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기본에 충실한 나라다. 독일은 학벌보다 능력을 우선하는 나라다. 상식이 통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나라다. 하지만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불편한 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불편이 가장 크다. 봉급의 40%를 세금으로 뗀다고 들었다. 엄청난 세금폭탄이다. 그뿐 아니다. 주소를 옮기는데 한 달이 걸리는 느림보 행정은 5분도 채 안 걸리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속 터지게 하는 일이다. 

하지만 좋은 점이 더 많은 나라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가면 치료비가 거의 무료에 가깝다. 자녀들의 대학교육비까지 무상이고 실업급여, 연금, 육아지원 등 다양한 복지 서비스가 마련되어 있다. 실업 상태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교통비 50% 이상 할인, TV 시청료 면제, 전화비 할인, 연간 2회의 오페라 관람, 4회의 박물관 방문, 12회의 수영장 사용, 그 외에 아이가 있을 경우 연 2회의 동물원 방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최소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사회보장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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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복지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절대 공짜가 아니다. 사회보장의 수혜의 범위와 규모가 큰 만큼 개인과 기업은 높은 세금과 사회보장 보험료를 지불해야 한다. 세금 없는 복지란 없다. 한 때 우리나라에서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웠지만 국민을 속여 표를 얻으려는 권력자들의 사탕발림에 불과하다. 독일처럼 많은 세금을 납부해야 복지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독일 국민들은 세금을 많이 부담해도 사회적인 불평이나 불만이 없다. 납부한 세금들이 투명하게 운용되고, 결국 자신들에게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과 국가가 서로를 신뢰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기본기가 잘 된 나라다.

독일의 또 다른 장점은 일보다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쉼을 위한 배려가 지극하다는 점이다. 명절에 해당하는 부활절이 다가오면 미리 먹을거리를 사두어야 한다. 부활절이 되면 식당, 마트, 구멍가게 모두 문을 닫는다. 우리나라 같으면 명절 특수라 하여 백화점과 마트 노동자들은 더욱 혹사를 당하는 기간이다. 물류업계도 연휴나 명절에는 영업하지 않는다. 트럭기사들도 모두 쉼을 누린다. 한국의 택배업계 노동자는 연휴 때 물량이 폭주해 불철주야 일을 해야 함으로 가족들과 함께 쉼을 갖는 건 꿈같은 이야기다.

독일은 쉼에는 갑과 을이 따로 없다. 명절이면 모두가 다 같이 쉰다. 손님은 왕이 아니라 손님은 고객일 뿐, 똑같은 사람인 것이다. 과하게 친절하지도 않으며, 불필요하게 저자세로 굽히지도 않는다. 근로자의 희생을 대가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도 독일 국민들을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한다. 그들에겐 불편함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다. 근로자 모두가 휴식을 취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부차적인 편리함을 누릴 바엔, 모두가 함께 어느 정도 느리게, 조금은 불편해도 되는 것들은 감수하는 쪽을 선택하는 ‘배려하는 사회’인 것이다. 독일이 강한 이유는 기본과 상식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공학섭 목사(순천대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