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성경이고, 어떻게 성경인가? “복음선포를 위한 성경” 

“신학은 ‘성경’으로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하기 전에 “신학은 성경으로 했는가?”가가 탐구에 좀 더 명료한 질문이다. “성경으로 신학함(Sola Scripitura)”은 오직 믿음(Sola fide)와 함께 종교개혁에서 세워진 새로운 좌표이다. 종교개혁 이전에는 성경으로 신학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신학은 어떻게 발생했는가? ‘신학’은 교회에서 형성된 것이라고 하는데, 교회 시작에 신학은 없었다. 칼 바르트는 교회 이전에 ‘신학’이 있었다고 하는데, 교회 이전에 신학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신학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복음’이 있었다. 신학의 원형인 복음이 교회를 세웠는데, 신학의 원형은 오순절 성령강림과 그 성령을 받은 사람이다. 

‘체계적인 신학’은 기독교가 로마에서 공인된 종교(313년)와 국교(392년, 데오도시우스 1세/ 301년 아르메니아 최초로 기독교 국교로 인정(단성론))가 되면서 체계적인 인식 체계를 가 요구될 때 형성된 산물이다. 기독교가 공인되기 전에 교회는 생존이 제일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공인 전에 다양한 이단들이 있었지만, 이단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처지가 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체계적인 학문을 이룬다는 것은 배부른 상상일 것이다. 로마 황제에 의해서 금지된 종교는 기독교였다. 기독교는 유대교와 ‘다른 이교’였고, 밀의종교(密儀宗敎, Mystery religion) 등은 금지 종교가 아니었다(참고, 메이천의 <바울 복음의 기원>). 그런 기독교가 313년 콘스탄티누스의 밀라노 칙령(종교 관용령)에 의해서 재산권 등을 소유할 수 있는 제도적 종교로 변화되었다. 그래서 혹자는 313년을 교회 부패(거짓 교회)의 원년으로 보려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300년 동안 박해에서 인내와 믿음의 정진으로 로마를 기독교로 만든 복음의 위력을 보아야 한다. ‘오직 예수’라는 단순한 복음으로 포용성있는 종교들 속에서 합당한 종교로 인정받은 것이다. 313년 이전에 교회 안에 많은 이단들이 있었지만 파편적이고 음성적으로 대항했다. 그러나 로마 정부에 합법성을 가질 때부터는 합법적인 절차로 변호를 해야 했다. 합법적인 변호는 황제와 함께 논의했고, 황제의 주도 아래서 ‘교리’가 형성되었다. 황제가 주도했던 공회의는 7개이다. 황제가 주도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 고대 사회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약한 것이다. 제정일치사회를 추구하는 고대에서 황제의 권위는 절대적인 위치에 있다. 

기독교 교리는 로마 사회를 이루기 이한 국가적인 불가피한 조치였는데, ‘한 교회’를 이루는 ‘정통 교리’를 세우는 계기가 되었다(articulus stantis et cadentis ecclesiae). 이 때 교리 논쟁은 예수 그리스도를 고백하고 믿는 수준에 대한 논의였다. 정통과 이단은 모두 예수를 믿는다고 주장했는데, 그 믿음의 수준에 대한 논쟁이었다. 그리고 필자는 고대 교리 논쟁에서 ‘삼위일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았다고 제시한다. 고대 교리 논쟁은 삼위일체의 존재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예수를 어떻게 믿을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었다. 

320년경 마가의 전도로 기독교 도시가 되었다고 알려진 알렉산드리아에서 인기 있는 사역자 아리우스에 의해서 문제가 촉발되었다. 아리우스는 달변가로 명성이 있었다. 아리우스는 예배에 유일한 대상이 ‘하나님 아버지’라고 주장했고, 예수는 ‘영원에서 창조된 존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 알렉산드리아 감독인 알렉산더는 지금까지 예수께 예배한 교회에 대한 공격으로, 300년 교회가 우상을 섬긴 집단으로 전락되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리우스의 주장은 매력적이었고 인기가 많았고, 교회가 혼란해지자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보편 교회 회의를 소집했다. 325년 니케야 공회의(Concilium Nicaenum Primum)에서 아리우스의 견해인 “아버지와 아들이 유사본체(homoiousian)가 배격되고, “아버지와 아들이 동일본체(homoousion)”인 것을 공교회 문서로 확증했다. 고대 교리 논쟁에 성경 본문 해석에서 시작했지만(아리우스는 골 1장에서 예수의 피조성을 주장함), 성경 본문의 대화가 아닌, 실재로 담지한 구원에 대한 묵상과 효력에 대한 것으로 변증을 했다. 교부들의 권위는 사도의 가르침을 계승하고 바른 해석을 한 교회의 권위이다. 

