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한탄강 유원지를 놀러 온 미군 병사가 우연히 발견한 돌조각은 전곡지역을 우리나라 최대 선사시대 유적지로 바꾸어 놓았다. 그 돌조각이 우리나라에도 구석기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역사는 이렇게 작은 것을 통해 혹은 긴 시간을 거치면서 다듬어진 이야기 속에서 드러난다. 조그만 돌 조각 하나가 몇 천 년 전의 이야기를 열어놓은 것 같이 아주 작은 지역에서 올바른 법 절차에 따라 사형당한 한 사형수의 이야기 역시 역사를 여는 창이 되었다.
2천 년 전에 로마의 사형법 가운데 십자가형이 있었다. 주로 정치범들에게 행해젔던 이 사악한 사형법은 역사적으로 볼 때 아주 잔인한 처형의 방법이었고, 예수님은 로마의 법에 의해 외형적으로는 ‘우리 백성을 미혹하고 가이사에게 세금 바치는 것을 금하며 자칭 왕 그리스도라 하더이다(누가복음23:1)’라는 고소처럼 로마에 반역을 일으킨 선동가로 고소된다. 그러나 빌라도는 예수님을 심문하고 난 이후에 ‘내가 보니 이 사람에게 죄가 없도다(누가복음23:4)’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대인들은 빌라도에게 ‘온 유대에서 가르치고 갈릴리에서부터 시작하여 여기까지 와서 백성을 소동하게 하나이다(누가복음23:5)’라고 예수가 사람들을 선동했고, 그것은 가이사에게 반역임을 주장함으로, 그리고 민란에 대한 두려움으로 빌라도는 예수님을 십자가형에 처한다. 그러나 십자가는 단순히 정치범의 처형도구이고, 예수님은 단순히 로마의 법에 이해 처형당한 사람이라는 역사적인 사실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마치 작은 돌조각이 한 지역을 선사시대의 유적지로 바꾸어놓은 것처럼, 십자가는 하나님의 공의로움이 무엇이고, 하나님의 사랑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바울은 십자가를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로마서5:8)’라고 이야기한다. 그뿐 아니라 십자가의 사건을 위해 하나님은 긴 사람의 역사에 개입하셨고, 결국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 율법 아래에 나게 하(갈라디아서4:4)’셨다. 바울은 예수를 십자가에 죽게하신 것은 ‘율법 아래에 있는 자들을 속량하시고 우리로 아들의 명분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갈라디아서4:5)’라고 말하고 있다.
십자가로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역사(歷史)를 엿볼 수 있게 해 주었고, 믿음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임으로 우리 역시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역사(歷史)에 참여할 수 있게 해 주셨다. 그래서 십자가는 역사를 보는 눈이 된다. 십자가는 삶을 이해하는 원리가 되고, 십자가는 삶의 바탕이 된다. 십자가를 통해 우리는 나의 삶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고, 십자가의 사랑으로 우리는 나를 이끌어 가시기 위해 스스로 낮아지신 하나님의 사랑과 하나님의 인도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십자가는 범죄자를 처형했던 도구였고, 지금도 만약 사용된다면 범죄자들을 위한 처형 도구로 사용될 것이지만,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그리고 부활하심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며, 하나님께서 어떻게 사람의 역사 안에 들어오셨는가를 보여주는 통로가 되었다. 하나님의 사랑을 확증하는...
돌조각 하나가 한 지역을 바꾸어 놓았듯이, 십자가는 인류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그래서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세계의 역사는 BC와 AD로 나눈다. 세계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역사도 주님을 만나기 전과 후가 바뀐다. 예수님을 알기 전의 나와 알고 난 이후의 나는 추구하는 것이 다르고, 소망이 달라진다. 그래서 십자가는 단순히 로마의 처형 방법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상징이 되었고, 역사를 이해하고 역사를 여는 문이다. 믿음으로 십자가를 보면 많은 이야기들이 보인다. 주님의 사랑과 부활이 보인다.
올해도 부활절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믿음으로 십자가와 부활을 바라볼 수 있기를 기도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