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경묵상] 갈라디아서 2장. 믿음의 사도의 열정과 겸양: 오직 믿음SOLA FIDE

1. 사울은 개종 후 14년째 되던 해, 바나바, 디도와 함께 예루살렘을 다시 방문하였다(1절). 이때는 사울이 바나바와 함께 안디옥 교회를 섬긴지 1년쯤 지났을 때였을 것이다. 예루살렘에 기근이 발생하여 어려움에 처한 교회를 돕기 위해서, 이방 지역 안디옥 교회에서 헌금을 전해 주기 위해 예루살렘을 방문하였다(행 11:30). ‘계시를 인하여’ 올라갔다는 말을 선지자 아가보가 예루살렘에 큰 기근이 있을 것을 예언한 것을 지시한 것이다(행 11:27-28). 이때도 사울은 이 때 유명한 사도들, 즉 베드로, 요한, 주의 형제 야고보 같은 이들에게 자신이 전한 복음 내용을 설명하였다.

‘나’라는 주어(1절)와 ‘사사로이(privately)’(2절)라는 단어에서, 사울이 한 사역이 비록 다소와 안디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예루살렘 교회에 파송이 아니라는 것이 있다(행 15장. 김형익). 사울이 이렇게 한 것은 자신이 전한 복음의 수고가(특별히 이방인들을 위한) 헛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2절).

사울이 전한 복음은 천상의 그리스도께서 주신 계시임에도 예루살렘의 유력자들에게 개인적으로 올라가 확증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그럼에도 교회의 외적 권위에 대한 합당한 존중이고 필요한 과정이다. 소명에는 내적소명과 외적소명이 있다. 보이는 기관의 인증 절차를 소홀하게 생각하는 것은 주께서 세운 보이는 기관에 대한 모욕이다. 그리고 교회를 세운 예수께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

사울은 이방인에게 복음이 효과적으로 전파될 수 있도록 예루살렘 교회의 확증 받으려고 하였다. 이방인 지역에 이방인들에 의해서 안디옥에 교회가 설립되었다. 예루살렘에서 안디옥에 바나바를 파송하였고, 바나바는 사울 포함한 5명의 팀을 구성해서 왕성하게 사역하였다. 그런데 교회 안에서 구원에 대한 도식에 혼란이 발생하였다. 그것은 그리스도인이 되는 방식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방인도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유대인처럼 할례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사도 바울은 그런 주장에 대해서 ‘가만히 들어온 거짓 형제들’이라고 표현하였다(4절).

예루살렘 교회는 모두가 할례 받은 유대인이었기 때문에 할례 수행에 대한 문화적 충격을 알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방인들에게 할례는 큰 갈등으로 넘기 힘든 거친 돌이었다. 그래서 사울은 작심하고 할례 받지 않은 디도를 대동하여 예루살렘에 방문하였다(3절). 거짓 교사들 때문에 순수 복음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고, 이방인에게 전할 복음에 중대한 문제점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미 베드로는 할례 받지 않은 고넬료에게 성령이 임해서 세례를 베풀었고 합당하다고 선언한 상태였다(행 10장). 그렇기 때문에 바울의 주장에 대해서 거부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자기의 구습을 벗어버리기 쉽지 않았다. 철저하게 유대인이었던 사울은 자신을 할례 받지 않는 사람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는 자로 규정하였다. 그 사울이 유대인의 방식이 아닌 복음의 방식, 오직 믿음으로 구원에 이름을 확고하게 세웠다. 그럼에도 바울은 유대인에게는 유대인의 방식으로 이방인에게는 이방인으로 방식으로 복음을 전한다고 하였다(고전 9장).

사도 베드로도 이방인 지역에서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하였다. 그럼에도 사도 바울이 이방인의 사도라고, 갈라디아서에서 표현한 것은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엿볼 수 있다. 복음 사역자에게 복음의 대상과 지역을 한정시킬 수 없다.

거짓 교사의 의견이 교회 정통 가르침으로 정착된다면 기독교는 유대교의 아류(亞流)로 전락하여 한 분파에 불과할 것이다. 사도 바울은 거짓 교사들이 할례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 사소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교회를 무력화시키며 파괴하는 행동으로 보았다. 그리스도께서 피로 확보한 자유를 할례로 다시 유대교의 종이 되게 하는 것이다(4절). 종에서 자유자로 구원을 받았는데 다시 종으로 갈 수는 없다. 이것은 광야에서 애굽으로 돌아가자고 외쳤던 실수인데, 교회에서 교묘하게 반복하는 것이다. 여호와께서 홍해를 다시 가르지 않았고 뒤로 물러감을 허락해주지 않아 결국 요단강을 건넜다. 주님은 예비한 종, 사울을 교회의 사도로 세워 복음을 굳게 세웠다.

