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積弊)는 나쁜 것들이 쌓여있는 것을 말한다. 일시적으로 만들어진 부조리와 몰상식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만들어져 사회적인 구조나 관행으로 굳어져있는 잘못된 것들이 ‘적폐’라는 말이다. 적폐가 문제인 것은 적폐를 없애려고 하는 개혁이 적폐의 근원이 될수 있고, 다시 그 적폐를 없애려고 했던 개혁이 개혁되어야 할 적폐가 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쌓여진 잘못된 일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이것도 나라냐?“라는 질문을 던졌고, 대통령은 탄핵이 되고, 2017년에는 그 쌓여진 잘못들을 바로잡기 위한 정권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2018년 오늘은 ’적폐‘를 깨뜨리고 올바른 모습으로 되돌리려는 사람들과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적폐를 지키기 위한 세력 간의 싸움을 본다. 블랙리스트니, BBK, DAS 등의 익숙하지 않은 말들이 인터넷을 뒤덮는 이유는 ’이것이 나라다‘라는 답을 던지기 위함일 것이다.

‘적폐’는 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교회의 울타리 안에서도 있다. 교회 안의 적폐는 ‘은혜’와 ‘사랑’을 가장해서 자리 잡는다. 세상의 적폐가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쌓아놓은 것이라면, 교회에서의 적폐는 자신을 위해 하나님의 뜻대로 살지 않는 것이고, 삶의 목표를 자기 자신에게 두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교회 안에서의 적폐는 먼저 ‘이 모든 것’을 구하고 난 이후에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삶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교회가 부흥되어야 하고, 교회의 부흥을 위해서는 좋은 리더십을 가진 목회자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무리한 교회 운영으로 인해 비대한 교회를 목표로 삼게 만들었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행해진 교회세습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교회가 나오게 만들었다. 이렇게 교회가 ‘이 모든 것’에 매몰되면 사회적으로 갈등이 일어나고, 교회가 가져야 하는 빛과 소금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서울의 어느 교회가 예배당을 넓히기 위해 도로의 지하를 이용했다가 주민들과 재판하는 모습은 그런 갈등의 한 예이다. 법원의 판단이 맞느냐 틀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교회가 교회로서의 본질적인 기능인 소금과 빛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느냐의 문제이고, 하나님의 교회가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는데 실패한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 즉 교회가 교회 안에서 그리고 교회 밖에서 ‘적폐’가 되었음을 드러내는 일이 되고 말았다.

교회가 점차적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교회의 존재 이유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교회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모순과 교회의 불합리함이 회자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교회가 그만큼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곳이고, 부를 축척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는 증거이다. 더 나아가 교회에 대한 세상의 관심을 드러내는 것일 수 있다. 교회는, 최소한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사는 교회 만큼은 세상사람들이 생각하는 ‘적폐’는 없을 것이라는 세상의 기대감 때문에 목사가, 장로가 그리고 집사가 잘못하는 일들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비난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데 교회가 점차적으로 세상과 별 다름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목사의 잘못이나 교회가 사회적으로 무엇인가를 잘못할 때도 사람들은 ‘교회도 사람들의 모임이니까..’ 혹은 ‘목사는 사람이 아닌가..?’등의 말을 하면서 교회가 지니고 있던 ‘세상과는 다른’ 삶의 기준이 없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목회가 하나님의 종으로서의 사명에서 감당되는 것이 아니라,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목사도 사람이니까, 교회도 사람들의 집단이니까 그럴 수 있지않느냐는 소리가 교회 안에서 교회 밖으로 흘러 다니는 것이 적폐라는 말이다. 교회의 적폐는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묻지 않기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을 외면하기 때문에 생긴다. 그래서 교회의 적폐는 하나님께서 촛대를 옮기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미국을 보고 유럽을 보자. 하나님의 이름이 퇴색되고, 하나님의 영광이 사라진 뒤에 무엇이 남아있는가를...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 세움선교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