공교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단으로 정죄된 세력은 결정에 순종하지 않았다. 고대 교리는 결정했지만 논쟁은 종식되지 않았다. 5세기 유스티아누스 황제가 칼케돈 신경으로 교리 논쟁을 종식시키려고 했을 때, 단성론자들은 황제의 결정에 불복하고 항거했다. 아르메니아 정교회, 콥틱 정교회, 시리아 정교회, 에디오피아 정교회 등이 대표적인 단성론 기독교로 유스티아누스 결정에 항거했다. 451년에 서로마 제국은 멸망했고, 8세기 이슬람 세력이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을 점령해서 기독교는 구조적으로 교리 논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기독교 제국은 오그라진 비잔티움에서 황제의 권위로 기독교를 유지했다. 서로마는 멸망했지만, 프랑크 제국이 기독교를 국교로 질서를 세웠다. 그래서 유럽은 황제와 교황의 갈등이 발생할 정도로 교회 권력은 막강했다. 유럽의 의식 세계를 교회가 종교적으로 장악했다. 진리의 판결이 합리적인 토론이 아닌, 교회의 결정, 로마 교황의 교서로 결정되었다. 공교회라는 것도 교황의 교서가 최종 권위를 갖았다. 중세 유럽 1,000년을 교황, 교회가 세속 질서를 장악했다. 동방 교회 지역은 이슬람에 장악해서 기독교는 사회에서 소수로 전락했다. 마지막 비잔티움이 함락된 후(1453년) 중동 지역은 이슬람으로 사회가 재편되었다. 비록 십자군 전쟁으로 잠시 예루살렘을 기독교 세력이 유지하기는 했지만 실패했고, 기독교와 이슬람은 더 심각한 갈등 관계를 유지했다. 

16세기 유럽의 지성은 무식한 교회의 횡포를 견디지 못했다. 14세기부터 시작된 르네상스(Renaissance, 문예부흥, ad fontes)는 16세기 교회에서 그 정점을 찍었다. 그 시작은 마틴 루터가 1517년 비텐베르크 예배당 정문에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마틴 루터는 “오직 믿음과 오직 성경이라는 좌표”로 “교황주의 좌표”를 개혁했다. 인문주의 교육을 철저하게 받았던 프랑스 사람, 제네바 베드로 교회 사역자, 칼빈은 ‘오직 성경’으로 기독교 교리를 체계화시켰다. 루터는 독일에서 신교(新敎, Protestant)를 형성했고, 칸톤(Canton)인 제네바(Geneva)는 새로운 기독교 질서 유지를 위해서 칼빈을 청빙했다. 루터의 사상은 유럽 전역에 퍼졌고, 뒤를 이어 칼빈의 가르침도 유럽 전역에 퍼졌다. 그래서 유럽은 구교(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루터파(독일,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칼빈파(제네바, 스코틀랜드(장로교), 네덜란드)로 형성했다(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 

종교개혁파는 성경으로 고대 교리를 검증하고 고대 교회 가르침, 사도의 가르침을 회복했다. 칼빈이 가장 체계적인 성경 주해와 교리 해석으로 고대 교회 가르침을 회복했다. 칼빈주의 종교개혁은 새로운 종교가 아니라 고대 교회의 가르침과 질서를 복원하는 것이다. 

종교 개혁 후 기독교의 좌표는 세 갈래로 섰다. 교회의 권위에 의한 좌표(구교)와 성경으로 사도의 가르침을 계승하는 좌표(개혁파), 성경 본문으로만 복음을 세움(재세례파)로 나뉘었다. 필자가 주목한 것은 “성경본문으로만”과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을 혼동하는 현재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재세례파는 교육에 철저하게 몰두했고(참고. 코메니우스, 1592-1670), 자유주의 신학은 '성경으로' 예수와 기독교를 재구성하려는 것을 시도했다. 그래서 '오직 성경'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오직 성경'으로 '사도의 가르침을 회복하는 것'과 '오직 성경'으로 '성경 본문의 의미를 드러내는 것'이다. ‘오직 성경’은 개혁파, 재세례파, 자유주의 등이 애용하는 표호이다. 그런데 1970년대에 등장한 새관점학파는 성경에 주전 2세기부터 주후 1세기 문서에서 기독교의 기원을 탐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것은 라이마루스(H. S. Reimarus)가 예수를 복음서 밖에서 탐구하려는 자세에서 시작되었고, 300년이 지난 지금에는 성경으로 신학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오직 성경’에 맹점이 있다. 성경은 누구나 읽은 수 있고, 누구에게나 감동과 영향력을 제공한다. 그러나 성경에 감동과 영향을 받은 사람이 그리스도인은 아니다. 힌두교 신자 간디는 산상수훈을 극찬했고, 도올 김용옥은 성경 주석서를 집필하기까지 했다. 21세기에는 성경이 동성애를 지지하는 텍스트로 해석되고 있다. 각종 이단들은 성경을 자기주장을 맹목적으로 인지시키는 교범으로 전락시켰다. 

