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옛 백석 교단과 대신 교단의 일부 교회들이 통합하여 이룬 대신 총회(통합측)가 내놓은 담임목사직 승계에 대한 교단의 입장은, 그 발상부터 전혀 장로교회의 정치원리에 부합하지 않은 것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총회의 업무는 기본적으로 노회가 수의한 안건을 다루는 것이며, 이에 따라 총회는 각 노회의 수의를 정해진 시일 내에 회의하는 ‘임시회’(Extraordinary)의 성격이기 때문이다. 물론 총회의 안건들 가운데에는 일부 행정적인 후속조치가 필요하거나 사전 준비를 필요로 하는 것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그러한 목적에 따라 상설적인 일부 기구를 둘 수도 있는 것인데, 그러한 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 바로 ‘임원회’(a board of directors)일 수가 있다. 하지만 그런 임원회라고 하더라도 결코 자체적으로 안건을 생성하거나 취급할 수는 없고, 다만 노회가 수의한 건에 대해서만 부수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따라서 총회의 임원회가 무언가를 결의한다는 것 자체가 장로교회 정치의 법리상 불법이며, 그것을 노회나 지교회에 내려 보내는 일은 더더욱 불법이다.

한편, 통합측인 대신총회는 벌코프(Louis Berkhof, 1873-1957)의 조직신학에서 다루는 교회론에 대한 설명을 근거로 담임목사직 승계에 대한 타당성을 주장했는데, 왜 장로교회의 총회가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 가운데 하나인 신앙고백과 정치모범에 근거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 의문이다. 왜냐하면 벌코프 조직신학은 내용의 건전함과 유익함에도 불구하고 한 개인의 학문적 이론체계이며,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들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총회의 결의로 산출한 것이기 때문이다. 총회적인 입장을 정리하여 내놓는 마당에, 정작 역사적 총회의 기준을 도외시하고 한 개인의 정리한 바를 근거로 하는 것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장로교회가 무언가를 의결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회(會) 자체의 권위”다. 즉 장로교회는 목사나 장로(치리장로) 혹은 집사 등 그 어떤 직분도 홀로 권위를 주장하거나 행사할 수 없고, 오직 회의에 의해 의결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위 ‘교회 세습’의 문제는 통합측 대신총회의 주장처럼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임 목사가 후임목사를 청빙하는 과정에 전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당회의 결의와 교회 회원들이 참여하는 공동의회 2/3 이상의 결의를 통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전임 목사의 의중이 개입되거나 강조된다고 한다면 전혀 합법적일 수가 없는 것이다. 낙성대 언덕 위에 자리한 해오름이라는 이름의 통합측 대신교단에 속한 교회에서 담임목사가 공동의회를 번번이 번복한 사례는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결국 지교회의 독립성은 담임목사직을 자녀에게 합법적으로 승계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담임목사의 의중조차 지교회의 독립성에 방해가 되지 못하도록 해야만 한다는 근거일 뿐이다. 따라서 통합측 대신총회의 임원회가 지교회의 독립성을 근거로 담임목사가 자녀에게 그 직을 합법적으로 승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속내가 대충 짐작이 가는 아전인수(我田引水)의 견해인 것이다.

장대선 목사(가마산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