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개척교회의 표어 가운데 하나가 ‘상식이 통하는 교회’였다. 상식은 진리는 아니지만 한 시대에 사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생각이다. 우리들이 당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여러 가지 상식들, 예를 들면 종교의 자유나 계급 철폐, 남녀평등에 대한 문제 혹은 약자나 어린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 등은 오랜 시간 논의되고 난 이후에 비로소 우리 시대의 상식이 되었다. 따라서 절대적인 진리를 거부하지 않는 상식은 우리가 따라야 할 시대정신이고 삶의 원리이다. 그 교회는 은혜와 그리스도의 사랑을 내세우며 시대착오적인 행위와 상식적이지 않는 일탈을 막기 위해 ‘상식이 통하는 교회’라는 표어를 내걸었다고 한다.  

그러나 교회는 상식적이지 않은 곳이다. 그것은 교회의 출발이 상식을 벗어나는 엄청난 사랑과 은혜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사야53장을 시작하는 ‘우리의 전한 것을 누가 믿었느뇨 여호와의 팔이 뉘게 나타났느뇨(사53:1)’이 질문은 이사야가 생각해도 그리고 우리들이 생각해도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에 던져진 질문일 것이다. 세상 어느 누가 우리를 대신하여 ‘우리의 질고를 지고 우리의 슬픔을 당(사53:4)’할 수 있으며, 어느 누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허물과 죄악을 대신해서 찔림을 받고 상함을 받을 수 있는가? 이렇게 엄청난 비상식적인 하나님의 은혜가 교회의 바탕이고,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바탕이 된다. 그래서 교회는 상식적이지 않게 일흔번씩 일곱 번이라도 죄인들을 용서할 수 있고, 나랏님도 할 수 없다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앞장선다. 교회는 나 뿐 아니라 모두가 잘되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에 하나님의 은혜를 받기 위해 서로 낮아지고 섬기는 비상식적인 행위도 서슴치 않는 곳이다. 그리고 이런 비상식적인 일들이 상식으로 자리 잡은 지 이천년이 흘렀다. 그 결과 교회는 교회가 커짐으로 인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헬라파 유대인들이 자기의 과부들이 그 매일 구제에 빠지므로 히브리파 사람을 원망(사도행전6:1)’했던 것같은 불평등과 공정하지 못한 문제로 인해 어려움이 생긴다 해도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제쳐 놓고 공궤를 일삼는 것이 마땅치 아니하니 / 형제들아 너희 가운데서 성령과 지혜가 충만하여 칭찬 듣는 사람 일곱을 택하라 우리가 이 일을 저희에게 맡기고 / 우리는 기도하는 것과 말씀 전하는 것을 전무하리라(사도행전6:2-4)’라고 스스로의 권한을 내려놓고 헬라인들을 주축으로 하는 집사들을 세운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정치적으로 불리한, 세상 사람들이 볼 때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을 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교회가 세상적인 상식에 몰입하는 것을 본다. 교회가 자기의 영광이나 유익을 위해 세상과 싸우기도 하고, 개인적인 욕심을 위해 교회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더 나아가 ‘교회 내에서 일어나는 세상적인 상식’에 근거한 행태들은 간간히 세상 사람들도 외면할 때가 많지 않은가? 일부 교회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삶’은 고사하고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상식조차도 통하지 않는 ‘비상식적인’ 곳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부활절을 맞이하면서 계속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이 바탕이 된 세상적으로 비상식적인 삶을 말한다. 그리고 그런 말과 함께 ‘세상적인 상식’을 따르면서 예수님을 다시 십자가에 못을 박기도 한다. 부끄럽게도 말이다. 곧 부활절이다. 올해 부활절은 하나님의 비상식적인 사랑에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성환 목사(신학포럼 빛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