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찻잔이 작은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차를 파는 집들은 대략 60㏄정도의 찻잔을 사용하는데, 이런 잔은 우리가 거리의 커피자판기에서 나오는 종이컵보다 1/5정도 작은 잔이다. 중국인들은 차를 우려 ‘공도 배(公道 杯)’라는 그릇에 따라 넣은 후에 그 작은 잔에 나누어 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 사람들이 공도배라고 부르는 그릇을 ‘숙우(熟盂)’라고 부른다. 물론 숙우도 공도 배와 같은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차의 온도를 적당히 맞추어 함께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차를 마실 때 숙우의 역할은 주로 물의 온도를 낮추어 차를 우리는 주전자에 물을 넣는 데 주로 사용한다.

중국을 가보면 언제나 마주하는 것이 엄청난 빈부의 격차이다. 예를 들어 부자들이 가는 식당은 언제나 친절하고, 항상 사람들이 신경을 써준다. 부자들이 다니는 비싼 식당은 사람들이 들어설 때 문도 열어주고, 종업원들은 쉬지 않고 필요할 것들을 갖다놓기도 하고, 음식을 내오면서 음식의 이름을 이야기해준다. 그러나 싼 음식을 파는 곳에서는 친절하지도 않고, 때로는 손님이 음식을 날라다 먹어야 한다. 이런 일들은 중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가난하기 때문에 겪는 일이고, 부자이기 때문에 누리는 일이라고 당연히 여긴다. 그런데 차를 마실 때는, 최소한 함께 앉아 차를 마시를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 사람의 삶의 환경에 따른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 사람들은 ‘공도 배’라는 그릇의 의미를 차를 마시는 사람은 누구나 동일한 농도의 차를 마실 수 있게 하는 ‘공도(公道)’를 가능하게 한다고 해서 ‘공도 배(公道 杯)’라는 말을 쓴다고 한다. ‘공도 배’는 자신들에게 있는 삶의 불평등이 해소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차 문화가 발달한 일본 같은 나라의 경우에는 차를 나누어 주는 사람은 차 마시는 사람들에게 동일한 농도의 차를 주기 위해 차를 따를 때 순서를 잘 기억해야 한다. 즉, 차를 함께 앉아 마시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맛의 차를 나누기 위해서 찻잔의 순서에 따라 조금씩 여러 번 나누어 차를 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이때 전제된 것은 차를 따라주는 사람의 공정함이다. 차를 따라주는 사람이 누구나 동일한 차 맛을 느낄 수 있도록 공정하게 분배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중국 사람들은 이런 사람에 의한 공정성에 대해 의심한다. 그래서 공정함을 공도 배라는 그릇을 통해 만든다. 그들은 최소한 공도 배를 통해 함께 차를 마시는 사람은 누구라도 동일한 차 맛을 보게 할 뿐 아니라 작은 찻잔으로 함께한 사람은 누구도 빠짐없이 차를 마시게 한다. 찻잔이 큰 경우에는 누구는 많이 주고, 누구에게는 적게 줄 수 있는 공정함이 문제될 수 있지만, 잔이 작은 찻잔은 함께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차를 나누어주고 또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이런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는 곳이다. 그리고 성경은 하나님께서 소외된 자들인 과부나 고아의 기도에 귀를 기울이신다고 말씀하신다. 즉, 교회 공동체 안에서는 누구나 하나님의 은혜를 받을 수 있고,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고, 누구나 같은 책임과 권한을 누리는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가 하수처럼 흐르는 곳이라는 말이다. 최소한 같은 신앙을 고백하고, 함께 신앙을 나누는 같은 교회의 울타리 안에 모여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이나 부유한 사람일지라도, 사회적으로 이름난 사람이나 사회적으로 약한 사람일지라도 동일한 하나님의 은혜를 받는 장소가 바로 교회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 은혜의 원천은 언제나 하나님이시고, 축복의 출발은 언제나 하나님이시다.

우리에게 하나님의 은혜로 명절의 풍성함이 동일한 모습으로 동일한 감사와 기쁨으로 나눌 수 있는 곳이 우리 교회였으면 좋겠다. 우리 교회가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는 ‘공도 배(公道 杯)’같은 곳이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하나님과 이야기 나누는 그런 교회였으면 좋겠다.