‘오직 성경’으로 자기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성경 본문을 바르게 해석함으로 자기가 그리스도인인 것이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인은 ‘바른? 성경 해석’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 전도’에서 발생한다. 성경 본문과 상관없이 그리스도인은 발생하고, 그리스도인은 성경에 근거한 복음 선포와 성경 공부로 훈련을 받아 그리스도인인 다운 그리스도인으로 양육을 받는다. 그래서 성경을 연구할 때, 성경으로 인격 훈련을 받은 사람인지, 그리스도인으로 성경에서 훈련받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거룩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성경을 읽는다. 이해 증진을 위해서 성경을 읽는 것이 아니다. 성경으로 바른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이 성경으로 바른 그리스도인이 된다. 성경 본문을 잘 해석하면 좋은 그리스도인이 될 것이라는 상상을 포기해야 한다. 좋은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지, 비-그리스도인에게 아무리 좋은 성경 해석을 제공해도, 그가 그리스도인이 되기 전에는 어떤 믿음의 진보가 발생하지 않는다. 

성경은 불신자를 신자로 만들기 위한 믿음의 교본이 아니다. 간혹 성경을 읽다가 스스로 그리스도인이 된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사람도 에디오피아 간다게처럼 그리스도인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말해야 하고, 그리스도인의 복음과 도움으로 그리스도인이 된다. 사람이 스스로 복음을 터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스스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스스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복음 전도자가 필요하다. 

그리스도인은 반드시 교회를 사모하고, 복음을 사모한다. 그리스도인은 교회를 세우고 확장시키는 것을 사모한다. 그 교회를 이룸과 복음의 교본이 ‘성경과 교리’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은 성경을 사모한다. 주의 몸된 교회를 사랑하고, 주의 지체를 사랑하고, 영생을 사모하기 때문에, 그 양식의 원천인 성경을 사랑한다. 주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성경을 사랑한다. 성경을 잘 읽었기 때문에 하나님을 알고 사랑한 것이 아니다. 지식의 순환 고리에 들어오기 첫 단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구원을 이루는 기독교 학문을 이룰 수 없다. 그래서 여기에서 복음전함의 긴박성을 강조한다. 16세기 ‘오직 성경’으로 기독교 사회를 재편했는데, 그 유럽 사회가 철저하게 비-기독교 사회로 전락했다. 21세기 한국 교회는 무너진 세계 교회를 세울 마지막 보루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교회는 선교적 교회로 복음 전함을 강력하게 주창하고, 복음을 국내와 국외에 전도해야 한다. 

성경을 바르게 해석해서 교회에서 교육하면 바른 그리스도인이 양성될 것이라는 것은 착각이다. 바른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게만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역자는 성도들의 회심에 대한 확증, 믿음의 진보를 잘 점검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성품이라 할지라도 회심하지 않은 탁월한 윤리와 예의를 소유했더라도, 회심하지 않으면 그리스도인은 아니다. 교회 사역자는 탁월한 윤리의 사람이나 헌신적인 사람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을 사모해야 한다. 교회 사역자가 그리스도인이 아니라면 낭패이고, 교회 사역자가 그리스도인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도 심각한 일이다. 교회 사역자의 임무를 수행하는 첫째 능력은 복음을 전하는 것이지만, 그리스도인에 대한 검증 능력도 수반한다. 

우리는 ‘오직 성경’이란 종교개혁의 표어가 자유주의 그리고 새관점학파에서 해체된 것을 보았다. 리츌은 ‘오직 성경’을 강조하면서 “예수를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명시적인 문장이 성경에 없기 때문에, “불신과 지옥”을 연관시키는 것이 비성경적이라고 했다. ‘오직 성경’으로 기독교 해체를 시도한 자유주의가 있기 때문에, ‘오직 성경’이란 구호가 완전한 믿음 체계를 위한 절대적 구호가 아님을 알았다. 뒤에서 ‘오직 성경’도 다양한 범위가 있음을 제시할 것이다. 그 자유로운 ‘오직 성경’에 다양한 고대 문서를 추가한 새관점학파는 현재 기독교를 점령한 유력한 사상 체계이다. 

그리스도인은 기독교를 정의하고 예수 믿음의 바른 도리, 사도의 가르침과 오직 성경으로 그것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