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대인들에게 유월절은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현재의 이야기이고, 미래의 이야기이다. 유월절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하심을 확인하는 절기일 뿐 아니라 앞으로 이스라엘위해 일하시는 하나님이심을 알게하는 절기이다. 그래서 하나님을 떠난 사람들은 유월절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역사를 보아도 개혁적인 왕들, 즉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왕들은 모세의 율법을 따라 이스라엘을 통치한다. 그 통치의 내용에는 당연히 유월절을 지키는 것이 포함된다. 반면에 다윗의 길로 가지 않았던 악한 왕들은 성전의 문을 닫고, 우상을 섬기는 일을 한다. 하나님의 마음에 합했던 히스기야의 아들 므낫세가 그랬다. 므낫세왕은 히스기야가 깨뜨린 우상들을 다시 세웠고, 극심한 우상숭배의 모습을 드러냈다. 므낫세의 아들 암몬 역시 므낫세와 같이 우상숭배에 열심을 낸 왕이었다. 열왕기하21:22절에서는 암몬의 행실을 ‘그의 조상들의 여호와를 버리고 그 길로 행하지 아니하더니’라고 기록하고 있다. 결국 암몬은 그의 수하들의 반역으로 죽임을 당했고, 그 뒤를 요시야가 잇는다. 요시야는 하나님이 기뻐하는 왕이었고, 요시야에 대한 평가는 당연히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하게 행하여 그의 조상 다윗의 모든 길로 행하고 좌우로 치우치지 안니했(열왕기하22:2)’다고 말한다. 요시야는 왕이 되면서 그의 아버지인 암몬과 할아버지인 므낫세로 인해 손상된 성전을 재건하고, 우상숭배를 제거하면서 유월절을 지킨다. 열왕기하23:22에서는 요시야가 유월절을 지킨 것을 ‘사사가 이스라엘을 다스리던 시대부터 이스라엘 여러 왕의 시대와 유다 여러 왕의 시대에 이렇게 유월절을 지킨 적이 없었’다라고 평가한다. 유월절을 지키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이루어진 출애굽을 재현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요시야는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유대백성들에게 하나님의 권능과 은혜를 깨닫게 했을 것이다.

2. 요시야가 이렇게 유월절을 지킬 수 있는 근거는 열왕기하23:22에서 이야기하는 ‘이 언약책’인데, 이 책은 요시야가 왕위에 오른 지 18년 되는 해에 부서진 성전을 수리하면서 힐기야가 발견한 율법 책이다(열왕기하22:8). 일부의 학자들은 이 책이 신명기이거나 모세오경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요시야는 율법책의 말을 듣고 옷을 찢으며 자신의 신하들에게 ‘너희는 가서 나와 백성과 온 유다를 위하여 이 발견한 책의 말씀에 대하여 여호와께 물으라 우리 조상들이 이 책의 말씀을 듣지 아니하며 이 책에 우리를 위하여 기록된 모든 것을 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내리신 진노가 크도다(열욍기하 22:13)’라고 말하면서 개혁을 시작한다. 하나님은 여선지자 훌다를 통해 유다땅에 일어난 여러 가지 어려움과 재앙들이 우상숭배의 결과임을 알리시면서 ‘내가 이 곳과 그 주민에게 대하여 빈 터가 되고 저주가 되리라 한 말을 네가 듣고 마음이 부드러워져서 여호와 앞 곧 내 앞에서 겸비하여 옷을 찢고 통곡하였으므로 나도 네 말을 들었노라(열왕기하22:19)’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요시야는 적극적인 개혁정책을 일으키며 발견한 율법책에 기록된 대로 유월절을 지킬 것을 명한 것이다.

3. 엄청난 변화를 개혁이라고 말하는 세상의 개혁과는 달리, 이스라엘의 개혁은 이렇게 율법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율법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고 고백하는 삶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마치 집을 나간 탕자가 굶주림과 고통 속에서 아버지의 집의 풍요로움을 생각하면서 아버지께로 돌아선 것처럼, 이스라엘의 개혁은 자신들을 애굽에서 구원하신 하나님께로 돌아서는 것이 바로 개혁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유다의 왕들 가운데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산 왕들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는 개혁을 이끌어냈다. 히스기야는 모세 시대의 놋 뱀일지라도 그것이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을 막는 우상으로 변했다면 단호하게 깨부수어 가루로 만드는 개혁을 한 사람이다(열왕기하18:4). 그의 개혁의 원리는 당연히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또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 속에 있는 것의 어떤 형상도 만들지 말며 /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출애굽기20:4-5)’는 말씀이다.

당연히 요시야 역시 신명기16:1의 ‘아빕월을 지켜 네 하나님 여호와께 유월절을 행하라 이는 아빕월에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밤에 너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셨음이라’라는 말씀을 따라 간 결과일 것이다. 요시야는 8살에 왕으로 등극했지만, 요시야 왕의 치적은 18년 후에 일어났다. 그리고 그의 치적의 출발은 하나님의 율법책을 발견하고 그것을 들음으로 시작된다. 말씀으로 돌아가는 것이 바로 개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월절을 지키는 방밥은 성경에 쓰인 말씀을 따라가야 한다. 신명기에는 유월절을 ‘유월절 제사를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신 각 성에서 드리지 말고 / 오직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자기의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에서(신명기16:5-6)’드리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모였다. 지금도 유대인들에게 유월절은 중요한 절기이다. 출애굽기에서 보여준 유월절의 제의를 그대로 따라 지키기 위한 노력이 3천5백여 년 동안 계속되었다. 이렇게 유월절을 지키는 것은 유대인들에게는 살아계신 하나님께 나아가는 원리이며,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는 원리가 된다.

4. 우리는 예수께서 유월절 어린 양으로 이 땅에 오셔서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양을 잡는 것 같은 과정을 거쳐 십자가에서 죽으셨다 부활하신 부활절을 지킨다. 유월절을 통해 이스라엘의 해방이 확정되었다면, 십자가의 예수님을 통해 믿는 우리에게는 구원이 확정된다. 믿음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을 받아들이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은혜를 주셨다고 성경은 말한다. 따라서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해방과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신뢰하고 새롭게 된 자신들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우리 역시 부활절을 지킴으로 하나님께서 행하신 구원의 능력이 어떠한지를 깨닫고, 하나님의 은혜를 회복함으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한다.

우리는 매년 4월이면 부활절을 맞이한다. 때로는 부활의 기쁨을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부활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선 하나님의 은혜를 찬양하기도 하다. 그리고 올해도 역시 우리는 부활절을 한주 앞두고 있다. 이번 부활절에는 과거 이스라엘 사람들이 우상을 버리고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하나님의 말씀으로 되돌아갔듯이 우리의 삶에서 역사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를 구원하시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를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