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이상하리만큼 전생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아졌다. 몇몇 유명한 텔레비전 드라마는 전생과 현실을 오가며 이야기를 전개하기도 한다. 시청률을 빌미로 사람들이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이야기를 찾다보니까, 전생과 관련한 작가들의 상상력이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가 사람들의 인기를 얻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느끼는 삶의 무게로 현실을 외면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전생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지금은 어렵게 살고 있지만, 더 나은 다음 생을 기대하는 비현실적인 희망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어느 정도 틀을 유지하고 있다는 인도의 신분제도인 카스트제도가 유지되었던 이유는 ‘윤회’라는 틀이 그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윤회’의 틀에서 중요한 것은 전생과 내세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금 잘사는 사람은 전생에 ‘지금’ 잘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든 사람이고, 비록 내가 ‘지금’ 고난의 날들을 살지만, 선한 일을 쌓으면 다음 생애에서는 틀림없이 ‘지금’보다 좋은 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인해 ‘지금’ 사회적인 제도로 인한 불평등을 받아들이게 만들었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삶이 힘겨운데다 현실적으로 불투명한 미래를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전생은 오늘의 고통의 이유를 설명해주고, 다음 생은 묘한 기대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지금’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전생의 문제 때문일 것이고, ‘지금’ 그 문제를 해결한다면 다음 생에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삶이 어렵다면 그것은 전생의 문제 때문이지 현실의 ‘나’의 문제는아니고, 전생의 문제를 ‘지금’의 삶에서 해결한다면 다음 생에서는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말이다. 결국 전생이나 다음 생 같은 생각은 현실의 문제를 무비판적으로 현실적으로 풀거나, 비젼을 갖게하지 못한다.

이렇게 전생을 이야기하면서 다음의 생을 말하는 사람은 자기에게 닥친 현실적인 불행이나 어려움 앞에서 격렬하게 논쟁하는 ‘욥’같은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더군다나 욥처럼 절대자이신 하나님을 향해 함께 이야기 하자는 요구를 할 수도 없다. 그냥 욥의 새 친구들처럼 불행이나 아픔의 이유는 당연히 고통당하는 사람의 죄 때문이고, 그래서 자신의 죄를 회개함으로 ‘신’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게 된다. 그뿐 아니라 요즈음처럼 전생이나 다음의 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라면, 지금의 고통은 전생에서의 문제 때문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오늘의 문제 혹은 오늘의 불행이나 행복을 바라보는 욥의 친구들의 방식과 전생과 다음 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논리 구조는 거의 비숫한다. 그러나 욥은 자신을 찾아온 친구들과 논쟁하면서 자신에게 닥친 문제에 대하여 하나님과 논쟁할 것을 하나님께 제안한다. 그리고 욥의 제안을 받아들인 하나님께서는 살아계시고, 욥을 사랑하시기 때문에 욥에게 스스로를 드러내시며 욥을 사랑하시고 있음을 욥으로 하여금 깨닫게 만들어 주신다. 욥은 자신이 하나님 앞에 흠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 주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흠 없음, 혹은 완벽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욥이 자신의 삶을 하나님께 대한 믿음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가능한 주장이었고, 결국 하나님을 만난 욥은 하나님과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하나님 앞에서 부정한 자신을 회개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한 해의 1/12이 지나갔다. 사회적인 혹은 개인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때이다. 이렇게 혼란스럽고 어려운 시기를 전생이나 다음생과 같은 논리로 받아드릴 것인가 아니면 욥처럼 하나님과 이야기함으로 문제를 풀 것인가를 생각할 때이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놓고, 우리의 삶의 문제들을 놓고 욥처럼 하나님과 이야기하는 2017년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