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요한계시록’이 있는데, 원어에는 ‘ΑΠΟΚΑΛΥΨΙΣ ΙΩΑΝΝΟΥ’이다. 영어, Vulgate, 중국어 등에서는 ‘Revelation, Apocalypsis, 계시록(啟示錄)’이 책제목이다. 우리나라, 일본에서는 ‘요한계시록’을 사용한다. ‘아포칼룹시스(ἀπōκάλυψις)’는 Revelation(계시)로 사용했었는데, 최근에 Apocalyps(묵시)라는 용어가 다수 혹은 혼용해서 사용한다. 그러나 ‘계시(啓示)’와 ‘묵시(黙示)’는 동일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엄밀한 분류가 필요하다. ‘우리 단어 개념’이나 ‘영어 단어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신학화된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묵시’라는 단어가 나오기 전에 ‘계시’를 사용했다. ‘계시’라는 것은 요한이 밧모섬에서 천사에게 받은 내용이라는 것이다. ‘묵시’는 계시자나 계시수용자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계시록 문장에 대한 이해이다. 묵시는 문학의 한 장르로, 주전 2세기부터 주후 1세기까지 팔레스타인에 활발했던 문학 장르이다. 묵시문학 시대가 약 300년인데, 그 중에는 구약성경 목록이 있고, 신약성경 저술 시대가 있다.

김철손은 예언문학(주전 4세기까지)과 묵시문학으로 구분했다. 김철손은 구약성경 목록에 있는 다니엘을 묵시문학으로 제시했다(김철손: 1999, 18). ‘묵시’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부류에서 주장한 묵시문학의 내용이 성경에 있는 것은 다니엘, 요한계시록이다. 성경에 있는 묵시문학을 용인하면서 자연스럽게 중간기에 있는 모든 묵시문학이 성경과 동일한 수준이 되었다. 신학하는 학도는 정경 목록 이해를 엄격하게 해야 하는데, 묵시 문학을 용인하면서 정경 권위를 포기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요한이 ‘받은 계시’를 ‘묵시문학’ 기법으로 기록했다는 것이 복음주의적인 견해일 것이다. 그러나 ‘묵시’를 인정하는 순간, 당대 널려있던 묵시문학이 살아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묵시문학의 첫째 특징은 ‘익명성(pseudo)’이다. ‘익명성’은 쉽게 ‘가짜 저자’, ‘허위저자’이다. 요한계시록은 ‘요한’이라는 저자 이름이 나타난다. 그 요한이 저자라는 의미가 아니고, 어떤 익명의 저자가 요한이란 이름을 차용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외경이 ‘에녹서’이다.

※구약외경(舊約外經, Old Testament Apocrypha)이다. 토비트(Tobit), 유디스(Judith), 에스더(Esther), 솔로몬의 지혜서(Wisdom of Solomon), 집회서(Wisdom of Jesus Son of Sirach), 바룩(Baruch), 예레미야의편지(Letter of Jeremiah), 아자리아의기도(Prayer of Azariah), 수잔나(Susanna), 벨과용(Bel and the Dragon), 마카베오1서(1 Maccabees), 마카베오2서(2 Maccabees), 마카베오3서(3 Maccabees), 마카베오4서(4 Maccabees), 에스드라1서(1 Esdras), 에스드라2서(2 Esdras), 므나세의기도(Prayer of Manasseh)

구약위경(舊約僞經, Old Testament Pseudepigrapha)도 다수 있다. 외경이나 위경은 동일하게 묵시문학의 특징인 ‘익명 저자’이다. 그런데 다니엘을 묵시문학으로 분류하여 구약성경에도 묵시문학이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새관점학파인 톰 라이트가 그것을 부정해서 독특한 주장인데, 신의 단순 계획(God's single plan)에 의하면 분류하는 자체가 큰 문제가 없다. 즉 더 큰 원리를 적용하면 다니엘의 저작이 주전 15세기, 6세기, 4세기, 2세기든지 상관없기 때문이다.

