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여러 계층의 삶을 산다. 아들로서의 삶과 아버지로서의 삶은 다르다. 더군다나 직장에서의 삶과 교회에서의 삶 그리고 가정에서의 삶이 각각 다르다. 과거에는 이런 각각 다른 삶을 공통적으로 아우르는 원리를 ‘정직’이나 ‘명예’ 같은 가치로 생각했다. 부모에게 정직하고, 자녀들에게 정직한 것이 올바른 삶이라는 말이고,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닥친 어려움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명예를 지키기 위해 죽음도 불사한 때가 있었다. 시대가 복잡해지면서, 그리고 그 복잡함이 삶에 적용되면서 사람들은 각각의 삶을 아우를 수 있는 정합적인 통일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그리고 ‘만물의 척도’인 사람은 자기의 기준이 옳은대로 각각의 삶에서 통용되는 가치를 물질로 생각하며 과거의가치들을 물질로 치환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나라를 위해 특별한 일을 했다면, 과거에는 ‘특별한 일’ 그것 자체가 명예고 그 ‘특별한 일’을 하는 것이 바로 가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특별한 일’을 함으로 어떤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가가 그 일보다 더 중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올림픽의 금메달의 가치보다 그 금메달로 얻을 수 있는 물질적인 유익이 얼마인가를 먼저 따지는 사회가 되었고, 금족 같은 자녀를 수장시켜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죽은 자녀들의 부모들이 받을 보상금을 먼저 계산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말이다.

이런 사회적인 부조리는 하나님 외에 맘몬을 둠으로 첫 번째의 계명을 포기함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여러 계층의 삶을 공통적으로 아우르기 위해서 하나님보다 돈을 더 의지해야 한다는 생각, 혹은 사람들마다 가지고 있는 자신의 삶에서 소유하기를 원하는 가치를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은 하나님 외에 맘몬을 두게 만든다는 것이다. 때문에 예수님은 산상수훈에서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혹 이를 미워하고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고 저를 경히 여김이라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마태복음6:24)’라고 말씀하신다. 혼합주의는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네게 있게 말지니라’는 첫 번째 계명을 어기는 일이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신 것이다. 여기서 재물은 맘몬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 하나님 외에 다른 신들을 그들에게 둔 이유는 당연히 삶의 문제 때문이다. 하나님이 주신 땅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것을 먹고 살면서 좀 더 많은 것을 갖고 싶고, 좀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싶은 사람의 욕심은 자연스럽게 풍요의 신이라고 생각되어진 바알과 하나님을 동시에 섬기는 혼합주의를 만들 수밖에 없었고, 우리가 경험하는 부조리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아합같은 사람은 자기가 가지고 싶은 포도원을 얻기 위해 포도원 주인을 권력으로 죽였고, 이세벨은 자기가 믿는 바알과 아세라를 권력으로 비호하고 이스라엘에 퍼뜨리는 일을 했다. 지금도 사람들은 자신의 유익을 위해서 혹은 자신의 삶의 안전과 삶의 풍요를 위해 하나님 외에 다른 신, 즉 맘몬을 두고 살 때가 많다.

맘몬이 중심이 된 사회는 자신의 지켜온 아름다운 가치들이 하나씩 포기하면서 서서히 부조리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교회가 빛과 소금인 이유는 지켜야지만 하는 가치를 온전히 지켜야하는 자리가 교회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 가치는 예수님의 산상수훈을 따르면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서 가장 우선해야 하는 가치로 ‘하나님과의 관계’, 즉, 의이다. 8복의 중심이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두지 않기 위해, 즉 하나님과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혹은 의를 위해 박해를 당하는 자가 복이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신영복 교수는 ‘사람이 희망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사람에게 희망을 둘 수 없다. 우리를 지으신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두지 않음이 희망의 바탕이 되고, 그 바탕 안에서 비로소 사람에게 희망이 보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