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바르트 신학의 전체에 대한 개략

서울에 집사님과 함께 가는 차 안에서, 집사님이 “칼 바르트는 정통신학의 사촌쯤 된다고 하던데”라고 물었다. 좀 당황했지만 내가 학위과정에 공부했고, 또 칼 바르트 신학이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연구자인 나의 관점을 말해주었다. (※ 필자의 박사학위논문에는 Karl Barth를 ‘칼 발트’로 제시했지만, 절대다수가 사용하는 칼 바르트로 용어를 혼용하려고 한다. 철학에서 Karl Marx는 칼 ‘맑스’에서 ‘마르크스’로 정착되었다. 신학계에서도 발트,　빨트 등에서 바르트로 정착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학문의 용이성을 위해서 바르트로 전환한다. 신학 동료들 대부분이 바르트를 사용하고 있다. 서철원 교수님께 칼 발트를 배우면서, 카알 발트라는 부드럽고 독일식 훈독을 잘 표현했는데, 우리 사회에 있는 일본식 발음의 영향력이 크다. 그래서 논문에서는 ‘Barth’를 직접 사용하기도 한다.)

칼 바르트(Karl Barth, 1886-1968)의 신학에 대한 다수가 표현하는 용어는 ‘신정통주의(Neo-Orthodoxy)’이다. 그러나 바르트는 그러한 용어를 선호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명칭은 ‘바르트주의(Barthism)’이라고 해야 한다. 칼 바르트를 좋아하거나 신학의 표준으로 삼은 사람들은 ‘발티안(Barthian)’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박사학위논문(“칼 발트와 죤 칼빈의 에수 그리스도 이해 연구”, 총신대 박사학위, 2007)http://m.riss.kr/search/detail/DetailView.do?p_mat_type=be54d9b8bc7cdb09&control_no=11ed45c734601c8affe0bdc3ef48d419)의 마지막 부분 결론에서 칼 바르트는 안티-정통주의(Anti-Orthodoxy)라고 규정했다. 그것은 바르트가 강력하게 정통주의 신학 체계를 거부하고 역(逆)으로 수정하기 때문이다. 그의 교회교의학을 읽으면 읽을수록 바르트가 정통주의에 대해서 갖고 있는 혐오(嫌惡)를 느낄 수 있다.

왜 바르트는 정통주의를 혐오할까? 그것은 당시의 시대정신을 대표하고 선도하고 싶은 욕망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세계대전으로 시대정신은 붕괴되었다. 그 시대정신을 세울 수 있는 방안으로 정통주의 신학 용어를 도입한 것이다. 그리고 자유주의가 실패했던 정통주의 붕괴를 완수할 수 있었다. 바르트는 정통주의 신학 용어로 정통주의 신학을 파괴하는 공격진을 완성했다. 그래서 <기독교교의학개요, 1927년>에서 <교회교의학, 1932년>으로 체계를 변경했다. 그것은 기독교 가치를 과거에서 현재로 전환한 것이다. 현재(교회)에서 시작하는 종교(실존적 종교)는 ‘과거에 형성한 기독교’가 아닌 ‘현재 신의 종교’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증명을 과거 신학 용어들을 어느 누구보다도 현란하게 사용했다.

박형룡 박사의 저술에도 신학자들의 진술이 상당히 많은데, 박 박사는 자신의 진술을 술이부작(述而不作)으로 제시했다. 즉 과거의 신학을 이해하고 확립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바르트가 제시하는 과거 신학자들의 문장은 그들의 문장을 통해서 자기의 사상을 확립하는 독단(獨斷)이다. 다만 그 독단이 거대담론(meta-discourse) 을 만들 수 있는 프레임이다. 바르트의 거대담론의 크기는 톰 라이트가 바르트의 신학 체계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가 주장하는 ‘신의 단일경륜(God’s Single Plan)‘은 전적으로 바르트가 제시한 신학 체계이다. 바르트는 한 하나님(One God)의 한 의지(One Will)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바르트가 구사하는 화려하고 웅장한 문장은 감탄을 자아내지만, 그 학문의 목표는 정통 신학을 완전히 파괴하고 절대자 하나님의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바르트에게 이 신학을 위해서 예수 그리스도는 신학화의 재료에 불과하다. 바르트가 독일과 유럽에서 보수주의로 평가받은 이유는 예수가 그의 생애에서 어떤 의식적인 결정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격한 신학이란 예수가 한 일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보수적 신학이란 예수가 한 일을 더 많이 했다고 주장하는 부류이다. 바르트는 예수가 자기를 포기하고 인류를 하나님에게로 인도한 인류 유일의 유기자로 규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의 가치가 상당히 크다고 평가하기 때문에 보수적이라고 한다.

칼 바르트의 신학 체계 <교회교의학 13권>이 신정통주의의 교범이라고 할 수 있다. 신정통주의는 ‘유사한 정통주의’라고 할 수 있다. 사촌(四寸) 정통주의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진리의 원천을 하나이다. 신정통주의는 정통주의와 진리의 원친이 같은가?를 규정하면 된다. 사촌정통주의는 진리의 원천이 같다는 이해이다. 그러나 신정통주의, 유사한 정통주의는 그런 개념이 없다. 기독교 정통과 이단은 ‘참 하나님’과 ‘유사한 하나님’의 차이이다. 그래서 ‘기독교’와 ‘유사 기독교’는 정통과 이단의 차이이고, ‘유사 기독교’는 이단 대한 완곡한 표현이다. 그래서 ‘유사한 정통주의’라는 표현이 아닌, 신정통주의라는 개념을 창안했다고 본다. 신정통주의는 정통주의와 같은 원천이 아닌 것이 확실할 것이다.

필자는 학위논문에서 바르트의 신학을 ‘Anti-Orthodoxy’라고 규정했다. 정통주의 예수의 신성 이해를 전적으로 거부했고,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381년 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을 재해석해서 증명하는 교묘하고 악한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가장 악한 공격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도구로 나를 공격하는 것이다. 바르트는 정통주의가 가장 사랑하는 신경 문장으로 정통주의 이해를 배격했다. 그러한 과정이 바르트의 교회교의학에서 너무나 명료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Anti-Orthodoxy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한국 교회나 세계 교회는 칼 바르트 신학 체계를 넘어서 더 과격하게 세속화된 신학을 진행하고 있다. 그 토대를 칼 바르트가 만들었다. 칼 바르트 신학은 1962년 로마 교회의 2차 바티칸 공회의에서 수용해서 ‘이름없는 그리스도인’ 교리를 확립했다. 그래서 로마 교회에 대한 이해도 1962년을 기준으로 전혀 다르게 이해해야 한다. 대표적인 이해는 ‘교회’ 밖에 구원이 없다는 교리 문장을 ‘교회의 범위’를 바꾸는 형태로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교회를 하나님의 현존이 있는 곳으로 바꾸었다.

칼 바르트의 신학은 정통주의 신학이 아니다. 나는 학문을 하고 싶은 사람으로 칼 바르트를 좋아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통주의를 부흥하는 학자로 칼 바르트를 좋아하는 것을 거부한다. 자유주의를 배격한 신학자로 이해하는 것도 거부한다. 칼 바르트는 무너진 자유주의보다 더 심한 신학 체계를 구축했다. 그리고 현재 신학은 칼 바라트의 신학보다 더 세속화된 신학 내용을 추구하고 있다. 그 사상 체계는 칼 바르트가 제공했다. 그래서 20세기와 현재까지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학자는 칼 바르트이다. 그의 손바닥을 벗어날 연구자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