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군함도를 다녀왔다. 오월 어머니집 회원들과 함께 후쿠오카와 키타 큐슈 역사탐방을 하면서 특별히 군함도와 나가사키 평화자료관을 돌아보게 되었다. ‘군함도’는 일본말로 하시마(端島)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의 한이 서린 섬이다. 멀리서 보면 군함 같다고 해서 ‘군함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일제강점기에는 많은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되어 석탄을 캤다. 이후 석유로의 에너지 정책 변화에 따라 1974년 1월 15일에 폐광되었다. 한 때 5천여명이 거주하던 섬은 폐광과 함께 빈섬이 되었다. 조그마한 섬 위에 고층건물, 그것도 폐허가 된 고층건물이 떠 있는 광경은 구룡성채를 방불케 한다. 조선인 강제 징용지다. 적어도 한국인, 중국인, 동남아시아 사람들로서는 신기하게만 여길 수는 없는 곳이다.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은 군함도에 도착해서 ‘그들의 소리가 들리느냐?’고 하면서 돌아보았다.
섬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당시 조선인들은 ‘들어가면 살아서 나올 수 없는 지옥문’이라고 불렀으며 섬 자체도 지옥섬 또는 감옥섬이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파도가 들이치는 바닷가 집에 강제로 살게 했는가 하면 햇빛도 안 들어오는 아파트 지하층에서 살게 한 경우도 허다했다고 한다. 군함도를 탈출하려고 시도한 조선인들이 여럿 있었으나 험한 파도에 휩쓸리거나 발각되어 총살당하는 경우가 거의 대다수였다고 한다. 이 섬에 한글로 된 낙서가 있는 것이 곳곳에 남아있다고 한다. 그리고 징용이 본격화된 그 시기에는 한글과 한국어를 썼다는 까닭만으로 엄청난 처벌과 학대를 받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글로 남기지도 못할 학대의 상흔이 남아 있는 곳임은 틀림없다.
폐광되고 난 뒤에도 섬의 소유권은 미쓰비시 마테리얼에서 나가사키 시로 이전되었다. 미쓰비시사는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 사람들을 강제 노역시킨 전범기업이다. 광주에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일본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 광주지법이 14년 만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미쓰비시사는 지난해 강제노역한 중국인 노동자에게 보상금을 제공했고 미국, 영국 등을 방문해 강제노역에 동원된 전쟁포로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한국인 피해자는 보상이나 사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섬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2015년 7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었다. 2009년 4월 22일부터 관광객의 상륙·견학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견학시설 이외의 섬 전체는 아직까지 출입금지구역이다. 출금 해제 한 달만에 4천5백명이 넘는 인원이 섬을 방문했으며, 1년만에 약 5만9천명이 섬을 방문했다. 군함도를 우린 어떻게 바라 봐야 할까? 조선인들이 강제징용되어 잔혹하게 죽은 아픈 역사의 장보다는 일본 메이지 산업 혁명의 놀라운 결과물이라는 좋은 이미지가 대체로 한국인들에게는 씁쓸하고 찝찝했다. 결국 국제 사회에서 힘없는 건 죄라는 사실만 또 한 번 실감하게 되었다.
그나마 1986년 일본의 시민단체인 ‘재일 조선인의 인권을 지키는 모임’이 사료로서 제시한 화장매장인허증에 따르면, 1925년-1945년 사이 하시마 탄광에서 총 1천2백95명이 숨졌으며, 이 중 조선인은 1백22명이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또 군함도(하시마섬)을 비롯해 일본군 위안부 전쟁 후 배상부터 강제노동, 한국과 중국에서의 침략 등을 전시하고 있는 평화자료관이 있다. 나가사키에 있는 평화자료관은 일본의 무책임한 태도를 고발하는 것에 생애를 바친 고 오카마사하루(岡正治)목사의 유지를 받들어 사실에 기인한 일본의 가해책임을 호소하기 위해 시민의 힘으로 설립되었다. 일본의 침략과 전쟁으로 희생된 외국인들은 전후 50년이 흘러도 어떤 보상도 없이 버려졌다. 가해의 역사는 숨겨져 왔기 때문이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도 보상도 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만큼 국제적인 신뢰를 잃게하는 것은 없다. 오월어머니집의 회원들은 십시일반 모금을 해서 좋은 일에 쓰라고 후원을 했다. 나가사키 원폭피해자 회장이 내년에 ‘오월어머니집’ 방문을 약속하며 헤어졌다. 시민의 위대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