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는 지난주에 민주주의의 위대한 순간을 보았다. 그 시작이 어찌되었던 모든 국민들이 합의한 ‘법’을 심각하게 훼손한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저항과 심판의 모습은 아마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만여 명으로 시작한 외침이 백만이 넘으면서 국민적 저항이 실체를 드러냈고, 결국 위선과 거짓의 철옹성에 감추어졌던 것들이 드러나면서 결국 대통령 파면이라는 역사를 만들어 냈다. 그것도 혁명적이면서도 결코 혁명적이지 않게 대통령이 훼손한 법을 바탕으로 대통령을 파면했고, 새 시대를 열었다. 몇 달 사이에 일어난 이런 역사적인 사건을 보면서 국민적인 저항의 바탕에 깔려있는 ‘자발성’에 놀랐다. 국가의 위기 앞에서 참 많은 사람들이 그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자리로 찾아와 자기 자리를 지키는 자발적인 모습, 집회를 위한 자발적인 후원, 그리고 집회를 하고 난 이후에 스스로 나는 이 곳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아 청소하고 치우는 모습들은 정말 성숙한 ‘시민’의 모습이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당연히 스스로 지켜야하는 가치가 무엇이고, 그 가치를 지켜야만 살 수 있다는 생각과 사회적인 불의가 계속된다면 삶은 끊임없는 고통이 될 것이라는 위기의 성숙된 표현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그 유래가 없는 일이었고, 그만큼 우리는 스스로 자랑스러울 수 있다.
분명한 것은 과거에는 교회가 이런 역사적인 흐름을 주도했고, 교회는 하나님의 뜻을 역사에 심고 가꾸는 일에 전력을 다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또 내일엔 무엇을 해야하는가?’가 우리의 문제가 된다.
2. 지금은 보수의 요람같이 되어버렸지만, 교회는 언제나 선지자적인 사명을 가지고 역사 앞에 섰다. 그리고 선지자적인 언어로 시대를 이끌어왔다. 부패가 있는 곳에서는 소금의 역할을 했고, 감추어진 죄악을 들춰내는 빛의 역할도 했고, 힘없어 고통당하는 자들에게는 사랑과 치유를 제공함으로 삶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곳이 바로 교회였다. 그리고 교회의 이런 모습은 옛날 선지자들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오늘 본문은 우리가 흔히 아는 나단 선지자와 다윗과의 대화이다. 다윗은 이미 밧세바를 간음했고, 밧세바의 남편 우리아를 전쟁터에서 모략으로 죽였다. 다윗은 자신의 잘못을 은폐하고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치를 꾸몄다. 다윗은 6번째, 7번째, 10번째의 계명을 어겼고, 바울의 입장에서 보면 결국 탐심으로 인해 우상숭배라는 첫 번째 계명까지도 어긴 자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왕’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죄악을 감출 수 있었고, 누군가 잘못한 일에 대하여 재판을 하고 잘 못한 사람을 징계하는 ‘하나님의 법의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때 나단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다윗의 잘못을 이야기하신다. 하나님은 나단을 ‘보내신다’. 마치 다윗이 간음을 하기 위해 밧세바에게 사람을 보내고, 살인을 위해 요압에게 사람을 보내고, 우리아 편에 편지를 보낸 것처럼 하나님은 다윗에게 나단을 보내셨다. 하나님의 징계가 시작된 것이다. 나단은 다윗에게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이야기를 던진다. 이 비유에서 강조된 것은 부자의 탐심이다. 자기 것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행인을 위해 자기 것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탐심 때문이고, ‘땅에 있는 지체를 죽이라 곧 음란과 부정과 사욕과 악한 정욕과 탐심이니 탐심은 우상 숭배니라 / 이것들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진노가 임하느니라(고로새서3:5-6)’에서 바울이 말한 것처럼 다윗은 우상을 숭배의 죄를 범한 사람이 되었다.
3. 다윗은 나단의 이야기를 듣고 노한다. 이때 다윗의 마음은 ‘분노함으로 타올랐다’.그리고 ‘여호와의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니 이 일을 행한 그 사람은 마땅히 죽을 자라(사무엘하12:5)’라고 자신의 죄에 대한 판결을 내린다. 왕으로서의 당연한 판결이고, 이런 판결을 내리지 못한다면 그는 왕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나단은 다윗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 하나님은 다윗을 사랑하셨고, 다윗을 왕으로 삼기위해 사울의 손에서 건지셨으며, 이스라엘을 맡기셨다. 그런데 다윗은 ‘여호와의 말씀을 업신여기고 나 보기에 악을 행하였느냐 네가 칼로 헷 사람 우리아를 치되 암몬 자손의 칼로 죽이고 그의 아내를 빼앗아 네 아내로 삼(사무엘하12:9)’는 죄를 저질렀다. 때문에 하나님은 다윗이 하나님을‘업신여기고 헷 사람 우리아의 아내를 빼앗아 네 아내로 삼았은즉 칼이 네 집에서 영원토록 떠나지 아니하리라(사무엘하12:9-10)’는 징계를 받게 될 것을 나단은 이야기한다. 나단이 굳이 비유를 통해 다윗의 죄를 지적한 이유는 다윗이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는 왕이었기 때문이고, 당시의 사회 구조상 왕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 어려웠기 때문이고,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은 나단의 지혜일 것이다. 과거 선지자들은 이렇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자들이었고, 이런 전통은 교회 안에도 이미 존재한다. 세례요한은 헤롯의 잘못된 결혼에 대하여 말하다가 결국 죽음을 당했고, 바울은 당시에는 용납되지 않을 수 있는 ‘우리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다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또 다 한 성령을 마시게 하셨느니라(고린도전서12:13)’라는 말을 당당히 할 수 있었다.
4. 교회가 선지자적인 사명을 감당한다는 것은 교회가 끊임없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개혁되는 것이고, 교회가 갖추어야 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어느새 교회는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이익집단이 되어 시대적인 흐름을 주도하지 못하고, 빛을 잃어감으로 우리 시대의 어두운 자리에 교회가 있지 않았음을 본다. 우리들이 하나님 앞에 회개해야 할 일이다. 그뿐 아니라 우리가 우리 시대의 문제 앞에서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은 자들답게 지혜롭게 무슨 말을 할 것인가를 교회 스스로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우리 교회가 선지자적 사명을 감당할 수 있기를 기도해야 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