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서를 묵상하면서 우리가 살아야 하는 세상을 생각한다. 세상을 의미하는 코스모스(cosmos)는 ‘질서’를 뜻하는 말이다. 즉,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혹은 정치적으로 ‘질서’를 유지함으로 사회적인 혼란을 막고,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보존하려고 한다. 그래서 질서에 맞추어진 사회가 만들어진다. 마치 여자들이 자신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화장과 같은 것이다. 화장품을 뜻하는 cosmetics라는 말은 cosmos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요한계시록이 보여주는 세상이나 다니엘서가 이야기하는 세상은 모두 독립된 개인들의 개별적인 행동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이고 정치적으로 ‘악한 질서’를 그리스도인들에게 요구하고 있다는 데 있다.
다니엘서에서는 다니엘과 다니엘의 세 친구들이 이런 세상에서 살았다. 다니엘과 그의 친구들은 갈대아의 지혜자들과 싸우기도 하고, 우상을 섬겨야 하는 이방세계에 대항하여 풀무불이나 사자굴에 던져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살아계신 하나님’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고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아간다. 요한 계시록에서도 역시 그리스도인들은 세상과 마주한다. 세상은 황제숭배를 통해서 삶의 여유를 준다. 그리스도인들처럼 황제숭배를 거부하는 자들에게는 가난함과 고통을 준다. 황제숭배는 요한이 계시록을 쓸 당시의 사회를 이끌어가는 질서의 한 단면이다. 그 질서를 거부하는 자들은 핍박과 죽임을 당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요한계시록에서 요한을 통해 아시아 7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믿음으로 세상을 ‘이기는 자’들에게 상을 약속하신다.
다니엘서를 묵상하면서 생각한 두 번째의 문제는 세상의 질서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이다. 세상을 이기는 원리는 다니엘서에서 다니엘과 그의 친구들이 보여준 것처럼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의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마지막 때에, 바다가 없어지고, 새 하늘과 새 땅이 임하는 그 때에 고난당했던 하나님의 백성들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다. 다니엘은 ‘뜻을 정하여 왕의 음식과 그가 마시는 포도주로 자기를 더럽히지 아니하리라(다니엘1:8)’라고 결단하고 왕의 진미를 거부했다. 다니엘은 ‘부정한 음식’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왕의 진미를 먹음으로 스스로 부정해 질 것에 대한 가능성을 스스로 막았던 것이다. 다니엘이 느부갓네살의 꿈을 알아내고 해석할 때 역시 세상의 지혜가 아닌 하나님의 지혜, 즉 다니엘이 말한 것 같이 ‘오직 은밀한 것을 나타내실 이는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시라 그가 느부갓네살 왕에게 후일에 될 일을 알게 하셨나이다(다니엘2:28)’라는 고백을 바탕으로 한다. 마찬가지로 다니엘의 세 친구인 하나냐(사드락), 미사엘(메삭), 아사랴(아벳느고)는 왕의 신상에 절하지 않음으로 풀무불에 던져질 위기 앞에서 ‘우리가 섬기는 하나님이 계시다면 우리를 맹렬히 타는 풀무불 가운데에서 능히 건져내시겠고 왕의 손에서도 건져내시리이다 / 그렇게 하지 아니하실지라도 왕이여 우리가 왕의 신들을 섬기지도 아니하고 왕이 세우신 금 신상에게 절하지도 아니(다니엘3:17-18)’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자신을 에워싼 ‘세상’ 앞에서 하나님을 고백하고 하나님을 드러냄으로 세상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았지만, 결국 살아계신 하나님의 보호로 살아갈 수 있었다. 요한이 계시록에서도 역시 지금 당장 경험되는 박해 앞에서 살아계신 하나님을 의지해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자고 권면한다.
우리 역시 다니엘과 그의 친구들이 살았던 암울한 세상, 혹은 요한이 그의 계시록을 쓸 때와 비슷한 삶의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다니엘서에서는 ‘그 남은 짐승들은 그의 권세를 빼앗겼으나 그 생명은 보존되어 정한 시기가 이르기를 기다리게 되었더라(다니엘7:12)’라고 이야기한다. 세상이 하나님의 나라를 이긴 듯해 보이는 현실 앞에서 우리의 삶의 모습은 다니엘과 그의 친구들처럼 혹은 하나님의 말씀을 보고 들은 요한처럼 이미 승리하신 하나님을 믿으며 하나님의 승리에 동참하면서 남은 사탄의 세력과 싸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 세움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