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교회인 우리 교회 베란다에 나가면 작은 공터가 바로 앞에 보인다. 올 3월, 살짝 눈이 내려 꽤 추워 보이는 날에 작은 고양이 2-3마리가 공터 한 복판에서 놀고 있었다. 태어난 지 며칠 안돼 보이는 고양이들은 어미 고양이를 의지하며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놀고 있다. 며칠에 한 번씩 고양이들은 봄이 내려앉은 땅에 옹기종기 모여 일광욕도하고, 뛰어놀기도 했고, 봄이 깊은 어느 날부터는 고양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어느새 자란 풀 때문에 고양이가 왔는지 찾을 수 없었다. 봄이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사람들은 가물다고 혹은 너무 비가 온다고 불평하는 그 때에 그 작은 공터는 풀로 가득해졌다. 여름 비 한 웅큼에 한 뼘 만큼 자라나는 풀은 공터에 문을 달고 그 문을 닫아 놓은 땅 주인의 무심함만큼 잘 자란다. 공터 근처를 지나가다 보면 어린 아이 키만큼 자라난 이름 모를 풀들은 이층 베란다에서는 여름 그 자체로 보인다. 비가 오면 시원스레 자라고, 더운 햇살을 받으면 지친 듯이 서있고, 바람이 불면 바람부는 대로 흔들리는 풀들은 언제나 거기에서 여름마냥 서있다. 그렇게 푸르던 풀들이 며칠 새 힘이 빠진 것 같다. 작은 땅에 가득 내려앉은 가을햇살을 받은 풀들은 여름내 보여주었던 푸르름을 진한 갈색으로 바꾸면서 주변에 내년을 위한 희망을 뿌리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풀들은 조용히 다가오는 겨울을 준비한다. 교회 밖에 고양이 소리가 들린다. 아기 울움 소리 같아 섬뜩한 발정난 고양이 소리가 하늘로 퍼져간다. 저렇게 울고 있는 녀석이 올 봄에 봤던 녀석 가운데 한 마리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다른 놈들이라고 해도 별 상관은 없지만, 올 봄에 봤던 녀석들 가운데 하나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나가는 시간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면서 antiageing 이니, 동안이니 하는 사람들과는 좀 다른 차원을 사는 존재들이 그 작은 공터에 있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 봄이면 봄대로, 혹은 여름이면 여름대로 자기의 색을 보이다가 다가오는 겨울을 준하는 이름 모를 풀이나, 시간과 때에 맞추어 새끼가 태어나는 작은 자연이 그 공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곳이 자연이기 때문인지 그 곳에는 언제나 아무도 모르는 전쟁이 있다. 꽤나 넓게 자라던 토란은 무성해진 이름 모를 잡초에게 밀려 났고,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 곳에는 양육강식의 먹이 사슬이 만들어져 있을 것이다.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은 자연의 이치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자연이 때로는 약한 것들에게 쏟는 또 다른 이치를 본다. 사람의 손길을 탔던 토란은 이름모를 풀들에 의해 밀려나 한 쪽에 진을 치고 있다는 말은 그 작은 공터의 주인이 본래 이름모를 풀들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땅 주인은 가을 어느 날 닫았던 문을 열고 허루 종일 잡초라고 생각하는 땅의 주인들을 잘라낼 것이다. 그러나 그 작은 공터의 주인은 내년에도 그 것을 점령할 것이다.
우리 교회가 있는 길거리에 모여 있는 몇 십 개의 식당에는 점심때면 사람들들의 발걸음이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길거리의 식당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해 보이지만, 이웃집보다 더 친절해야 하고, 더 맛있어야 하고, 더 영양가 있는 식사를 제공해야 하고, 나아가 더 싸야 살아남는 전쟁을 치른다. 전쟁이라고 말했지만, 몇 년 동안 이 골목을 바라보면서 느낀 것은 살아남는 식당은 역시 맛있고, 친절한 식당이다. 굳이 이웃하고 있는 식당보다 더 좋은 것이 우리에게 있다고 우기지 않아도, 사람들은 그곳이 먹을한 식당이라는 사실을 안다. 은연중에 만들어지는 여론은 마치 토란을 한쪽으로 밀어내고 작은 공터를 가득 메우는 이름 모를 풀 같다.
우리 교회가 있는 단지 안에 내가 섬기는 교회 말고도 8-9개의 이층교회가 더 있는데, 교회가 교회다워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살아가는 교회 본연의 모습을 갖는 것이 아닐까? 그 작은 공터에서 일어나는 자연의 모습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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