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이 계시록을 쓸 때는 강요된 황제 숭배로 인해 우상을 섬기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가혹한 핍박이 있던 때다. 당시 에베소 교회에서는 니골라 당이라는 반 복음적 공동체에 대항했어야 했고, 로마의 합법적인 종교로서 종교의 자유를 누리던 유대인들의 비방을 감수해야 했다. 그뿐 아니라 버거모 교회는 자체 내에서도 발람의 교훈을 가르치는 자들이 있었고, 두아디라 교회 같은 곳에서는 자칭 선지자라고 하는 이세벨을 용납함으로 주님의 책망을 듣기도 했다. 교회가 외적으로 그리고 내적으로 공격을 당하던 시기가 요한이 계시록을 쓸 당시의 환경이었다. 더구나 당시에는 상업을 위해서는 상업 길드에 가입해야 했고, 이들의 모임의 핵심은 황제 숭배였고, 황제 숭배를 피해 길드에 가입하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은 매매의 권한을 잃거나 매매에서 제외되는 고통을 겪었다. 그래서 서머나 교회는 가난함이라는 다른 형태의 박해를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물론 현대에서도 박해는 있다. 박해하는 유형이 바뀌어서 그렇지 텔레비전을 통해 이미 확산된 술 문화도 기독교인의 삶을 위협한다. 술을 먹는 것이 성경적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의는 나중에 하더라도, 술로 인해 드러나게 되는 삶의 ‘경건치 않음’과 ‘불의’에 대한 현실적인 위협이 있다는 말이다. 술을 먹는 것이 하나의 능력이 되는 시대 속에서, 술을 거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는 자명하다. 술 문화 그 자체가 하나님의 백성들을 향한 하나의 박해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삶의 가치와 질이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사회 안에서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직함’과 ‘기독교인으로서의 헌신’으로 스스로 낮아진 상태에 있고, 스스로 없는 자의 상태에 있다는 것이 사회적으로는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가? 세상적인 평가가 하나의 박해로 자리잡았다는 말이다. 이렇게 과거 요한시대의 박해는 정치적이고 육신적이었지만, 현재의 박해는 이렇게 사회적이고 정신적인 특성을 갖는다. 여기에 과거나 현재나 다가서는 경제적인 압박 역시 박해의 요인이 된다. 때문에 이런 사회적인 현실은 하나님을 모르는 자들에게 기독교인이 되는 것을 외면하게 만들고, 요한이 계시록을 쓸 당시와 마찬가지로 기독교인들에게는 사회와의 타협이 요구된다. 마치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라오디게아 교회나 그 외 세상과 타협했던 교회들처럼 말이다. 

이 말은 우리 역시 타협의 가능성 앞에 있다는 말이다. 개인이 혹은 교회가 세상의 구조와 타협하고, 세상의 요구에 적당한 타협점을 찾으려 하는 시대가 지금이고, 그런 타협의 폭이 좁은 사람들을 향해 세상과 혹은 세상과 차협한 교회는 독선적이라느니 혹은 비타협적이라느니 하며 비난한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부딪치는 문제는 이런 비난 앞에서 ‘우리가 타협의 폭을 어떻게 만들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성경에 바탕을 둔 온전한 삶의 기준을 만드는 것은 중요한 일이고, 교회가 반드시 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하나님은 하박국을 통해 ‘의인은 그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하박국2:4)’라고 말씀하심으로 삶의 기준을 제시하신다. 세상의 흐름이 내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지 않고, 내 뜻과는 달리 움직인다고 해도, 그 안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은 결국 하나님을 믿는 믿음의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너무 많은 타협이 요구되는 삶의 현실 앞에 우리가 서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울의 말처럼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이 나를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고 내가 또한 세상을 대하여 그러하니라(갈라디아서6:14)’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살아계심에 대한 믿음으로 말미암아 산다는 확신 때문이고, 우리는 살아게신 하나님의 승리에 참여하는 자들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즉, 하나님의 백성, 즉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기 때문이다. 명절이다. 언제 어디서나 살아계신 하나님께 대한 확신으로 타협없이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