필자는 교회에서 성도들에게 “그리스도를 믿어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가?”라고 질문하고 싶다. 그것은 교회에 다니면서 억압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성도들이 있는 것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성수주일, 헌금생활, 봉사생활 등을 말하면 억압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더 나아가 억압에 잘 순종하면 복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사도 바울이 그렇게 거부하던 행동을 한국 교회도 하는 것이다. 교회는 자유, 자발(自發)에 의한 행동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훈련이라는 수단으로 강제가 수반될 수 있는데 ‘훈련과 강제’의 경계를 잘 이해해야 한다. 훈련이라는 방법으로 영혼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남용하는 것은 율법의 멍에, 종의 멍에를 다시 메게 하여 교회를 파괴시키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보혈에 의해서 획득된 자유는 사람의 힘 혹은 천사의 힘으로도 돌이킬 수 없다(5절).

하나님은 사람을 외모로 취하지 않는다(갈 2:6, 골 3:25, 약 2:1-4). 예루살렘 교회는 이미 이방인 고넬료에게 베푼 세례를 합당하게 결정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바울의 주장에 대해서 더 이상 새롭게 반박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임시적 결정으로 바울을 무할례자에게 복음을 전함으로 결정하였다(7절). 베드로는 할례자에게 복음을 전함으로 하였다(8절). 그리고 교제의 악수, 인준의 악수를 하고 함께 복음 전함에 전력하도록 하였다. 베드로와 바울이 사역 영역을 구분하는 것은 임의적이다. 바울은 꾸준히 유대인을 대상으로 유대인으로 복음을 전하였고, 베드로도 안디옥, 로마로 복음 전도 활동을 하였다. 복음을 전함에 대상을 확정하는 것은 바른 자세는 아니다. 복음의 사람이 가난한 자를 돌봄에 대해서 상호 합의하였다(10절). 가난한 자를 혹자는 예루살렘 교회의 힘든 처지를 돌보라는 것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복음은 하나이고, 복음에서 의한 행동강령은 가난한 자를 돌봄도 하나이다. 그러나 다른 다양한 부수적인 것들도 있지만 성경에는 다수가 등장하지 않고, 오직 믿음에 의한 구원을 가르친다.

2. [게바를 책망한 바울] 그런데 문제가 터졌다. 베드로가 안디옥 교회를 방문하였을 때였다(11절). 안디옥 교회는 이방인이 세운 교회로, 예루살렘에서 바나바를 파송하여 사역하도록 하였다. 안디옥 교회의 사역자는 바나바였고 베드로 사도가 안디옥 교회를 방문하여 식탁 교제를 하였다. 할례받지 않은 신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던 베드로는 예루살렘에서 온 유대인 신자들이 오자, 갑자기 식사 자리를 떠나버렸다. 이에 안디옥 교회를 사역하던 바나바도 함께 숨어버렸다. 베드로의 행동은 자기 믿음의 확신을 위배한 중대한 오류이고 이방인에게 큰 충격이었다. 복음 사역자의 이율배반(二律背反) 행동은 따르는 자들의 마음을 미혹하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13절). 바울은 그런 위험성 때문에 첫 사도인 베드로를 책망하였다(14절). 베드로는 유대인인데, 유대인으로 이방인과 식사도 하지 않을 정도로 자부심을 느끼면서 어떻게 이방인보다 못한 행동을 할 수 있는가?라는 판단이기도 하다. 이방인을 유대인처럼 살도록 하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확립한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다(14절).

그런데 놀라운 것은 베드로가 바울의 책망을 고스란히 인정하고 순복하고 사과한 것이다. 베드로는 그리스도의 복음에 누가된 자기 행동을 지적하는 바울의 소리를 그리스도의 지적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사도의 책망을 기꺼이 받고 안디옥 교회와 교우들에게 사과하였을 것이다. 베드로 사도가 바울의 책망을 받아드림으로 교회에 이방인이 할례를 받지 않음에도 유대인과 전혀 차이가 없는 한 교회가 될 수 있음이 형식적으로도 천명되었다(엡 2:13-22).