오광만은 묵시문학에 대해서 L. Morris의 견해를 요약하여 제시했다(오광만: 2013, 42-45). (1) 이야기 형식(narrative form). (2) 비관적인 역사관. (3) 마지막 때 강조, (4) 현 세상의 초월, (5) 결정론적인 입장, (6) 익명 사용, (7) 이원론, (8) 역사를 예언으로 다시 기록, (9) 현란한 상징 사용, (10) 비밀들의 계시, (11) 심판, (12) 천사의 중재, (13) 윤리이다.

요한계시록을 ‘문학 장르’로 이해하려면 반드시 ‘묵시문학의 함정’에 빠진다. 성경을 묵시문학으로 분류하면 정경 권위를 손상시킨다. 그리고 계시 이해를 성령의 내적 조명으로 수납하려는 의도가 아닌, 문장 구조, 배치 등에서 의미를 산출하려고 한다. 저자가 문학 기법으로 의미를 전달하려고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계시는 계시 기록자가 성령에 의해서 기록한 것이고, 성령을 의존해서 의미를 수납해서 교회를 세우며 풍성하도록 하는 방편이다. 즉 계시 기록자가 이해한 문장을 기술하는 것과 함께 성령의 영감의 주도성을 깊게 배려해야 한다.

사도 요한이 기록한 문서는 요한복음, 요한 일서, 이서, 삼서, 요한계시록이다. 그 중에 요한계시록은 가장 어렵고 난해한 문장이다. 요한복음은 가장 쉬운 문장 구조이다. 그러나 의미 탐구에서는 요한복음이 가장 깊고 어렵다. 문학 장르로 성경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단순 문장으로 구성되어 분류가 쉬운 요한복음도 문장을 분류해서 저자의 진짜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

요한계시록의 장르에 대해서도 서신과 묵시 장르가 복합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요한계시록은 7개 교회에 제한적으로 보내는 편지가 아니라, 7개를 중심으로 모든 교회가 읽어야 할 계시이다(참고 에베소서). ‘ΑΠΟΚΑΛΥΨΙΣ ΙΩΑΝΝΟΥ’는 묵시 문헌으로 보는 것에 대해서 우려를 표한다. ‘ΑΠΟΚΑΛΥΨΙΣ ΙΩΑΝΝΟΥ’는 당시 교회와 모든 교회에 주는 계시 문장이다.

※ (참고. 성경 본문의 정확한 의미를 밝힐 수 없다. ‘해석 목적’을 밝혀야 한다.) 1세기 상황으로 이해하는 방법에 대한 우려. 성경 본문을 해석할 때 쉽게 사용하는 문장이 ‘1세기 당시 상황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21세기에 있는 독자는 1세기 독자가 이 문서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절대로 파악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1세기 독자가 이해한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 불가능한 논제를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부당하다. 둘째, 혹시라도 ‘1세기 의미’를 도출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의미를 21세에 다시 적용해야 될 문제가 발생한다. ‘해석의 두 지평’ 문제는 1세기 의미를 명확하게 도출한 뒤에 발생한다. 도출한 뒤에도 ‘1세기 의미’를 ‘21세기 의미’로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절대로 합당하게 연결할 함수가 발생하지 않는다. 21세기에 제작된 문장에서도 정확한 의미를 밝힐 수 없고, 밝혀도 의미 전달과정과 수납자의 수납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다.

결국 성경 본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저자가 접근하는 목적’을 갖고 파악하지 않으면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 불트만은 ‘선이해(Vorverstandnis)’라고 했다, 그리스도인이 성경을 해석할 때에는 자기 목적을 갖고서 본문을 다루어야 한다. 그래서 성경을 해석하는 학생은 자기가 성경을 해석하는 목적에 대해서 밝혀야 한다. 앞에서 본문에서 ‘객관적 의미’는 절대로 밝힐 수 없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