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사라 그리고 마광수교수의 죽음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였던 마광수씨가 66세의 한참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윤동주 연구’로 주목을 받고, 스물여덟의 약관으로 모교인 연세대 교수가 된 천재였다. 그 뒤 “즐거운 사라”라는 소설로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부모가 이민을 떠나고 홀로 남겨진 ‘사라’가 성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자기 정체성을 찾고, 타자가 규정한 족쇄를 풀고 자기 주체가 되어간다는 줄거리이다. 그 묘사가 너무 지나쳐 외설이라는 시비가 그치지 않았고, 결국 법원으로부터 판매금지처분을 받았다. 그 뒤 마 교수의 삶은 이리 저리로 꺾기고 굽어졌다. 법적 투쟁 끝에 복직한 후 퇴직했지만 예전의 그일 수 없었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으로 작아질 수밖에 없었고, 자기를 자신의 성(城)에 가둘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꿈이었던 ‘사라’는 될 수 없었다. 타자의 규정을 넘어서지 못하고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것이다. 어쩌면 죽음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타자가 규정한 족쇄(?)를 온몸으로 끊고자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배설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일이며 거부할 수 없는 생리다. 또한 배설은 다른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은밀한 쾌감/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아마 절집에서, 배설소를 ‘해우소’라고 한 것은 해학을 넘어 선 몸의 철학이 담겨져 있다. 그럴지라도 배설소를 따로 만들고, 문을 달고,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규정에, 배설욕구를 억압한다고 말할 사람을 없을 것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서귀포 천지연폭포에서 아무 때나 배설한 후, 비로소 나의 정체성을 찾았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마 ‘사라’라도 그랬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 되는 것은, 사람에게 주어진 고유한 본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단지 물질로만 구성되었고, 본성은 사회가 만들어낸 학습 때문에 생긴 후천적 관습이라고 여긴다면, ‘사라’는 우리의 선도자로서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하나님의 형상이기 때문이다. 타락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었어도, 여전히 사람에게서 하나님의 형상을 들어다 볼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은 본성적으로 함부로 배설해서는 안 된다는 자기 울타리가 있다. 유사 이래로 수많은 전쟁과 분쟁을 통해서 사람에게 악마를 보았어도, 인류사회가 이렇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각자의 자기규정과 그 규정의 합의로 이루어낸 사회적인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규정 혹은 본성/본질들이 판도라 상자에서 나오게 된다면, 홉스가 말한 대로 “만인을 위한 만인의 투쟁”만 있게 되어, 좀비의 세계가 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마 교수의 죽음에, ‘사라’를 용납하지 못한 미개한 시대를 격하게 탄식하는 것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얼마지 않으면 “즐거운 사라”는 해금이 되어 자유를 얻게 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의 시비는 ‘본성’에 대한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배설의 욕구가 있지만, 그것을 참아내고, 규정 안에 머무는 것이다. 이것이 삶에서 - 예술, 문학, 사회, 철학에서 - 즉 문화에서 그 힘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의무이고 책임이다. 마 교수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