3. [사람이 의롭게 되는 것은 율법의 행위(할례)가 아닌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된다](16절). ‘의(義)’를 획득, ‘의됨’은 ‘오직 믿음’으로 된다. 이중칭의(duplex iustitia)는 믿음으로 의를 획득하고 믿음으로 의를 이루는 것이다. 예수를 믿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기독교에서는 모두가 동일한 그리스도인이다. 그러나 율법의 행위로 이룬 기독교에서는 먼저는 유대인이고 다음은 이방인이 되어 한 교회에 두 종류의 그리스도인이 존재하게 된다. 유대인들이 회당에서 이방인들을(하나님의 경외하는 사람) 인정하지만 두 부류를 운용한 것과 차이가 없다. 교회는 ‘믿는 자’ 한 부류이다. 이것을 로마 교회에서는 견진례를 도입해서 운용하고, 웨슬리의 제2체험, 오순절주의에서 성령세례(방언)으로 운용한다. 은밀하게 교회를 두 체제로 나누는 것은 율법주의 종교의 여러 잔상들이다. 기독교는 한 믿음으로 세워진 그리스도 안에서 한 교회이다.

율법의 행위로 구원을 얻지 못하고, 의롭게 할 수도 없다. 그리스도인의 의(義)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다(16절).

그런데 그리스도 안에서 의롭게 되려하다가 우리에게 죄가 나타나면, 그리스도께서 죄를 짓게 하는 것이 아니다(17절). 그것은 사람이 한 것이다. 사도 바울이라도 그리스도께서 세운 것(16절)을 헐고 어떤 것을 다시 세우면 범법한 거짓 교사가 된다. 사도 바울은 자기 자신을 비하하며 강력하게 바른 복음을 강조한다(18절). 거짓 교사들이 그리스도의 복음에 율법(할례)를 포함시켜 스스로 의롭게 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스스로 율법의 행위로 의를 얻는다고 유혹한 것이다. 그리스도를 굉장히 높이는 것처럼 위장시켜 성도를 미혹하는 ‘진짜 같은 정교한 다른 복음’이다. 이러한 반대 조류는 구원파 계열로 그리스도를 자신이 믿은 후에 절대로 죄로 인정하지 않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방종주의). 그리스도 안에서 있을 때에 지은 범죄는 회개, 죄의 제거(성화)를 해야 한다. 그러나 죄의 원인이 그리스도께 있지 않다. 믿음이 역사할 때, 성령의 탄식을 거부하는 자기 결정에 의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은혜를 주신 자에게 자비와 긍휼을 베푸셔서 기회를 주시며 거룩의 증진을 이루도록 하신다.

4. [행위 율법에 대하여 죽었고, 은혜로 다시 삼](19-21절). 바울은 율법에 대하여 죽음, 하나님에 대하여 삶으로, 칼빈은 성화(기독교강요 III권)에서 죄에 대하여 죽음과 의에 의해서 살림(mortificatio et vivicatio)으로 표현하였다. 사도 바울은 먼저 “나는 율법을 대하여 죽었고, 하나님에 대하여 살려 한다.”(19절)고 하였다. 율법에 대하여 죽는 방법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힘이고, 하나님에 대하여 살려함은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다(20절). 이것은 모두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다(20절). 이것이 하나님의 은혜를 폐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21절).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를 지는 것은(비교 마 11:28-30)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믿음으로 정진하는 것이다. 믿음 안에서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을 믿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은 곧 성령으로 사는 것이다(갈 3장). 성령이 아니고서는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살 수 없다. 이것이 은혜인데 율법으로 성령의 내주를 이루지 못하였고, 오직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혜로 성령의 내주가 일어났다. 사도 바울은 3장에서 너희가 성령을 받음에 대해서 강력하게 질문한다(갈 3:2).

5. “전능하신 하나님, 믿음의 사도들의 겸손과 열정을 볼 수 있도록 인도하시니 감사합니다. 오직 주 하나님 앞에서 겸양으로 하나님과 형제들을 섬기게 해주옵소서. 주 하나님의 피 값으로 세우신 교회를 주 하나님께서 주신 믿음으로 섬기게 하옵소서. 교회를 헤치려는 거짓 교사들이 있습니다. 교묘하게 위장하여 공격하는 거짓을 배격하고 믿음의 바른 도리를 세워 그리스도인답게 살게 하옵소서.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사시니 그 믿음에서 은혜의 부요함을 찬양하며 사랑하며 영광 가득하게 하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