을 해치는 행동을 삼가야 합니다. 가족이 모여서 나의 신앙을 증거하는 것은 주목적을 거부하는 행동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화목할 가족 모임에 분란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가족을 분란하게 하는 것은 복음의 역할은 아닙니다. 그러나 부당하게 신앙에 위배되는 조상 조배 등을 강요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가피하게 거부해야 합니다. 그 때 가족이 분란하게 되는 것은 복음에 의한 불가피한 사태입니다.

나의 생의 근원처인 부모, 그리고 부모 위에 조상들을 깊이 성찰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 가족의 가풍을 만드는 것은 가족 일원으로 중요한 행동입니다. 저는 그리스도인 가족에 가풍이 있기를 원합니다. 그 가풍은 한 세대에 형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가족이 모의하고 합의하면서 가풍을 만듭니다. 그 형성된 가풍이 있다면 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으로 가치가 된 우리 사회에 출세가 가풍이 된 사회는 귀족이 아니라 싸구려일 뿐입니다. 조상의 영의정, 좌의정, 이조판서 등을 자랑하는 가문은 가풍이 없고 탐욕만 있는 것입니다.

명절에 많은 가족들이 모여 합당한 가풍을 만드는 가문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스도인은 기독교적 가풍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화합할 수 있는 좋은 가풍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스도인 가족에서도 가족을 위한 가풍을 형성해서 믿음의 복된 자녀들이 만세대에 형성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