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고, 그의 고향인 쾨니히스베르크에서 150㎞ 이상 벗어난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의 묘비에는 ‘내가 그것에 대해 자주 생각하고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새롭고 더욱 큰 경탄과 외경심으로 내 마음을 가득 채우는 것이 두 가지 있다. 그것은 내 머리 위의 별빛 찬란한 하늘과 내 마음속의 도덕법이다. ’적혀있다고 한다. 칸트의 마음에 있는 도덕법은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고 확실하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칸트는 변하지 않고 빛나는 도덕적인 원리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 원리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동일한 보편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칸트가 ‘그의 고향 150킬로 보다 더 넓은 세상을 돌아다녀 보았다면 어찌 됐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혹은 현대처럼 삶의 가치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정해진다는 것을 알았다면, 별빛이 빛나는 밤하늘처럼 확실한 보편적인 도덕성이 마음에서 빛난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칸트의 시대와 현대는 너무 다르다. 현대는 별이 빛나는 밤하늘이 있다는 사실을 쉽게 잊어먹는 시대일 뿐 아니라, 마음에서 빛나는 것은 가치를 측정하는 매체, 즉 돈의 많고 적음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다. 그래서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이 나타나는 시대이고, 여러 가지의 가치들이 공존하는 다원화된 시대이다. 가치의 변화는 머리 위의 별빛 찬란한 하늘은 없앨 수 없지만,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지 하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에 ‘마음속에서 빛나는 도덕율’을 없앨 수 있다. 이런 시대에는 일에 대한 명분과 철학은 사라지고, 이익만이 중요한 관심이 된다. 그래서 생명의 고귀함 때문에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잘 버니까 의사가 되려는 사람들과 의사를 하라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정의와 공의를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권력을 쉽게 잡을 수 있고 돈을 잘 버니까 판검사나 변호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각종 비리가 공동체를 좀먹는다.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하나님의 사랑을 증거하기 위한 목회가 아니라, 먹고 살기위해 목회하는 생계형목회자들이 많아진 것 역시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하늘이 있음을 잊어먹지만, 하늘은 언제나 거기서 별빛을 쏟아내며 있다. 어제도 있었고, 오늘도 있고, 내일도 있을 것이다. 칸트는 언제나 거기에 있는 별빛이 빛나는 밤하늘처럼 인간의 마음에는 도덕법칙이 있다고 말했지만, 칸트가 말했던 ‘도덕율’은 고향 땅에서 150㎞를 벗어난 일이 없는 칸트의 삶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사람들이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칸트가 지나가는 것을 보아야 했을 만큼 자신의 마음에서 빛나는 도덕율을 정확히 따랐던 칸트지만, 그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칸트도 ‘마음에서 빛나는 도덕율’을 깨뜨렸던 사람이기도 하다. 별빛이 빛나는 밤하늘이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사람의 마음마다 빛나는 보편적인 도덕율이 있다는 것에는 의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칸트는 차를 마시면서 ‘좋다’라고 말하고 죽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칸트가 자신이 마시는 차가 좋다고 말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삶이 좋다고 말한 것인지를 놓고 토론했다. 차든지 인생이 든지 무엇이든지 좋으니까 칸트가 ‘좋다’고 말했을 텐데, 위대한 철학자의 말 한마디가 사람들을 흥분하게 했다. 그리고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사람들은 별빛이 쏟아지는 밤하늘이 있다는 것에는 흥분하지 못하고, 이 세상을 지으신 하나님의 살아계심에도 흥분하지 못한다.
우리는 ‘별빛이 빛나는 밤하늘’을 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그 밤하늘이 ‘있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 스스로 존재하시는 하나님이 있음을 보았으면 한다. 세상의 혼합된 가치로 인해 흔들리는 시대를 사는 이 때에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시121:1-2)’라는 싯구처럼, 살아계신 하나님으로 인해 우리 마음에 빛나는 하나님의 은혜를 보았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